철도공사, 동력선 인프라 갖춘 철도부지 매각 ‘논란’…“제정신인가?”
  • 서중권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5 10: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치원역 화물기지 ‘청년주택’ 용도로 매각
케이블 관통 공사중단…1년 동안 ‘전전긍긍’
한국철도공사가 조치원역 내 동력선이 관통한 화물기지를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 둥근 흰선은 화물레일, 붉은 점선은 케이블 등 관통부지
한국철도공사가 조치원역 내 동력선이 관통한 화물기지를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 둥근 흰선은 화물레일, 붉은 점선은 케이블 등 관통부지 ⓒ시사저널 서중권

한국철도공사(사장 나희승)가 조치원역 내 동력선이 관통한 화물기지를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가 철도 중요시설물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5일 한국철도공사와 세종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조치원역 내 화물기지 4494㎡(약 1360평)를 지난 2019년 세종시에 매각했다. 세종시는 해당 화물기지에 조치원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청년창업주택’을 지어 청년들에게 임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청년창업주택은 예산 230억원을 들여 공급면적 26㎡, 44㎡ 등 12층에 152세대 규모다. 이 사업은 세종시가 부지를 매입해 LH에 시공 등 사업 전반을 위탁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의 100대 공약인 이 사업은 지난 2020년 말 화물기지 현장에서 기공식을 갖고 첫 삽을 떴다. 문제는 터파기과정에서 화물기지 내를 관통하는 전철역 전력케이블 등 동력선이 매설돼 있었다는 것이다. 시행사인 LH 관계자는 “당시 터파기에서 1.5m가량 깊이에 매설된 동력선이 화물기지 내를 관통한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력선을 확인한 뒤 세종시와 철도공사 등과 협의를 시도해 대책을 강구 하느라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최종 결론은 아직 확실히 나오지 않았지만, 동력선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작업은 막대한 비용 등의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선책으로 동력선 부분을 제척하고 자른 부분만큼 한쪽 부지에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세종시도 난감한 처지다. 부지매입 당시 화물기지 내에 동력선이 매립된 것을 알았다면 사업 진행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철도청과 수차례 협의를 가졌지만, 케이블 등 동력선 이전은 불가한 것으로 진단했다. 차선책으로 부지 내 모형을 변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재 설계비 6억원을 편성해 LH에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철도공사 측은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전전긍긍’ 하는 분위기다. LH 역시 재설계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선뜻 설계비를 요구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2020년 12월 조치원 역내 화물기지에서 청년창업주택 기공식에참석해 인사말을하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2020년 12월 조치원 역내 화물기지에서 청년창업주택 기공식에참석해 인사말을하고 있다. ⓒ세종시청

화물기지 내 동력선이 관통한 사실을 확인한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공사는 1년 넘도록 중단된 상태다. 관련 업계는 “철도공사와 세종시 등 공공기관의 황당한 실수로 청년 주택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공사중단에 따른 새 설계비와 시공업체 손실 등 혈세 낭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 내 여론은 “소음 등 최악의 주거환경인 역내 화물기지에 공동주택을 짓는다는 발상도 문제지만, 철도 전력망이 구축된 부지를 매각한 철도공사는 그게 제정신이냐”라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철도공사는 며칠째 ‘묵묵부답’이다. 다만 화물기지 매각을 놓고 부서 간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청년창업주택’ 사업과 관련해 세종시의회는 지난 2018년 철도역 내 화물기지의 소음과 진동 등 주거환경 최악의 조건을 지적했다. 의회는 100억원의 예산을 삭감하는 등 반발했으나,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진행됐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