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은 하락하는데 몸값은 오르는 ‘안철수 현상’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1 14:00
  • 호수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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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 초접전 상황에서 캐스팅보트 쥐어
尹 측뿐 아니라 李 측에서도 “공동정부” 적극 구애

안철수의 정치적 몸값이 오르고 있다. 대선일이 임박해 가면서 국민의힘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그를 향한 러브콜들이 이어지고 있다. 묘한 것은 안 후보의 지지율은 한풀 꺾여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주가는 오히려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동안 여론조사 지지율 15~17%까지 치고 올라가면서 ‘안일화’(안철수로의 단일화)를 장담하던 그였지만, 정작 후보등록일이 다가오면서 지지율이 한풀 꺾여 10% 아래로 하락한 상태다. 정권교체를 위해 당선 가능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심리가 확산된다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안 후보를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는 것은 그가 ‘당선 가능한 후보’ 반열에서는 멀어지고 있지만, 대선의 승부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서의 존재감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한다면, 윤석열의 당선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언급되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3·9 대선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연장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철수캠프 제공
2월4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부인 김미경씨, 딸 안설희씨와 함께 선릉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안철수캠프 제공

安, 민주당 향한 적대적 감정 생각보다 강해

또 하나 묘한 광경은, 같은 야당인 국민의힘보다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러브콜이 더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의 경우는 후보 단일화 문제에 관해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 대다수 의원과 지지층에서는 안철수와의 공동정부 합의를 통한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11일 이후로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저지하려는 모습을 내내 보여왔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서 공개적으로 나오는 단일화 목소리에 “진정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 이유도 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의 충분한 명분과 함께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고 자신에게 요청할 일임에도, 그 당의 대표가 자신을 조롱하는 상황에서 굳이 관심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정작 아쉬운 것은 국민의힘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송영길 대표는 “안 후보의 정책이 실현되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과 해야 한다”고 안철수 후보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재명 후보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안 후보가 추구하는 정치적 노선과 가치 또는 공약 등은 오히려 이 후보와 더 가깝지 않나”라며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민주당 선대위의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도 “안 후보와의 여러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며 그와의 공동정부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7년 대선 이후 안철수를 그토록 조롱하고 야유하던 민주당이 갑자기 그와 단일화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석이 연일 안철수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는지라 성난 안철수가 혹시라도 이재명과 손잡는 실리적 선택을 할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의미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더라도, 그런 메시지는 민주당이 유연하게 기반을 넓히려 한다는 시선을 낳을 수 있기에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바람과는 달리, 이재명-안철수 단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안 후보 주변의 반응이다. 10년 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안철수가 민주당에 대해 쌓인 적대적 감정은 민주당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 정국 때도, 2017년 대선 때도 민주당과 그 지지세력들은 안철수를 향해 온갖 음해와 조롱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때 당했던 일들에 대한 분노가 안철수의 마음 한구석에 층층이 쌓여있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안철수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공언했던 주역이다. 그런데 막바지에 정치적 실리에 따라 정반대 입장으로 선회하는 일은 모범생의 인생을 살아온 안철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안철수의 선택지는 독자 완주냐, 윤석열과의 후보 단일화냐 두 가지 가능성으로 좁혀진다. 물론 안철수는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도 여전히 후보 단일화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다.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독자 완주 이후의 상황을 내다보면 그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상태에서 안철수가 단일화 없이 독자 완주하는 상황은 그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리스크를 수반한다. 후보 단일화 없이 3월9일 투표일을 맞았는데,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 모두 그 책임을 지고 정치 은퇴라도 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윤석열은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 질래야 질 수 없던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 패배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원성을 사게 될 것이다. 안철수는 표의 분열을 뻔히 알면서도 독자 완주를 고집해 정권교체를 무산시켰다는 책임론에 난타당할 것이다. 아무리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제1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지만, 안철수 또한 이후 야권 내에서 정치적 생존의 입지를 찾기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안 후보가 안는 부담은 자신이 완주하는 다자 구도 속에서 윤석열이 당선돼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된다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안철수와의 연대 없이도 자력으로 승리한다면, 그 후 안철수의 정치적 가치는 3석짜리 소수정당의 대표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더 이상 정국의 아무런 변수가 되지 못한 채 지방선거와 총선을 거치면서 몰락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3월9일을 앞둔 지금이 안철수로서는 정치적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는 시기인 셈이다. 윤석열이 공동정부 구성을 포함한 명분과 예를 갖춘 후보 단일화를 제의해 온다면 안철수로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단일화에 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안철수의 몫이지만, 안철수가 수용할 만한 진정성을 갖고 성사 가능한 단일화를 설득하는 문제는 결국 윤석열의 몫이다. 안철수 지지를 선언했던 인명진 목사가 “윤 후보가 단일화를 요구하는데도 안 후보가 응하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면서도 단일화 제안은 안 후보가 아니라 윤 후보가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그런 것이다.

후보는 최근 윤-안 단일화에 대해 “하게 되면 느닷없이 전격적으로 하는 것이지, 이를 오픈해서 사람들 보는 앞에서 하면 진행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를 당 대 당 협상으로 가져가는 것보다 두 후보 간 담판으로 결론지으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윤-안 단일화 문제는 대선 승부의 마지막 최대 변수인 동시에, 두 후보가 과연 합리적 선택의 리더십을 갖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사안이 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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