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 오너 리스크에 개미들 허리도 ‘휘청’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6 10:00
  • 호수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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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아워홈·카카오·효성 이어 현산까지…잇단 사건·사고에 강경 대응 움직임도 커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의 ‘후폭풍’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1월11일 사고 이후 두 차례나 공식 석상에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20년 이상 맡았던 회장직도 내려놓았다. 하지만 외부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다. 아이파크 브랜드 퇴출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향후 공공 공사나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현산발(發)’ 규제 강화다. 김교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건설안전특별법(이하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건설현장의 후진적인 산재 사망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건설업계는 “옥상옥 규제”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데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도 일부 충돌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광주 아이파크 참사로 규제 강화되나

건설안전특별법 논의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광주 아이파크 참사로 국회에 계류 중이던 특별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을 정도다. 지난해 갈등을 빚었던 국토부와 노동부 역시 의견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건설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시각은 건설업계와 조금 다르다. 최근 들어 재계 총수나 3·4세발(發) 오너 리스크가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사건만 10여 건에 이른다. 종류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 회사가 돌발 오너 리스크로 인해 주가 하락과 함께 브랜드 가치에 생채기를 입었다. 광주 아이파크 사태도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한 지역에서, 그것도 1년여 만에 두 번의 산재 사망 사고가 났다.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건물 붕괴 사고가 아니라 오너 리스크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계가 최근 창업주나 2세에서 3·4세 체제로 급속히 변화하면서 오너 일가의 일탈이나 다툼이 많아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범LG가(家)인 아워홈이 대표적이다. 남매 사이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대표(부회장)는 2017년부터 여러 차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1차전은 장남이자 최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구 전 부회장은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경영권은 동생인 구 대표에게 넘어갔다.

치열한 경영권 다툼으로 회사의 경영은 엉망이 됐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아워홈의 매출은 1조6253억원으로 전년(1조8791억원) 대비 13.5%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15억원 흑자에서 93억원 적자로, 당기순이익은 480억원 흑자에서 49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창사 이래 첫 적자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부 횡령 사고까지 발생했다. 구 전 부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이 자체 감사에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구 전 부회장은 최근 보유지분 전부(38.56%)를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 결정이 번복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횡령액이 커질 경우 회사는 또 한 번 격랑에 휘말릴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효성그룹 역시 장남과 차남의 법적 분쟁이 계속되면서 잠재적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2014년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고발이 발단이었다. 오너 일가의 비리가 불거졌고, 횡령·배임과 비자금 조성, 계열사 부당 지원 등 현재 진행 중인 소송만 4건에 이른다. 조현준 회장은 2017년 조현문 전 부사장을 공갈미수 혐의로 맞고소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해외로 잠적했고, ‘차남의 난’ 역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올 초 조 전 부사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3·4세 체제로 전환되며 리스크도 커져

연이은 ‘IPO 대박’을 통해 스타트업의 신화로 떠올랐던 카카오의 경우 현재 세인들의 조롱과 외면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류영진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임원 8명이 지난해 말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800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곧바로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 이후 한 달여 만에 시가총액 30조원이 증발할 정도였다. 주요 증권사들은 카카오페이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국회에서는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이 논의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탈세 의혹까지 최근 불거졌다. 김 의장 소유의 케이큐브홀딩스가 지난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과정에서 8863억원을 탈세한 혐의여서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보면 사례는 더 많아진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남양유업 사태는 현재 매각 계약의 적정성을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 의사를 밝힌 후 주가는 30만원대에서 70만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홍 회장이 매각 의사를 번복하면서 주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오너 리스크의 최대 피해자는 소액주주였다. 돌발 악재로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주주대표소송 제도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시민단체들은 기업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된 시대상을 인식하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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