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식은 尹이 유리, 남은 변수 李도 가능성
  • 현경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1 10:00
  • 호수 168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 등록 시점 지지율 1위 후보가 모두 당선
유동성 높은 2030 표심, 막판까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3월9일 20대 대통령선거일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역대 대선을 보면 D-30일 전후로 후보들의 지지율이 요동치며 대선판이 크게 흔들렸다. 이번 대선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한 달 전 연말연시 때만 해도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따돌리며 대세를 만들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불과 3주 만에 선두 자리가 바뀌었다. 이 후보가 지지율 35~38% 박스권에서 주춤거리는 사이에 윤 후보는 32%의 저점을 찍고 40%대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3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도 급변했다. 한때 15% 가까이 치솟으며 3자 구도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지금은 내리막길에 서있다.

대선후보 등록일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2월13일부터 시작되는 이틀간의 후보 등록을 마치면 곧바로 21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게 된다. 1987년 이후 7차례 역대 대선을 되돌아보면, 흥미롭게도 후보 등록 시점에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후보가 모두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가장 박빙의 승부로 알려진 1997년, 2002년, 2012년 세 번의 대선에서도 후보 등록 시점에 3~5%포인트 오차범위 내 박빙 선두를 달리던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후보가 최종적으로 승리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에도 TV토론, 네거티브 공세, 단일화 후보 지지 철회 등 크고 작은 변수가 많았지만 대선 판도를 바꾸진 못했다. 과연 이러한 공식은 이번 대선에도 적용될까. 사상 유례없는 혼전 양상에 전문가들도 쉽게 답을 못 내고 있다.

ⓒ이재명 캠프·윤석열 캠프 제공
2월6일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 사진)와 2월1일 강화 풍물시장을 방문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이재명 캠프·윤석열 캠프 제공

최근 10여 개 여론조사 결과 종합분석…李 36% vs 尹 40%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 분석해 보면, 윤석열 후보가 지지율 40% 안팎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36% 안팎으로 윤 후보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오차범위 내거나 거의 근접하는 수치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9%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오랫동안 3%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필자가 언론에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주간 단위로 10개 이상씩 수집해 종합 분석한 결과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전국 1000명 응답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후보 지지율을 산출한다. 하지만 1000명 조사는 오차범위가 크고 세대별 또는 지역별 분석을 하기에는 응답자 수가 너무 적어 유권자 표심을 심도 있게 파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1000명 여론조사를 10개 합하면 1만 명 대상 여론조사나 다름없으므로 후보 지지율의 오차범위가 대폭 줄어들게 되고, 세대별 또는 지역별로도 유의미한 분석에 유용하다.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이 확정된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주간 단위로 종합 분석한 대선후보 지지율 그래프를 살펴보면, 후보들의 지지율 추이가 1000명 대상 개별 조사 결과처럼 들쭉날쭉하지 않고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시점에서 대선 판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대별 또는 지역별 표심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세대 표심은 선거에서 판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늘 작용해 왔다.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2030세대는 2007년 대선을 제외하고, 1997~2017년 대선에서 진보진영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40대 표심도 2002년 대선에선 보수와 진보 진영에 고르게 지지를 보냈지만, 2012년 대선 이후부터 진보진영으로 표심이 기울었다. 50대 표심은 1997~2012년 대선에선 보수 쪽이었지만, 2017년 대선 때는 다자 대결 구도에서 표심이 분산되면서 진보진영의 문재인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표가 몰렸다. 반면에 60대 이상은 1997년 이후 줄곧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다가오는 3·9 대선에서는 2030세대의 표심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30세대가 ‘탈이념화’ 경향을 보이면서 지난해 4·7 재보선 때 보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역대 선거에서 ‘2030세대는 진보’라는 공식의 틀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최근 2030 지지율 ‘李→尹 흐름’ 나타내며 판세 바꿔

현재 유권자 비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18세 이상) 17%, 30대 15%, 40대 19%, 50대 19%, 60대 17%, 70대 이상 13%로 구성돼 있다. 2030세대 32%, 4050세대 38%, 6070세대(80세 이상 포함)가 30%인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050세대에서는 확실히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 반면에 6070세대에서는 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세대별 구성비율로 따져보면 4050세대 유권자가 6070세대에 비해 8%포인트나 많기 때문에 보수진영의 윤 후보 입장에선 다소 불리한 구도다. 윤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32%를 차지하는 2030세대로부터 이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어야 한다. 2030세대가 결국 대선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트라는 의미다.

최근 여론조사 내용을 종합 분석한 결과를 보면 윤 후보에 대한 2030세대 지지율이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윤 후보가 20대에서 36% 대 23%로 13%포인트, 30대에서는 37% 대 32%로 5%포인트 정도 이 후보를 앞서고 있다. 특히 최근 3주에 걸친 2030세대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는 윤 후보가 선두로 나서는 데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2030세대의 표심에 큰 변화가 없다면 윤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 보인다. 하지만 유동성이 많고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2030 표심은 여전히 예측을 불허한다.

선거 막판 지역별 표심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대선 판세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번 대선은 2002년과 2012년 대선처럼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뚜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영 간 대립이 선명할수록 영남과 호남 지역의 표심은 각각 보수, 진보진영으로 결집하는 경향을 보인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의 영남 지역은 전체 유권자의 25%를 차지하는 데 비해 광주와 전남북의 호남 지역은 10%에 불과하다. 지역 구도로만 보면 보수진영의 윤석열 후보가 유리한 모습이다. 진보진영의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충청 등 중원 지역에서 윤 후보를 반드시 앞서야 한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수도권에서 ‘51% 대 45%’, 충청 지역에서 ‘53% 대 41%’ 득표율로 앞섬으로써 결국 득표율 2.3%포인트(58만 표)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반면에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수도권에서는 0.4%포인트 차 박빙의 승부에서 6만 표를 더 얻었지만, 박 후보가 충청 지역에서 ‘55% 대 45%’로 30만 표를 더 얻으면서 결국 3.5%포인트(108만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렇듯 대선 승부의 열쇠는 결국 유권자의 50%를 차지하는 수도권 표심과 지역대결 구도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 표심에 달려 있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윤석열 후보가 서울과 충청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앞서 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두 후보가 박빙인 상황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윤 후보의 승리를 쉽게 점칠 수 있다. 하지만 그래프에서 보듯이 지난해 12월말과 1월초처럼 서울과 충청 지역에서 두 후보가 박빙을 이루고 경기·인천 지역에서 이 후보가 앞서 나간다면 이 후보가 선두로 다시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전화면접에선 李가, ARS조사에선 尹이 좀 더 높게 나와

20대 대선후보 등록일을 눈앞에 두고 필자가 종합 분석한 대선 판세를 보면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2주 연속 4%포인트 정도 앞서 나가고 있다. 역대 대선처럼 후보 등록일 시점에 지지율 1위였던 후보가 결국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전제한다면, 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유권자 표심을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들의 막판 지지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후보 단일화 변수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2030세대의 지지율 변화도 중대 변수다. 최근 윤 후보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2030세대의 지지율은 매우 유동적이다. 돌발 상황이나 이슈에 따라 2030세대의 지지율이 급변한다면 대선 판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건 2030세대의 지지를 더 받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후보들의 지지율이 조사방법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전화면접조사보다 ARS조사에서 5%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전화면접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1~2%포인트 차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데, ARS조사를 보면 윤 후보가 이 후보를 6~7%포인트 리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화면접조사와 ARS조사 가운데 어떤 조사방법이 더 정확하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필자는 두 가지 조사방법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치로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을 분석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