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 보이는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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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대비 ‘투쟁채권’ 발행…롯데·한진·로젠 연대 파업도
지난 13일 오후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 노조원들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 노조원들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택배노조)의 파업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CJ대한통운 본사에 대한 기습 점거로 부상자와 재산 피해까지 속출했다. 양측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택배노조는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투쟁채권’까지 발행하며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14일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택배 요금 인상분 분배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 49일째를 맞았다. 택배노조의 요구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택배 요금 인상분을 공평하게 분배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이 인상한 택배 요금 170원 중 50원 정도만 사회적 합의에 이행하고 나머지는 영업이익으로 챙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CJ대한통운은 실제 인상 요금은 140원이며, 이 중 50~55%가 택배기사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반박한다. 또 자사가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CJ대한통운은 국토교통부의 최근 현장 조사 결과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 정도가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 직접 교섭을 벌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기 때문에 협상의 대상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아닌 대리점이라는 이유에서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교섭에 나설 경우 하도급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택배노조는 점차 투쟁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부터는 노조원 200여 명이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CJ대한통운 본사 직원 3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본사 로비 유리문 등 각종 시설물이 손상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간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CJ대한통운은 재물손괴와 건조물 침입, 영업방해 혐의 등으로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등 노조원을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또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본사를 점거·농성 중인 노조원 200여 명이 대상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업무방해에 따른 수주 제한 등으로 하루 1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자체 집계했다.

택배노조는 투쟁을 계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는 15일 전체 조합원이 서울로 집결하는 ‘끝장투쟁’을 벌이고, 6일 뒤인 21일부터는 롯데·한진·로젠본부도 연대해 파업하기로 했다. 택배노조는 소송과 파업 장기전에 대비해 ‘투쟁 채권’ 발행에도 나섰다. 노조가 발행한 채권을 조합원이 구매해 파업이나 점거 농성 중인 노조원의 생계비와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에 엄정한 법 집행을 호소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폭력과 불법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될 수 없으며 불법을 외면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에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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