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안 한다고 했더니 더 뜨네”…김승수 전주시장의 ‘불출마 정치학’ 화제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0 15:00
  • 호수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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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사·전주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키맨’으로 몸값 부상

김승수(53)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재선 전주시장이다. 김 시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면 3선이 유력하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전북지사로 출마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게 세평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 시장의 선택은 ‘불출마’다. 시장은 물론 도지사 출마도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김 시장은 전북의 정치 일번지 전주에서 8년 전, 불과 45세 나이로 전국 최연소 시장에 당선된 뒤 2018년 지방선거에서 64.2%라는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런 그의 전격적인 출마 포기에 한동안 전북 정치권과 도민들은 의아해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전주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그러기엔 상황이 아직 너무 불투명하다(오른쪽 상자기사 참조). 2024년 총선을 노리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러기엔 아직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기득권인 자신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길도 보일 것”이라는 그의 불출마 변은 일단 신선했다. 하지만 선출직 정치인에게 불출마 선언은 ‘양날의 검’이다. 불출마 선언 자체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어서다. 당장 현재를 버리고 미래를 노린다는 불출마 전략은 정치인에게 ‘잊힘’이라는 매우 커다란 짐을 지우는 위험한 결정이다. 반면 선거전을 무리하게 펼치기보다는 대승적 양보와 희생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이득일 수도 있다. 전략적인 ‘이보(二步) 전진을 위한 일보(一步) 후퇴’인 셈이다.

ⓒ전주시청
2020년 11월11일 김승수 전주시장이 전주특례시 지정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병술 전주시의회 의장ⓒ전주시청

예상 밖 출마 포기에 정치권 러브콜 쇄도

김 시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 이후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전북 지역 정가에 따르면 민주당 당적으로 ‘빅2’인 전북지사와 전주시장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이 앞다퉈 김 시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김 시장만 ‘우군’으로 얻는다면 바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에 김 시장을 정점으로 한 선거 시장이 서고, 그의 몸값도 뛰고 있는 양상이다. 일약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키맨’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출마 희망자들은 기존 김 시장의 선거조직 인수가 곧 당선으로 연결된다고 판단해 김 시장 측 선거조직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북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 시장은 전주시장을 역임한 김완주 전 지사 곁에서 16년간 행정과 정치를 배웠다. 지방 정가에서 전북도와 전주시를 오가면서 쌓은 정치 경력 때문에 그의 선거 경험과 막강한 조직력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

김 전 지사 조직을 이어받아 두 번에 걸쳐 전주시장 선거를 직접 치렀고, 총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닦아놓은 조직이 막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역 내에선 김 시장이 전북지사 선거에 출마하더라도 당선을 보장받을 만한 조직이라고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각 후보군의 물밑 접촉이 다양한 방법으로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해서다.

김 시장은 정치인의 필수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젊고 깔끔한 데다 개혁적 이미지로 시민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그 자신이 가장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는 도덕성과 청렴성은 ‘진심의 정치’ ‘혁신 정치’를 일궈낸 자양분이다. 임기 동안 후원금을 일절 받지 않고 단 한 권만 정가로 받았던 ‘투명하고 착한 출판기념회’는 김 시장이 그동안 공직생활을 통해 검증받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대변해 준다. 그가 시장으로 있는 전주의 인구는 65만7000여 명으로, 전북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정읍 출생으로 초등학교 3년 때 익산으로 이사해 초·중·고교(이리고)를 다닌 뒤 전북대 정외과를 졸업해 지역 동문들의 지지세도 막강하다. 전주 다음으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익산·정읍 등 3개 시 인구수를 합칠 경우 전북 인구의 60%가 넘는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민주당에서 전북지사 출마를 예고한 송하진 현 지사와 김윤덕(전주갑),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 김성주(전주병) 국회의원 모두 김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시장을 ‘제갈공명’에, 전북지사·전주시장 출마 후보군을 ‘사마중달’에 비유했다. 그의 말이다.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적벽대전’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대미는 결국 ‘죽은 제갈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내는 장면이 장식한다. 현재 전북 지방선거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죽은(불출마하는) 김승수가 산 후보들을 잡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김 시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민주당의 차기 도지사와 전주시장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평소 김 시장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후보들에게는 등골이 서늘해질 만한 얘기다.

결국 다가오는 민주당의 도지사 경선과 전주시장 경선 모두 김 시장의 의중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정치권과 거리 두기를 하면서 끝까지 침묵할지, 특정 후보에게 지지를 보낼지 여부가 큰 관심사가 되는 양상이다. 전북지사 후보군의 한 측근은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개인의 정치적 신상보다는 지방 선거판을 바꿔놓을 정치적 행위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그의 마음을 잡으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향후 정치적 진로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현재로선 그의 ‘용기’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좀 더 우세하다. 외압에 의해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떨치고 나가는 모양새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떠나는 뒷모습이 더 아름다웠다’는 평도 나온다. 전국 최연소 시장으로 선택을 받았지만 3선 도전의 기득권 포기로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김승수 “부족한 공부 위해 정치 휴업”

최근 전주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기자는 김승수 전주시장을 만나 불출마 배경을 물어봤다. 김 시장은 담담했다. 그는 “선거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적 구도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시대정신과 지역 발전에 기여할 준비가 됐는가를 놓고 진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항간에 무성하게 떠돌았던 ‘전북지사 출마로 방향을 선회하지 않겠느냐’는 소문 역시 “전북을 이끌어가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시장 재임 당시 늘 느꼈던 부족한 공부를 위해 (지사) 출마를 접었다”는 답변으로 말끔하게 논란을 잠재웠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그의 뜻과는 달리 향후 정치행보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김 시장도 지방선거 이후 국회의원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그는 “고민하고 공부할 시간이 있다”면서 “2년 또는 3년 뒤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지금 결론짓기는 어렵다”며 중앙정치 진출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벌써 지역 정가에서는 해석이 다양하게 나온다. 김 시장이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무소속 이상직 의원(전주을)의 지역구나 혹은 전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김윤덕 의원(전주갑)의 지역구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그는 ‘정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치의 출발점은 시민의 마음”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가슴 밑바닥에 있는 아픔과 희망이 바로 정치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진심’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원하는 것은 일만 잘하는 능력도 아니고, 임기응변식 달변도 아니고, 예산 따오는 기술도 아니고 매사에 자기 일처럼 전력을 다하는 진심의 정치다.” 그 자신이 민선 6~7기 임기 내내 ‘사람이 먼저인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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