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0억원 탈세’ LIG家 구본상·구본엽 1심서 무죄,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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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 주가 허위 평가와 구씨 형제 공모 없었다고 판단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왼쪽)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연합뉴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왼쪽)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연합뉴스

1000억원대 세금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구본상 LIG그룹 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식매매 과정에서 양도가액과 양도시기를 조작해 1329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당시 이들이 구속수감 중이었다는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지난 15일 1심 재판부는 구 회장과 구 전 부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LIG넥스원 공모가를 미적용해 LIG 주가를 허위 평가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유가증권신고를 최초신고일이 아닌 공모가격 확정신고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LIG넥스원의 공모가격 확정신고일은 2015년 9월20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LIG넥스원 공모가를 반영해야 하는 3개월을 벗어나 납세의무자로서의 조세채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구 회장과 구 전 부사장의 재무관리팀 직원들에게 조세포탈을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문제의 주식거래 당시 구 회장과 구 전 사장이 구속수감 중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구 회장과 구 전 부사장은 2013년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을 확정받고, 2016년과 2017년 만기 출소했다.

주식거래 당시 구 회장과 구 전 부사장은 각각 충주구치소와 여주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들이 서신을 통해 주식거래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서신에도 구체적 조세포탈행위가 언급돼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주식거래는 당시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형제들로 구성된 윗세대 일’이라는 구 회장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구본상 회장 형제는 재판 과정에서 LIG 재무관리팀이 구자원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주식거래와 관련된 실무 절차를 진행해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당초 구 회장 등이 2015년 5월 자회사 LIG넥스원의 공모가를 반영한 LIG 주식 평가액이 주당 1만481원임에도 주당 3846원으로 허위 평가하고, 한 달 뒤 이 금액으로 주식을 거래해 금융거래를 조작했다고 봤다.

검찰은 LIG넥스원의 유가증권신고가 2015년 8월에 실행됐다는 점에서 그해 6월에 이뤄진 LIG 주식 매매는 LIG넥스원 공모가(1만481원)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는 특수관계인 대주주가 상호 주식 매매를 할 경우 3개월 이내 유가증권신고 예정인 자회사의 공모가를 반영해 매매신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은 또 구 회장 등은 LIG 주식 매매 당시 LIG넥스원의 공모가 반영을 피하기 위해 주주명부와 명의변경일을 2015년 4월로 조작, 주당 가격을 낮춰 신고했다고도 주장했다. 구 회장과 구 전 사장이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식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췄는지와 주식거래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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