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초고령사회 진입에 답하라 [쓴소리 곧은 소리]
  •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과) (dongwon10@gmail.com)
  • 승인 2022.02.19 10:00
  • 호수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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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윤석열의 공약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1990년대 출생 유권자,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을 판

대선후보들의 2차 TV토론을 보고 느낀 소감은 누구를 뽑아도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감히 이런 외람된 지적을 하는 이유는 다음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가장 절박한 시대과제에 대해 어느 후보도 정책대안은 고사하고 진지한 인식조차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후보가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마지못해 다른 후보들이 동의한 것이 고작이었다.

통계청이 작년 12월 발표한 인구추계(중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1년 16.6%에서 2025년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30년 25.5%로 전망되었다. 고령화 문제는 새로울 것이 없음에도 특히 다음 정부에 초고령사회 진입이 각별한 이유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의 증가 속도가 박근혜 정부 1%포인트, 문재인 정부 3.4%포인트에서 다음 정부에서 5.2%포인트로 크게 높아질 뿐만 아니라 ‘초고령사회’라는 20% 경계선을 2025년에 돌파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설 연휴 둘째 날인 지난 1월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연합뉴스

다음 대통령 임기 중 ‘65세 이상 인구’ 20% 돌파

왜 ‘초고령사회 진입’이 다음 정부가 대응해야 할 가장 절박한 국가과제인가? 첫째, 우리나라 빈곤 문제의 핵심은 노인빈곤에 있다.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의 37%는 노후준비가 없으며, 그중 59%는 준비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장 보편적인 노후준비인 국민연금 수급자 비율은 65세 이상 인구의 47.8%에 불과하며, 노령연금 수급자의 57%가 월 40만원 이하를 받는다. 한편 우리나라 사회안전망 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2020년 사회복지지출의 대(對)GDP 비율은 12.2%로 OECD 전체 20%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에 있으며, 1인당 실질구매력 기준 GDP가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이탈리아의 경우 사회복지지출의 대GDP 비율은 28%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비중)은 43.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현재도 심각한 고령층의 빈곤과 사회안전망 문제가 향후 고령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회복 불능 상태로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15세 이상부터 65세 미만의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14세 이하 인구와 65세 이상 인구에 대한 부양비율은 2021년 39.7명에서 2026년 46.1명으로 높아진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경제활동인구의 소비와 저축 여력을 낮추고, 총체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55년은 1990년생이 65세가 되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나이가 된다. 그러니 산술적으로는 2055년 국민연금이 고갈되어 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셋째, 그렇다면 고령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해답은 현재의 저부담·저복지 사회에서 고부담·고복지 사회로 이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과 조세 등 국민 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적 신뢰자산 축적이 미약한 사회에서는 정치적인 저항이 크기 때문에 어렵다는 데 있다. 서울대 국가전략위원회의 조사(‘코리아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복지 확대를 위해 추가로 세금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긍정하는 비율은 20대 19%, 30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핵심은 초고령화사회 진입이라는 절박한 국가과제에 대한 해답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 해답을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데 있다. 개혁은 근본적으로 기득권의 양보를 요구한다. 한 예로 국민연금의 경우, 2055년 재원 고갈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가입자들이 현재보다 더 부담하고 덜 받는 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한편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조세 부담을 추가하거나 재정적자를 확대해야 한다.

 

‘불편한 진실’ 듣기 싫어하는 유권자도 문제

대통령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 대통령 후보들이 정책대안을 제시해 국민의 지지를 경쟁하고, 그 결과로 해결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국가과제를 모를 리 없는 대선후보나 캠프들은 왜 이 국가과제를 외면하고 있는가? 미루어 짐작하건대 한마디로 불편한 진실을 거론하는 것은 표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이 듣기 불편한 소리로 표를 잃을 위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선거 전략으로는 유권자들이 듣기 불편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시대과제를 외면하는 현재의 대선으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이미 실패한 대통령을 예정하고 있는 것과 같다. 대선을 통해 국민의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국가과제를 대통령이 되고 나서 추진하고자 한다면, 국민의 저항을 막을 정치적 근거가 없고, 따라서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결과로 다음 대통령이 2027년 5월 임기를 마칠 때는 고령화 대응 실패로 인해 다시 국민은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들고나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표 떨어지는 것이 무섭고, 유권자들은 기득권을 포기하기 싫어 시대과제를 외면한다면, 나라의 미래가 참담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절박한 시대과제보다 어느 후보의 부인이 대통령 부인으로 더 부적합한지 여부가 중요하게 거론되는 이 기막힌 태평성대 대선을 통해 선출될 대통령은 이미 실패를 예정하고 있다. 이제라도 대통령으로서 직면하게 될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절박한 시대과제에 대해 국민에게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경쟁함으로써 부디 미래가 밝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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