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잘 해서 해외보다 정점 늦어져…‘K-방역의 역설’
  • 박선우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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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방역으로 ‘오미크론 확산 속도’ ‘일상회복 속도’ 같이 느려져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일일 확진자수가 1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확산세의 정점’이 언제냐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오미크론 확산 정점이 지나갔다는 판단하에 앞다퉈 ‘위드 오미크론’을 선언하고 있어서다. 다만 한국의 경우 ‘고강도 방역’으로 오미크론 확산의 정점을 늦춘 만큼 일상회복 시점도 멀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에게는 비보(悲報)가 날아든 셈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에서 코로나19 확산 예측을 연구하는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오미크론 정점 시점이 해외 주요국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오미크론이) 우세종까지 되는 데 3주가 걸렸는데 다시 3주 이후인 1월14일경에 정점을 찍었다”며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유입 후 7주가 지난 1월24일 우세종이 됐다는 점에서 다시 7주 후인 3월 중순에 정점을 찍을 수 있다”고 예견했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오미크론 우세종화까지 더 긴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우리는 방역을 잘하는 편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국민들이 협조를 굉장히 잘하고 있어서 우세종까지 걸리는 시간을 미룰 수 있었고, 정점까지 걸리는 시간도 다른 나라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주도의 고강도 방역에 국민들의 협조가 더해진 이른바 ‘K-방역’ 기조가 오미크론의 우세종화 시점을 늦췄고, 이에 따라 확산세 정점 도달 기간 역시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 교수는 확산세 정점까지의 소요 기간이 해외보다 길다고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오미크론 확산세 정점까지 경사도가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병상 부족 등 의료 대응 체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며 “확산세 정점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다고 해서 전체 확진자 규모가 늘어난다고 볼 수만은 없고, 되려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에 (해외에 비해) 상황이 안 좋다고 볼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 역시 정점 도달까지의 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길 것이라고 내다본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3T(검사·추적·치료)의 실행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외국에 비해 정점까지 올라가는데 2배 정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감염에 의한 면역 획득자 비율이 높은 외국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하기 전까진 현행 거리두기 틀을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다만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고려해 18일 ‘사적모임 6인·영업시간 오후 9시’인 현행 거리두기 방침을 ‘사적모임 6인·영업시간 오후 10시’로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자영업계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지난 15일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은 영업시간 제한조치 철폐 등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강행했다. 18일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영업시간을 1시간 연장해 줬다고 해서 자영업자들의 영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간의 고강도 방역 조치로 자영업자들은 이미 한계를 이미 넘어선지 오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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