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 좌회전 금지?…민주당의 ‘친문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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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文 추미애‧고민정 ‘활약’에…‘중도층’ 멀어질 수 있단 우려
유창선 “촛불 민심으론 한계…반전 위해선 캠페인 전환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6일 저녁 서울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6일 저녁 서울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이 1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친문(親文)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데 야당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SNS를 통해 연일 확산하고 있어서다. 실제 평론가들 사이에선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고민정 의원 등 친문 진영의 ‘활약’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확장성을 키우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은 중앙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지나친 네거티브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거 운동을 해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다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자기 정치’를 해선 곤란하다고 당부했다”며 “팩트(fact)가 없는 네거티브는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경고”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의 경고는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위원장은 선대위에 전면에 나선 당일부터 당내 의원들의 ‘자기 정치’에 우려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본부장급 회의를 열고 이날 추미애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이 “(이 위원장은) 이 후보를 대장동 비리 범인으로 몰았던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적은 것을 두고, 이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하면 선거 망하자는 얘기”라며 진노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역시 이 위원장 의견에 공감하고 추 전 장관에게 전화해 글 삭제를 지시했다.

민주당은 ‘구두 경고’를 넘어 SNS 활용과 언행(言行)에 대한 강력한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최근 각 시도당에 ‘선대위 비상 체제 운영 지침’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침에는 ‘실언·실화 주의’ ‘방역수칙과 거리두기 위반 금지’ ‘유흥·사치 행동 엄격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네거티브’가 아닌 이 후보의 강점을 알리는 방식의 SNS 선거 운동 방향도 제시했다. 선대위는 지침을 위반할 경우 곧장 직책을 박탈하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실시하겠다고도 명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대구 동성로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대구 동성로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교체’ 여론 흡수하려면 ‘친문’으론 한계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선대위의 최근 행보가 ‘정권교체’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은 58.3%, 정권유지는 37.3%를 기록했다. 국민 10명 중 6명 가까이가 현 정권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야당 대선 주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이 정권교체 여론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모양새다.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는 34.1%, 윤 후보는 42.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로서는 중도에 머물고 있는 정권교체 여론을 최대한 흡수해야 반전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이 후보가 최근 ‘정치 교체’라는 구호를 내걸고 현 정권과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 정권과 관계된 민주당 인사들의 ‘존재감’이 이 후보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윤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던 추 전 장관과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고민정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SNS를 통해 ‘조국 사태’ ‘김혜경 과잉의전 논란’ 등을 방어하면서 윤 후보 ‘저격수’로 나서고 있다. 다만 이들의 활약이 친문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도층 포섭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일부 평론가들의 의견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의 위기를 부른 결정적 이유가 ‘조국 사태’ 등에서 사과를 안 하고 방어만 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프레임’을 만드는 데만 몰두했기 때문”이라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추미애 전 장관이다. 이런 (친문) 인사들의 활약이 오히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결정적 변수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고서도 당내 경선을 치르듯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만 반복했다. 마치 5년 전 촛불정국 때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들만 차고 넘쳤다”며 “이 모두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등 돌린 중도층을 오히려 더욱 멀리 보내는 메시지들”이라고 했다. 이어 “그랬던 민주당이 이래선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확장성을 가질 수 없음을 뒤늦게 깨닫고 선거 캠페인의 대전환에 나선 것”이라며 “지지율 하락하니까 다급하게 변신한다는 시선을 받을 수 있기에 진정성 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선 인용한 여론조사는 JTBC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결과다. 전국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8.3%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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