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EC 과징금 철퇴…베트남서 관료 상대 로비도 적발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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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수주하려 베트남 관료 뒷돈 매수…630만 달러 부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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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대규모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베트남 내 사업 수주 과정에서 관료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사실과 국내에서 벌어진 불법 정치 후원금 사건이 이번 제재의 배경이다.

SEC는 최근 KT가 해외부패방지법을 위반했다며 350만 달러의 민사상 과태료와 280만 달러의 추징금 등 630만 달러(한화 약 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999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KT는 이 법 적용 대상이다.

SEC에 따르면, KT는 베트남에서 2건의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뒷돈으로 정부 관료를 매수했다. KT는 2014년에서 2018년 사이 베트남 꽝빈(Quang Binh) 지역의 태양광 발전소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현지 건설업자에게 로비를 청탁했다. 그 대가로 KT는 약 20만 달러(한화 약 2억3000만원)를 지급했다. KT 또 베트남 법인 카드를 이용해 ‘카드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 현지 고위 관료에게 금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KT는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베트남 노동부와 현지 5개 대학에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하는 직업훈련학교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과정에서도 불법 로비를 벌였다. 로비스트를 고용해 기술 컨설팅 서비스 명목으로 약 77만5000달러(한화 약 9억2600만원)를 건넨 뒤 이를 정부 관료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게 한 것이다.

국내에서 벌어진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 사건도 이번 제재의 한 배경이 됐다. KT는 2014년에서 2017년 사이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 이중 4억3790만 원을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에 관여한 KT 직원들은 약식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는 구현모 KT 대표도 포함됐다. 사건 당시 부사장급 임원이던 구 대표는 대관 담당 임원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건에 가담했다. 이 일로 구 대표에게는 최근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구 대표 등 기소된 KT 임직원들은 이에 불복,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다.

SEC는 KT의 불법 정치 후원금과 로비 등이 벌어진 배경에 대해 “자선 기부금과 임원 보너스 및 상품권 구매에 대해 충분한 내부 회계 통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SEC 또 “KT는 거의 10년 동안 비즈니스 운영의 주요 측면과 관련해 충분한 내부 회계 통제를 구현하는 데 실패했으며 관련 반부패 정책 또는 절차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K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결정에 시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지만 과징금 납부에는 합의한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준법감시 조직 강화와 부패방지행동강령 제정, 임직원 교육 및 내부통제 강화 등의 노력을 해왔다”며 “향후 법 준수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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