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축통화국’ 발언 논란…野 “최고의 똥볼” 총공세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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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제2의 IMF 사태 초래하나” vs 與 “발목잡기 그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공동취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공동취재

지난 21일 대선 후보 TV토론 도중 “한국이 곧 기축통화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총공세 태세를 갖췄고, 더불어민주당은 “말꼬리 잡지 말라”고 엄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22일 허은아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아무리 한국이 세계적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지만 국제금융의 취약성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다”며 “기축통화국 흉내를 내겠다며 통화를 찍어내면 원화 가치를 폭락시켜 경제에 위기를 초래할 것이며, 심각하면 제2의 IMF 사태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또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돈을 찍어내 나랏빚을 감당하자는 얘기는, 내가 산 주식이 앞으로 대박을 칠 수 있으니 지금 빚져서 소비해도 된다는 대책 없는 낙관론과 다르지 않다”며 “아무리 무식하면 용감하다지만, 이 후보는 최고도의 신중함이 요구되는 통화정책을 경기도 지역화폐정책처럼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후보는 위기에 강한 면모는커녕 위기를 만드는 무능과 무식을 보여줬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NS에 “이재명 캠프도 얼마나 당황했을까. 대선을 2주 앞두고 후보가 찰 수 있는 똥볼의 드라마 중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고 조롱했다. 윤 전 의원은 “똑똑한 고등학생도 아는 경제상식도 모르고 대선후보라는 이가 이제껏 국가재정을 망치자 주장해온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전날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기축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 후보와 민주당이 주장해 온 ‘유능한 경제 대통령’ 프레임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후보의 ‘기축통화국’ 관련 발언이 적정 국가부채 비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채이배 민주당 선대위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이 후보의 발언은) 우리나라 경제가 튼튼하고,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고, 국가채무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말꼬리 붙잡으면 논쟁의 본질을 흐리는 무능한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걱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기축통화국 관련 발언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란 입장이다. 박주민 민주당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전경련에서 발표가 있었다”며 “기축통화라고 쓰는 표현이 원래는 달러만 언급한다는 부분도 있겠지만 최근에 보면 이제 유로화나 엔화 같이 국제 통화도 대부분 기축통화라고 표현한다”고 해명했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경련 보고서를 기반으로 했던 것에 대해 토론의 여지는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경련은 이날 ‘원화의 SDR(Special Drawing Rights·특별인출권) 편입 추진 관련 설명자료’를 따로 내고 ‘기축통화국’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았다. 전경련은 “SDR 편입을 제안한 배경은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의 지위로서 최근 재정건정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국제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으로 무역수지마저 적자가 지속될 수 있어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른 경제위기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원화의 SDR 편입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경련은 “원화가 SDR에 편입돼도 원화 베이스 국채수요가 곧바로 증가하지는 않기 때문에 국가재정건전성 문제는 거시경제안전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야만 국제지급과 결제 기능을 갖춘 명실상부한 기축통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펀더멘털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는 전날 중앙선관위 주관 첫 법정 TV토론에서 국가 부채의 적정 비율을 묻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질문에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제일 높은데 국가부채비율은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결국은 국가가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긴 것이고, 지금은 (국채 발행에) 충분히 여유가 있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한국이) 곧 기축통화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도 며칠 전에 나왔다. 그만큼 우리 경제력 수준이 높은데 가계부채비율은 너무 높아서 국민은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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