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추경 축제’ [쓴소리 곧은 소리]
  • 안창남 강남대 교수 (세무학과) (acnanp@naver.com)
  • 승인 2022.02.26 14:00
  • 호수 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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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예산 처리 두 달 만에 편성된 추경이 정상인가
표 좀 얻어보겠다는 여야 정치권의 얄팍한 수법

국회는 2월21일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의결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제출한 14조원보다 2조9000억원 증액된 것으로, 핵심은 소상공인·자영업자 320만 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총 12조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에 따라 피해를 본 사업자들에게 정부가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성심성의껏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라는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부닥쳐 곤경에 빠져있는 것을 정부가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면 이들은 세금으로 지원한 금액 이상으로 세금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추경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추경 편성과 국회 통과 절차를 보면 상당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2월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2년도 소상공인 시장진흥기금운용계획변경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국가재정법이 추경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이유

첫째, 정부와 국회의 상황 예측 능력 부족이다. 2022년도 살림살이를 위한 예산안 607조7000억원이 지난해 12월3일 여당과 야당의 합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했다. 그 예산안에는 이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10조원이 계상되어 있었다. 그런데 두 달도 못 되어 다시 12조원을 추가로 편성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2022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나 국회 심의 또는 확정 시점에도 코로나19가 창궐했고, 올해 안에 그 끝이 보인다고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2022년 예산안에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금액을 반영했어야 했다.

왜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두 번 (또는 그 이상) 하려고 하는가. 국민 살림살이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능력이 심히 결핍되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선거를 앞두고 표 좀 얻어보겠다는 정치권의 얄팍한 수법이요, 선심성 지원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추경이 절기만 되면 벌어지는 무슨 축제라도 된다는 말인가.

둘째, 정부의 예산편성권 남용이다. 정부는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다(헌법 제56조). 그렇지만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남북관계의 변화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추경 편성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국가재정법 제89조).

그런데 2021년 12월 예산안 통과 시점과 2022년 추경 예산안 통과 시점 사이 두어 달 남짓한 기간에 과연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을 충족할 만큼 추가적으로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는지는 의문이다. 관련 법령의 대규모 재해 등의 용어를 자의적으로 유추·확대 해석해 추경의 구실을 삼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설사 법이 허용하는 것이라도 모두 도덕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초과 세수입의 범위 내에서 추경을 편성했다고는 하지만, 초과 세수입이 발생하면 국채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국가재정법 제90조). 이를 도외시하고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건전재정 마련을 목적으로 제정한 국가재정법의 취지에 어긋난다. 국채를 모집할 때 정부가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헌법 제57조)도 이런 취지다.

설령 추경의 사유가 발생했다고 해도, 2022년도에 편성된 예산을 먼저 사용하고, 부족하면 본예산의 불요불급한 지출 항목을 구조조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비비 등도 있다. 이렇게 하고도 부족하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사정을 정부가 왜 모르겠는가.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독일·프랑스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감소

셋째, 국회의 정부에 대한 예산통제권 방임이다. 이번 추경 편성 과정을 보면 당초 정부는 추경에 소극적이었는데 정치권이 압박하자 떠밀려 14조원 규모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 불필요한 항목을 걸러내야 하는 국회에서 여당은 물론 야당도 합세해 추경 규모를 30조원 내지 50조원으로 확대하자고 요구했다. 유감이다.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추경 금액을 늘릴 수 없다(헌법 제57조). 그런데 국회가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권한(헌법 제54조 제1항)을 무기로 삼아 정부로 하여금 증액된 예산안(이른바 쪽지예산)을 가져오도록 강제했던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마지막으로 잦은 추경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 재정 건전성이 낮은 국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채권시장이 이를 소화하지 못해 금리가 오르기 마련이다.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예산총액과 국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의 2021년 결산 대비 2022년 예산총액을 보면 미국은 1조2384억 달러, 독일은 1047억 유로, 프랑스는 402억 유로만큼 각각 감소했다.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길은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는 예산균형의 원칙과 재정준칙을 통한 방법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회원국의 공공적자는 국민총생산의 3% 이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마스트리히트 조약 제104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시행할 목적의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적자예산을 편성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평균수명 증가와 생산인구 감소는 세출 증대와 세입 감소를 동반함으로써 공공부채 증가에 대한 염려를 가중시킨다. 궁극적으로 현 세대의 채무가 다음 세대에게 불합리하게 전가됨으로써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과중한 채무로 인해 국가신인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적자예산 편성 및 불필요한 추경은 억제되어야 마땅하다.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짬짜미해 예산을 통과시킬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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