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가세한 OTT 대전, 승자는 누가 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7 10:00
  • 호수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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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는 왜 티빙과 전략적 협업 택했나
K콘텐츠 파급력이 글로벌 OTT에 미친 영향도 주목

이미 포화상태라고 여겨졌던 OTT 격전지에 또 하나의 글로벌 기업이 발을 들인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처럼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이번에 한국 내 스트리밍 전쟁에 참전한 기업은 미국의 파라마운트 글로벌. 이 회사의 OTT 서비스인 파라마운트플러스(이하 파라마운트+)가 한국에 상륙했다. 다른 OTT들의 상륙작전과는 방식이 다르다. 토종 OTT인 티빙의 브랜드관을 통해 콘텐츠를 선보이기로 한 것. 6월1일 파라마운트+ 스페셜 페이지가 선공개됐고, 16일부터는 브랜드관이 정식으로 열린다. 국내 이용자들에게 인지도도 높지 않고,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정도의 킬러 콘텐츠로 무장한 것도 아니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아 본격적인 ‘한국 진출’이라고 일컫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왜 파라마운트+의 진입을 눈여겨봐야 할까. 이 장면이 국내 OTT 시장의 현주소와 K콘텐츠의 파급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방위 파트너십 체결…‘윈윈 전략’

세계적인 콘텐츠 플랫폼의 흐름은 명백하다. ‘스트리밍’이다. 그것을 파라마운트라는 회사의 존재 자체가 보여준다. CBS, MTV, 니켈로디온, 쇼타임 등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미국의 바이아컴CBS가 《트랜스포머》 《스타트랙》으로 알려진 핵심 자회사인 파라마운트픽처스의 이름을 따 사명을 바꾼 것이 파라마운트 글로벌(이하 파라마운트)이다. 파라마운트픽처스가 보유한 자체 콘텐츠를 앞세워 스트리밍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이미 가입자 48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었던 파라마운트의 OTT 플랫폼인 파라마운트+(구 CBS 올액세스)로 60여 개국에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는데, 2024년부터는 파라마운트픽처스의 모든 영화가 개봉 이후 파라마운트+를 통해 스트리밍된다.

파라마운트+의 아시아 진출 첫 거점이 된 곳이 한국이다. 6월16일부터 티빙 내 파라마운트+관을 통해 파라마운트픽처스의 대표작들과 CBS 드라마 시리즈 등이 공개된다. 선공개된 일부 콘텐츠를 포함해 《미션 임파서블》 《탑건》 《포레스트 검프》 《대부》 등 파라마운트픽처스 대표작들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게임 원작의 블록버스터 시리즈 《헤일로》, 《슈퍼펌프드: 우버 전쟁》 《옐로우재킷》 《1883》 등이 정식 공개될 예정이다. 《CSI》 《NCSI》 등 CBS 시리즈 등의 콘텐츠도 한국 시청자들을 본격적으로 만난다. 스폰지밥으로 알려진 파라마운트 산하 어린이 채널인 니켈로디언의 애니메이션도 발을 들인다.

그럼 파라마운트는 어떻게 티빙과 손을 잡게 된 걸까. 협업의 시작은 작년 말부터다. 지난해 12월, 티빙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CJ ENM은 파라마운트(당시 바이아컴CBS)와 전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CJ ENM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영화 및 드라마 제작부터 유통까지 전 단계에서 협업하기로 한 것이다. CJ EN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파라마운트+, 파라마운트픽처스와 협력하는 형태다. 이때 파라마운트는 CJ ENM의 OTT 플랫폼인 티빙에 대한 지분 투자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이어나가기로 했는데, 이와 더불어 파라마운트의 인기 콘텐츠를 티빙 내 브랜드관을 통해 서비스하기로 한 것이다.

 

콘텐츠 확장 나선 CJ ENM의 큰 그림

이 파트너십의 핵심은 CJ ENM과 파라마운트의 ‘윈윈’ 전략이다. 일단 이 전략적 협업을 통해 파라마운트+는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콘텐츠 기업인 CJ ENM의 콘텐츠와 IP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으로 K콘텐츠의 인기와 한국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한 시점에, OTT로서는 후발주자인 파라마운트+가 한국 콘텐츠를 자사 OTT 플랫폼에 유치하는 데 속도를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CJ ENM도 득이 있다. 일단 글로벌 기업의 자본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파라마운트가 투자하는 티빙 오리지널 첫 작품은 이준익 영화감독의 첫 OTT 진출작인 《욘더》. 티빙과 파라마운트는 이를 시작으로 6편의 오리지널 제작에 대한 공동투자도 논의하고 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 산하 스트리밍 채널인 플루토TV에도 ‘K콘텐츠 바이 CJ ENM’이라는 이름의 브랜드관을 오픈했는데,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통시킬 글로벌 플랫폼을 확보한 셈이다.

OTT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또 하나의 글로벌 OTT인 파라마운트+가 국내 진출을 시도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혔지만, 사실상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 시도보다는 CJ ENM의 콘텐츠 확장 측면에서 재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CJ ENM은 박찬욱 감독이 설립한 모호필름을 비롯해 영화사 4곳을 인수하면서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데, 글로벌에서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 엔데버를 인수하고,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미국 내 콘텐츠 기업들과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며 ‘제작’에 집중했던 CJ ENM이,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에 힘을 싣는 전략으로 파라마운트와의 협업을 결정한 것이다. OTT로서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 비하면 덩치가 작지만, 미국의 종합 미디어그룹인 파라마운트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파라마운트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새로운 OTT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CJ ENM은 이 가능성을 본 것이다.

파라마운트+가 국내 OTT 시장 질서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체 플랫폼을 들고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타 OTT의 가입자를 끌고 올 수도 없다. 더군다나 시장 1위 넷플릭스, 마블과 디즈니 등 강력한 IP를 쥐고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도 가입자 수 정체를 겪고 있는 상황. 킬러 콘텐츠가 많이 없어 국내 이용자들을 가입시킬 유인이 적다는 점을 볼 때, 오히려 파라마운트+가 티빙 내 ‘입점’ 형태를 취한 것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영리한 전략일 수 있다.

티빙을 이용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티빙을 통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확장된다. 티빙 가입자들은 파라마운트픽처스의 영화 작품들, 애니메이션, CBS 드라마 시리즈를 추가 비용 없이 볼 수 있다(네이버플러스멤버십 혜택으로 티빙을 선택해 이용하는 경우에는 베이직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나아가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퀄리티 높은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더해진다. CJ ENM 관계자는 “글로벌 자본이 K콘텐츠 제작에 유입된다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호 ‘윈윈 전략’을 통해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티빙의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통해 공개되는 작품들ⓒ티빙

향후 글로벌 OTT 진입에도 영향

그러니까 국내 OTT 시장에 파라마운트+가 어떤 영향을 주기보다는, 파라마운트+를 통해 콘텐츠를 확장한 티빙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인해 전체 OTT 산업이 조금씩 정체되고 있는 시점. 티빙은 2020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유료 가입자 수를 3배 이상 늘리면서 급부상했지만, 올 1분기 가입자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말 티빙의 유료 가입자는 전년 대비 108만 명 순증한 324만 명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확장-가입자 증가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파라마운트+ 브랜드관 오픈과 함께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다.

파라마운트+와 티빙의 성적표는 향후 글로벌 OTT의 한국 진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역시 미국의 종합 미디어그룹 중 하나인 워너미디어의 OTT, HBO맥스가 대표적이다. 《왕좌의 게임》 《프렌즈》 《체르노빌》 등 드라마 시리즈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 인기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웨이브와의 계약을 통해 웨이브 플랫폼 내에서 일부 콘텐츠를 제공한다. HBO맥스가 한국 지사 인력 채용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HBO맥스는 올해 예정했던 한국 진출을 포기하고 오는 7월 만료되는 웨이브와의 콘텐츠 계약 연장을 논의 중이다. 기존 HBO 콘텐츠는 물론 HBO맥스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확대해 계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파라마운트+와 티빙의 사례처럼 콘텐츠에 대한 공동투자를 통해 ‘윈윈 전략’을 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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