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국민 스타’ 반열 확인했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4 11:00
  • 호수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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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초동판매량 110만2021장으로 아이돌 제쳐
복귀와 동시에 ‘종편 스타’ 선입견 불식

이미 국민 스타였지만 더더욱 국민 스타 위상임이 확인됐다. 최근 복귀한 임영웅 이야기다. 그는 TV조선 오디션 《미스터트롯》 출신이다. 여기엔 대중문화계 주류와 동떨어진 두 개의 지점이 있다. 바로 종합편성채널(종편) TV조선이라는 부분과 트로트라는 부분이다. 

종편은 방송계 후발주자로서 아직 트렌드 중심하고는 거리가 있다고 여겨졌다. 굳이 중심, 변방으로 구분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종편의 영역과 기존 지상파, CJ 계열 채널의 영역 사이엔 차이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이 트렌드를 주도하는데 종편 주요 시청층이 고연령대이다 보니 더욱 종편이 트렌드 핵심과 구분돼 보였다. 

임영웅 정규 1집 ‘IM HERO’ 화보ⓒ물고기컴퍼니 제공

종편과 트로트의 한계 뛰어넘어 

임영웅은 바로 그런 종편 채널의 오디션 출신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중문화계 주류하고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다. 게다가 《미스터트롯》 후속 계약에 의해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TV조선에서만 활동했다. 그러다 보니 종편 가수 이미지가 고착화하다시피 했다. 이러면 보편적인 스타로 인정받기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두 번째 지점, 트로트다. 트로트는 1970년대까지 우리 가요계 주류였지만 이미 1980년대부터 핫트렌드와 거리가 멀게 느껴졌었다. 2000년대 초에 댄스 트로트가 잠깐 반짝한 후로 주류 플랫폼에선 지속적으로 침체기였다. 지방 행사 무대와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에서 사랑받지만 트로트 스타와 일반적인 가요계 스타 사이엔 확실한 구분이 있었다. 그래서 연말 가요 결산 프로그램이나 음악방송에서 트로트 스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음원차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임영웅에게는 이 두 가지 지점이 동시에 겹쳤다. 종편의 트로트 오디션 출신 가수인 것이다. 그럼에도 스타성이 가공할 정도여서 이미 국민 스타 반열에 올랐다. 불가사의한 사건이다. 《미스터트롯》 기획자들도 자신들 프로그램이 이런 정도의 스타를 배출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임영웅의 위상은 업계에서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진작 넘어섰다. 

한국갤럽의 2001년 ‘올해를 빛낸 가수’ 조사에서 30대 이하는 방탄소년단, 40대 이상은 임영웅을 꼽았다. 그런데 연령대를 통합하면 임영웅이 전체 1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갤럽 측이 전체 순위를 발표하면 젊은 층의 선호가 묻힌다며 연령대를 나눴다. 그 얘기는 임영웅 지지율이 방탄소년단을 눌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 지지율 1위일 뿐만 아니라, 임영웅이 가장 폭넓은 연령대 국민으로부터 지목된 스타이기도 했다. 그해 연말 네이버 올해의 검색어 인물 부문에선 임영웅 1위, 방탄소년단 2위였다. 이러니 임영웅이 이미 국민 스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편과 트로트라는 두 개의 한계가 작동했다. 각종 순위와 연이어 벌어진 놀라운 사건들이 임영웅의 위상을 보여줬지만 일각에선 계속해서 그의 위상을 부정했다. 그저 트로트를 하는 종편 스타 정도로만 인식했던 것이다.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타》에서 매우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는데도, 종편 트로트라는 선입견에 그의 노래를 들어보지도 않고 폄하만 하는 시선도 있었다. 《사랑의 콜센타》 자체를 일각에선 그저 중장년층이 관성적으로 보는 종편 프로그램 중 하나 정도로 가볍게 인식했다. 

임영웅 정규 1집 ‘IM HERO’ 화보ⓒ물고기컴퍼니 제공
임영웅 정규 1집 ‘IM HERO’ 화보ⓒ물고기컴퍼니 제공

거기다가 1년 반에 걸쳐 TV조선에만 나오다 보니, 그 채널을 보지 않는 국민에게 임영웅은 여전히 낯선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미 국민 스타 반열인데도 끊임없이 이를 부정하는 시선이 있어왔다. 인터넷 게시판에선 ‘난 임영웅이 누군지도 모르고 노래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무슨 스타라는 거냐’는 식의 논란글들이 올라왔다. 좋고 싫고를 떠나 스타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엇갈렸다. 이렇게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극명하게 엇갈린 국민 스타는 처음이다. 

안 그래도 그렇게 인지도가 엇갈렸는데 임영웅에겐 심지어 긴 공백기까지 있었다. 2021년 9월12일 《미스터트롯》 후속 계약이 끝난 후 최근까지 활동이 없었다. 중간에 KBS 단독쇼를 하고 OST 곡 《사랑은 늘 도망가》도 발표했지만, 단발성 활동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공백기였다. 이렇다 보니 임영웅에 대한 일각의 인식이 더욱 저하됐다. 거기다 임영웅 자신의 한계도 있었다. 바로 앨범이 없었다는 점이다. 임영웅이 《미스터트롯》 《사랑의 콜센타》 등에서 놀라운 가창력으로 많은 국민을 위로해줬음에도 일각에선 계속해서 그가 남의 노래를 부른다며 음악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임영웅은 분명히 국민 스타인데도 아는 사람만 그걸 인정하는 기이한 위치에 있었다. 음악적으로도 매우 폭넓고 수준까지 높은데도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임영웅 정규 1집 ‘IM HERO’ 앨범 표지ⓒ물고기컴퍼니 제공

새 앨범의 놀라운 성과 

그런 상황에서 임영웅은 거의 8개월에 가까운 공백기를 끝내고 마침내 5월2일 정규 1집을 발표했다. 이 앨범이 임영웅의 위상을 수치로 말해 줬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요즘 앨범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에 젊은 층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앨범 판매량에 특히 민감하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임영웅 앨범 판매량에 일제히 경악하는 반응이 나왔다. 

누리꾼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이 초동판매량인데, 기존 솔로 가수 초동판매량 역대 1위는 한류 아이돌 엑소 멤버인 벡현의 86만8000여 장이었다. 2위는 세계 최고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가 기록한 73만6000여 장이다. 임영웅 1집은 발매 첫날 94만624장이 팔렸다. 단 하루에 역대 기록을 깬 것이다. 

누구보다도 아이돌 팬들 자신이 이런 앨범 판매량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기 때문에 특히 놀랐다. 임영웅 1집의 최종 초동판매량은 110만2021장으로 집계됐다. 2000년대에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솔로 가수 최초의 100만 장 돌파다. 

솔로 중에선 압도적으로 1위고, 전체 순위에선 8위다. 1위부터 4위까지 방탄소년단 앨범들이고, 4위는 NCT DREAM, 6위와 7위는 세븐틴, 그리고 임영웅이다. 임영웅 아래엔 방탄소년단, NCT, 세븐틴 등의 또 다른 앨범들이 포진해 있다. 임영웅이 최고 한류 스타 아이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아이돌 팬들이 특히 놀라는 지점은 임영웅이 한류 스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류 스타들의 엄청난 앨범 판매량엔 해외 구매가 큰 몫을 차지한다. 임영웅은 국내 구매가 대부분인데도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한류 스타 걸그룹을 모두 제쳤고, 보이그룹도 방탄소년단 등 세 팀을 제외하고 모두 제쳤다. 이건 국내 열기만 놓고 본다면 임영웅이 단연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솔로 가수다. 각 멤버들의 팬덤이 합산돼 팀의 총 판매량이 나오는 것이어서 솔로 가수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임영웅은 단 세 팀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팀을 제쳤다. 

또 사람들이 경악하는 건 임영웅이 팬사인회 마케팅을 안 한다는 점이다. 아이돌들이 앨범에 팬사인회 응모권을 넣는 식으로 마케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팬들이 응모권을 모으기 위해 앨범을 다량 구매하는데, 팬심을 볼모로 한 과도한 상술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영웅은 이번에 그런 것도 하지 않았는데 100만 장을 넘겼다. 

임영웅 정규 1집 ‘IM HERO’ 화보ⓒ물고기컴퍼니 제공
임영웅 정규 1집 ‘IM HERO’ 화보ⓒ물고기컴퍼니 제공

음악으로도 증명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성과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젊은 누리꾼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한마디로 국내 위주 솔로 가수가 팬사인회 등 이벤트도 안 하고 이런 성과를 낼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다.  

이로써 2년 이상 지속된 ‘임영웅이 정말 스타인가’라는 논란은 종식됐다. 그동안 종편을 안 보면서 임영웅을 무시해 왔던 일부 젊은 누리꾼도 숫자는 무시하기 어렵다. 임영웅의 위상을 이젠 아이돌 팬들이 먼저 인정하게 됐다. ‘임영웅이 국내에서 방탄소년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가’라는 식의 질문이 나오면 ‘쌉가능’(당연히 가능)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국민 스타 반열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확인된 것이다.  

해외 한류팬들이 먼저 임영웅의 위상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임영웅의 복귀 직전에 일부 해외 한류팬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류 스타의 복귀 시점이 임영웅과 겹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 국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었다. 외국인들은 트로트에 대한 편견이 없고 종편이 뭔지도 모르기 때문에 임영웅을 선입견으로 무시하지 않고, 그동안 각종 순위에서 확인된 수치를 근거로 한국의 엄청난 스타로만 인식했다. 그래서 임영웅 복귀 시기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활동 시기가 겹치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국내인들의 선입견도 이번 앨범으로 상당 부분 걷히게 됐다. 

이번 앨범은 음악적으로도 임영웅의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타이틀곡이 이적이 만든 《다시 만날 수 있을까》다. 이적은 트로트와 거리가 매우 멀고, 흔히 트로트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는 뮤지션이다. 바로 그런 이적의 발라드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 됐다. 뮤직비디오도 일반적인 트로트의 느낌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유럽 올로케로 세련된 영상미를 담아냈다. 

이것으로 임영웅이 트로트 가수라는 편견도 많이 불식될 것이다. 임영웅을 아는 사람들은 이미 임영웅의 장르가 다양하다는 걸 알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트로트 가수로만 생각했었다. 타이틀곡 말고도 이번 앨범엔 다양한 곡이 수록됐다. 2000년대 이후 100만 장 판매 수준의 음반 중에 이 정도의 다양성을 보여준 건 임영웅이 유일할 것이다. 과거엔 아이돌이 대중음악계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가요계를 외면했다. 음반, 음원 차트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임영웅이 그것을 다변화하면서 가요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좀 더 많은 국민이 차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앨범을 구입하게 됐다. 이번 앨범 활동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진행하면서 임영웅이 종편 스타라는 선입견도 불식될 것이다. 이미 국민 스타였지만 더욱 광범위한 국민에게서 그것을 확고하게 인정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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