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날아든 ‘출마 청구서’…“민주 대참패의 출발점”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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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뿐인 영광” 쓴소리 봇물…후폭풍 이어질 듯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6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6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쓴웃음'을 짓게 됐다. 이번 선거로 대선 패배 직후 첫 국회 입성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지만 '이재명만 살아남고 당은 죽었다'는 쓰라린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출마가 패배의 출발점'이라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오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위원장의 당선을 "상처 뿐인 영광"이라고 평가하며 그의 출마가 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직격했다. 조 의원은 "대선 패배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사람이 말을 뒤집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것. 컷오프도 뒤집고 나온 것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안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 제1자산이 지원을 나가겠다는 취지로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았는데 어떻게 됐나. (인천 계양을에) 발목 잡혀 전국적인 지원은 전혀 못한 데다가 오히려 비대위원 전체가 모여서 거기서(인천 계양을) 지원유세 하는 형국까지 몰렸다"며 "모양이 참 안 좋게 됐다"고 성토했다. 

조 의원은 향후 민주당이 선거 참패 책임론과 지도부 총사퇴 등을 놓고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수습을 위해서라도 이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3선인 이원욱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며 "이 말에 내 친구 이재명의 답이 있길 바란다"고 이 위원장의 당선을 비꼬았다. 이 의원은 이후 선거 참패 원인을 분석하는 글을 올리며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정치 고향인 분당 갑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짐에도 이른바 '안전한 지역'을 찾아 계양을을 선택했다"고 직격했다. 

그는 "전략공천위원장이었던 나는 이 후보에게 당당한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과거 손학규 대표의 분당을 출마 등 험지에 출마하여 선당후사를 보여주었던 민주당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열린 선택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며 "항간에서 얘기하듯 이 후보는 본인의 당선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고 계양으로 '도망'갔다. 경기지사선거의 패배를 예고한 행위였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대선 패배 직후 두 달만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위원장의 결정을 질타했다. 박 전 장관은 선거 결과를 확인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시대 '고양이 탈을 쓴 호랑이'를 그린 민화의 주인공은 어떤 심정으로 호랑이 몸짓에 고양이 얼굴을 그렸을까"라며 지난달 7일 게시한 글을 공유했다.

당시 박 전 장관은 "명분과 실리를 놓고 정치권이 다시 시끄럽다. 계양과 분당에 대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훈제를 위한 연기는 살 속으로 소리 없이 파고들고 있다"며 "명분은 정치인이 쌓은 시간에 비례하고 실리는 정치인이 어떤 전장을 택하느냐와 직결된다. 박지현은 ‘민주당의 명분’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화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이 텃밭인 계양을에 대선 후보였던 이 위원장을 공천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김해영 전 의원도 전날 SBS 개표방송에서 "계양을은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곳이기 때문에 이 위원장이 당선되는 게 큰 의미있는 행보는 아니다"며 "국민이 보기에 이 위원장의 출마는 상당히 납득하기 어렵고 명분이 부족한 출마였다"고 지적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SNS에 "한 명 살고 다 죽었다. 험난한 역사 속에 부대끼며 생존한 민주당 70년을 돌아본다"며 "면피용 반성문, 진정성 없는 혁신에 국민은 식상하다. 쇄신은 책임 큰 사람들이 물러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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