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텃밭 광주·전남은 지켰지만…‘국힘 약진’에 체면 구겼다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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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당 ‘석권’, 전남 무소속 ‘약진’…국민의힘 두 곳 모두 ‘선전’
최저 투표율·무소속 약진·국힘 도약 등 3중고…민주, 텃밭 수성 비상
국민의힘, ‘불모지’서 제2당 차지…민주당 견제 세력으로 교두보 마련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광주와 전남을 수성했다. 하지만 무소속 후보들이 전남에서 성과를 내고, 국민의힘이 제2당에 등극하면서 텃밭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아성인 호남에서조차 국민의힘 후보들의 득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또 민주당은 전남에서 무소속에게 기초단체장 7석을 내줘 흔들리는 텃밭 민심을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올리고, 광역의회 비례대표를 배출하면서 제2당의 위치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단 한곳에서도 투표를 통한 단체장과 시도의원을 배출하지 못해 아쉬움과 함께 높은 지역정서의 ‘벽을 다시 절감해야만 했다.

나주 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제8회 전국지방선거 나주시 개표소 모습 ⓒ시사저널
1일 오후 나주 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제8회 전국지방선거 나주시 개표소 모습 ⓒ시사저널

민주, 광주서 ‘치면치레’…광주시장·5개 구청장 모두 석권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광주시장과 5개 구청장 선거 모두 민주당 후보가 여유있게 승리를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는 74.91%(33만4699표)를 득표하면서 거세게 도전한 국민의힘 주기환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민주당 독주 견제’를 호소했던 주 후보는 득표율 20% 이상을 목표로 잡고 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친 주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측근임을 강조하며 ‘광주시 예산 10조원 유치’를 내세웠고, 중앙당도 주 후보의 공약을 보증하며 지원 사격했지만 기울어진 정치지형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주 후보는 15.9%, 7만1062표를 받았다. 

5개 구청장의 경우도 민주당이 석권했다. 현직인 동구청장 임택·남구청장 김병내·북구청장 문인 후보도 80%가 넘는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광주지역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서구청장 선거에서도 예상과 달리 민주당 김이강 후보가 65.01%를 얻어 34.98%를 획득한 서대석 후보를 넉넉하게 누르고 당선됐다. 광산구청장은 민주당 공천을 받은 박병규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다.

 

전남서 ‘쑥스러운 승리’…무소속에 기초단체장 7석 내줘

전남 단체장 선거에서도 대부분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민주당 김영록 전남지사 후보는 75.74%로 67만2433표를 얻어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18.8%, 16만3116표)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 기간 밀짚모자를 쓰고 유세를 했던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는 “전남도민을 민주당 표 찍는 머슴으로 착각하고 있는 민주당을 정신차리게 해달라”고 표심을 자극했지만 뿌리 깊은 지역정서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남 22개 기초단체장 중 민주당 후보는 15곳을 차지했고 무소속 7곳을 얻었다. 여수시(정기명)·나주시(윤병태)·담양군(이병노)·장성군(김한종)·곡성군(이상철)·구례군(김순호)·고흥군(공영민)·화순군(구복규)·장흥군(김성)·완도군(신우철)·영암군(우승희)·함평군(이상익)·신안군(박우량)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민주당 소속인 보성군수 김우철·해남군수 명현관 후보는 일찌감치 무투표 당선했다.

나머지 7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무소속 당선인은 목포시장 박홍률·순천시장 노관규·광양시장 정인화·강진군수 강진원·진도군수 김희수·무안군수 김산·영광군수 강종만 후보다. 

애초 전남 기초단체장 선거는 현직 단체장이 대거 무소속으로 나온 데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에 ‘반(反)민주당’ 정서가 확산하면서 무소속 돌풍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분전했지만 무소속 현직 시장군수가 강세를 보였던 나주·장성·고흥·장흥 등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그 기세가 수그러들었다는 평가다. 반면 당초 예상만큼은 아니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확고한 전남에서 다수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돼 ‘무소속 약진’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힘, 역대 최고 득표율…27년 만에 광주시의회 비례의원 배출

국민의힘은 불모지로 여겨진 광주·전남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보수정당 사상 역대 후보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데다 광역의회 비례대표까지 배출하면서 광주전남에서 제2당의 위치를 차지해 민주당 견제력으로서 교두보를 마련했다. 

우선 대부분 후보가 두 자릿수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후보 9명 중 5명이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가 15.90%를 득표했고,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도 18.81%를 득표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록한 광주 12.7%, 전남 11.44%의 득표율을 뛰어넘은 역대 보수 정당 후보 최고 득표율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광주 동구청장 양혜령·남구청장 강현구·북구청장 강백룡 후보, 전남 함평군수 김유성 후보가 모두 10%를 넘는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이어 정당 득표 2위를 기록하며 그동안 진보 정당이 차지한 제2당의 위치를 차지했다. 이에 정당 득표수로 의석이 배분되는 광주시와 전남도의회 비례대표 1석씩을 가져갔다. 

보수정당이 비례대표 광주시의원을 배출한 것은 제1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조수봉 민주자유당 의원 이후 무려 27년 만이다. 그러나 결국 단체장을 한 곳에서도 배출하지 못한 채 호남은 국민의힘 후보에게 ‘험지 중의 험지’임을 다시한번 절감해야 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이후 27년간 민주당 텃밭에서 광역단체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제2당으로 민주당 견제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투표율도 역대급 최저치를 기록하는 무관심 속에 선거가 치러지면서 민주당에 텃밭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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