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장기불황’의 시작점에 놓인 민주당
  •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3 10:00
  • 호수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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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기고] ‘민주적’ 보수정부의 탄생으로 민주당 차별성 잃어

민주당은 왜 패배했는가? 앞으로 민주당은 어떻게 될 것인가? 6·1 지방선거에서 파악된 정치지형의 변화는 무엇이고, 어떤 함의를 가질까? 4개 키워드로 민주당의 패배 원인과 정치지형 변화를 짚어보자. 4개 키워드는 ①0.7%포인트 ②허니문 효과 ③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④민주화 이후의 민주당 등이다. 

첫 번째 키워드는 ‘0.7%포인트’다. 3·9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0.7%포인트 차로 패했다. 0.7%포인트 차 패배는 민주당에 독(毒)이 됐다. 0.7%포인트 차로 패하자 민주당은 0.7%만큼만 개혁했다. n번방을 추적한 ‘불꽃’ 활동가 박지현씨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혔다. 민주당 혁신은 이게 전부였다. 

이후 민주당엔 ①검수완박(수사권-기소권 분리) 논란 ②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논란 ③이재명의 인천 계양 출마 논란 ④박지현 비대위원장의 ‘86 용퇴론’ 논란 등이 제기됐다. 모두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6·1 지방선거에서 6월2일 새벽 5시쯤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역전하며 승리한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2.0’의 근거가 생겼다. 이는 당대표 후보가 유력한 이재명 상임고문 쪽 이해관계와도 부합한다. 민주당은 자칫 ‘졌잘싸 전문당’이 될 수도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6월1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저조한 결과가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김동연의 극적 승리, 또 ‘졌잘싸’ 핑계 되나

두 번째 키워드는 ‘허니문 효과’다. 1995년 이후 지방선거 승패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을 딱 한 가지 꼽으라면 대통령선거와의 ‘시차’다. 집권여당은 집권 초반에 패배한 적이 없고, 집권 후반에 승리한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3·9 대선 이후에도 40%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윤석열 당선인은 초기에 허니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5월9일 문 대통령이 퇴임하고, 5월10일 대통령에 취임하자 윤 대통령의 ‘허니문 효과’는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박자 늦게 작동한 ‘시간차’ 허니문 효과다. 5월10일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빠지고, 국민의힘 후보들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다. 

세 번째 키워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다. 2009년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이때부터 민주당에는 ‘세대연합’이 만들어진다. 당시 2030세대, 현재 3040세대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접하며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미안함, 부채의식을 갖게 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이 쟁점화된다. 이를 계기로 ‘복지연합’이 만들어진다. 세대연합과 복지연합의 2단계 연합은 노 전 대통령의 구술 유작(遺作)인 《진보의 미래》처럼 향후 10년간 민주당의 전성시대로 연결된다. 

6·1 지방선거 결과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상징하는 게 ‘김해시장 선거’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2010년,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후보가 약 15%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12년 만의 탈환이다. 

네 번째 키워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당’이다. 냉전 세력은 탈(脫)냉전이 되면 망하고 민주화 세력은 민주화가 되면 망한다. 한국 냉전 세력이 망하는 상징적 분기점은 2014년 12월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 판결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은 얼핏 박근혜 정부의 승리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해산은 ‘한국의 냉전우파 세력이 자신의 산소호흡기를 끊은 사건’이기도 했다. 한국의 냉전우파 세력은 통합진보당 덕택에 먹고살 수 있었다. 필자는 2014년 12월19일 밤에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냉전 세력의 몰락은 ‘미션의 완수’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자 ‘냉전 논리’는 대중적 설득력을 잃게 됐다. 역사의 변증법이다. 

민주화 세력은 언제 망하게 될까? 민주화가 되면 망한다.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민주주의의 공고화’ 개념을 제시한다.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는 시점은 ①권위주의 세력이 집권하던 상황에서→ ②민주화 세력이 정권교체를 해내고→ ③다시 권위주의 세력이 재집권하고→ ④다시 민주화 세력이 재집권하는 시점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④번 민주화 세력의 재집권은 언제일까? 2017년 5월10일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민주적’ 보수정부의 탄생을 의미한다. ‘검사 윤석열’은 상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국정원 댓글 논란을 수사하려 했고, 전직 대통령 박근혜와 이명박을 구속했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2017년 탄핵 사건에 대해 ‘탄핵을 찬성한’ 보수와 ‘탄핵을 반대한’ 보수로 분열됐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것은 ‘탄핵 찬성 보수’를 중심으로 보수의 전열 재정비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고통스러운 혁신에 나설까

정리해 보자. 지난 10년간 민주당은 연합했고, 국민의힘은 분열했다. 진보는 세대연합과 복지연합을 했다. 보수는 민주주의 이슈에서 분열했다. 민주당 10년 전성시대의 동력이었다.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민주당의 긍정 에너지는 소진되고 있다. 세대연합은 부분 와해됐고, 복지연합은 ‘현찰 박치기’로 오염되고 있다. 보수는 혁신을 통해 단결하고 있다. 

경제 용어를 빌리면, 지난 10년간 민주당은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로 인한 자산시장 버블기였다. 유동성이 풍부해 종목과 실적이 안 좋아도 주가가 상승했다. 지역구가 불리하고, 인물 경쟁력이 떨어져도 당선이 가능했다. 이제 반대 방향이 됐다. 민주당은 이제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산시장 하강기를 맞게 됐다. 종목과 실적이 좋아도 주가는 하락할 것이다. 

민주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두 가지 대응이 있다. 첫째, 혁신하는 것이다. 당의 정책 노선을 재점검하고 정치 노선과 인물까지 혁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항상 저항이 따르고, 원래 힘든 법이다. 둘째,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워있는 것이다. 반사이익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면 혁신은 안 해도 된다. 

민주당은 ‘감나무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감나무 전략을 채택할 경우 ‘정치적 장기불황’ 시기는 더 길어질 것이다. 6·1 지방선거는 이제 겨우, 국면의 초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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