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조현수,국민참여재판 거부…유족 울분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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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판서 고개 들고 재판부 질문에 태연히 답변
피고인 측 “혐의 인정 여부, 다음 기일서 밝히겠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지난달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지난달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구속 기소된 지 한 달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이들은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하면서 다음 기일에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재판을 지켜 본 유족은 두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인천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이규훈)는 3일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와 그의 내연남 조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씨와 조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피고인들은 법정에 들어선 후 고개를 들고 재판부의 질문에 담담하게 답변했다.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모두 확인했나"는 등 질문에 이씨와 조씨는 모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배심원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의견을 내는 제도)으로 진행하길 원하느냐"고 묻자 이들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공소사실 인정 여부에 대해 이씨와 조씨 변호인 측은 "2차례 검찰에 (증거기록) 열람·복사를 신청했는데 거절됐다"며 "현재로서는 혐의 인정 여부에 관한 의견을 밝힐 수 없다. 다음 재판 때 의견을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은 "증거기록 분리를 완료했다. 열람·등사를 신청하면 오늘이라도 바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씨와 조씨의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검찰은 이씨가 윤씨를 장기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통해 경제적 착취를 해오다가, 윤씨의 이용 가치가 사라지자 조씨와 함께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와 조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살인 혐의로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남)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윤아무개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씨와 조씨 ⓒ인천지검 제공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아무개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왼쪽)와 공범 조현수(30) ⓒ인천지검 제공

유족 "이은해·조현수, 똑같은 고통 겪길"

이날 재판을 보기 위해 법정에 나온 피해자 윤아무개(사망 당시 39세)씨의 누나 A씨는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며 "3년간 받았던 고통을 이은해와 조현수가 똑같이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의 남편 B씨도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공소사실은) 예전에 봤던 정보와 자료들인데 또 한 번 보니까 가슴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범행은) 이씨와 조씨 등 2명이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직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이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명확히 나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씨와 조씨가) 입장할 때 고개도 숙이지 않고 반성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며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인천지법에는 이씨와 조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날 재판을 직접 보려는 방청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방청객은 선 채로 재판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편, 이씨는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했고, 4개월 만인 지난달 16일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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