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겨놓고도 코너 몰린 이준석…윤핵관 갈등 ‘시즌2’ 재현되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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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당권 둘러싼 ‘파워게임’ 막 오르나…‘취임 1년’ 이준석의 앞날은

6‧1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이 때 아닌 내부 권력 다툼으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대선부터 대두된 이준석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갈등이 재발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차기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파워게임’의 전초전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친윤계가 이 대표를 몰아내고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민의힘 내분의 중심엔 ‘공천권’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에서 공천 제도를 손보겠다고 공언하자, 차기 당권 하마평에 오른 친윤계 인물들이 제동을 거는 흐름이어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 ⓒ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 ⓒ 국회사진기자단

묵혀뒀던 ‘李vs尹’ 갈등, 공천권 두고 ‘재발’

공천권은 차기 당 대표의 권한이라는 게 친윤계의 주요 주장이다. 혁신위에서 손을 댈 공천 방식은 오는 2024년 총선부터 적용되는데, 해당 선거는 국민의힘으로선 현 여소야대 정국을 뒤엎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통한다. 이 같은 주요한 선거의 공천권을 현 대표 임기 체제에서 정할 순 없다는 게 친윤계의 논리다.

이같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인물로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꼽힌다. 정 부의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혁신위를 꼬집으며 “변화도 중요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의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겨냥해서도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정 부의장은 친윤계 좌장 격으로 분류된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물들은 사실상 ‘반(反)이준석’에 가깝다. 현재 마찰을 빚고 있는 친윤계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미 ‘이준석 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간 갈등으로 파열음을 겪었다. 차기 당권 주자의 대표 격인 안철수 의원 역시 이 대표와 수차례 공개 설전을 주고받았던 인물이다. 이 대표로선 임기 1년을 채우기도 전에 차기 당권 주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부터), 박대출 의원, 정진석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부터), 박대출 의원, 정진석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尹대통령 업은 친윤계, 이준석 ‘대놓고 압박’

지난 ‘윤핵관 갈등’ 국면에선 이 대표가 싸움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친윤계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수록 당내 권력이 친윤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성 비위 의혹에 휩싸여있다는 점도 그의 입지를 위협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이 대표의 성 접대 의혹과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모든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24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 대표의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친윤계가 성 상납 의혹을 고리로 이 대표를 조기 사퇴시킬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보수 성향인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친윤계 말을 전하며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더라”며 “‘윤핵관’들의 이 대표 쫓아내기가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안팎에선 ‘이준석계’의 지원 사격도 일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이 대표는 대선도 이기고 지선도 이긴 당 대표”라며 “0선이고 30대라서 이룬 업적에 비해 과소평가를 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한 의혹들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내용이 없는 만큼 주도권은 상실되지 않는다”고 보탰다. 이 대표 본인도 “어차피 기차는 간다”며 거취 압박을 사실상 정면 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한편 당 일각에선 당내 권력 투쟁 가능성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친윤계 대표 격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7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권력 다툼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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