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이 때 아닌 내부 권력 다툼으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대선부터 대두된 이준석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갈등이 재발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차기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파워게임’의 전초전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친윤계가 이 대표를 몰아내고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민의힘 내분의 중심엔 ‘공천권’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에서 공천 제도를 손보겠다고 공언하자, 차기 당권 하마평에 오른 친윤계 인물들이 제동을 거는 흐름이어서다.
묵혀뒀던 ‘李vs尹’ 갈등, 공천권 두고 ‘재발’
공천권은 차기 당 대표의 권한이라는 게 친윤계의 주요 주장이다. 혁신위에서 손을 댈 공천 방식은 오는 2024년 총선부터 적용되는데, 해당 선거는 국민의힘으로선 현 여소야대 정국을 뒤엎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통한다. 이 같은 주요한 선거의 공천권을 현 대표 임기 체제에서 정할 순 없다는 게 친윤계의 논리다.
이같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인물로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꼽힌다. 정 부의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혁신위를 꼬집으며 “변화도 중요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의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겨냥해서도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정 부의장은 친윤계 좌장 격으로 분류된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물들은 사실상 ‘반(反)이준석’에 가깝다. 현재 마찰을 빚고 있는 친윤계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미 ‘이준석 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간 갈등으로 파열음을 겪었다. 차기 당권 주자의 대표 격인 안철수 의원 역시 이 대표와 수차례 공개 설전을 주고받았던 인물이다. 이 대표로선 임기 1년을 채우기도 전에 차기 당권 주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尹대통령 업은 친윤계, 이준석 ‘대놓고 압박’
지난 ‘윤핵관 갈등’ 국면에선 이 대표가 싸움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친윤계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수록 당내 권력이 친윤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성 비위 의혹에 휩싸여있다는 점도 그의 입지를 위협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이 대표의 성 접대 의혹과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모든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24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 대표의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친윤계가 성 상납 의혹을 고리로 이 대표를 조기 사퇴시킬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보수 성향인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친윤계 말을 전하며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더라”며 “‘윤핵관’들의 이 대표 쫓아내기가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안팎에선 ‘이준석계’의 지원 사격도 일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이 대표는 대선도 이기고 지선도 이긴 당 대표”라며 “0선이고 30대라서 이룬 업적에 비해 과소평가를 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한 의혹들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내용이 없는 만큼 주도권은 상실되지 않는다”고 보탰다. 이 대표 본인도 “어차피 기차는 간다”며 거취 압박을 사실상 정면 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한편 당 일각에선 당내 권력 투쟁 가능성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친윤계 대표 격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7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권력 다툼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