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잡이’ 없는데 혁신?…우상호 비대위가 비판받는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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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박용진‧이상민 등 당내 ‘쓴소리꾼’ 배제…‘관리’에 초점
정치권 곳곳 “구성 혁신적이지 않아” “‘86’이 쇄신 주도 어려워”

“외과의사가 필요한데 내과의사를 부른 꼴이다.”

8일 국민의힘 한 의원에게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평가를 묻자 “당을 떠나 기대에 못 미치는 비대위 구성”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우리(국민의힘)라고 당에 인물이 없어서 김종인 박사나 김병준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혔겠나”라고 반문한 뒤 “당내 인사는 절대 당의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에 쇄신을 이끄는 게 쉽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혁신을 위해 ‘우상호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우 의원을 비롯한 비대위 구성이 지나치게 온건하고 중립적인 인사로만 채워졌다는 분석에서다. 이른바 ‘칼잡이 인사’가 모두 배제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비대위 활동 기간이 2개월 안팎에 그치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호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오후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추인을 거쳐 공식 활동에 돌입한다. 공석인 청년·여성 몫 비대위원 인선도 이르면 이날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평가를 종합하면 민주당 비대위의 특징은 ‘무(無)계파·중도 성향’으로 압축된다. 비대위원으로 초선의원 대표로 이용우 의원, 재선 대표로 박재호 의원, 3선 대표로 환경부 장관 출신의 한정애 의원이 참여한다. 원외 인사로는 김현정 원외위원장협의회장이 비대위에 포함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우 의원은 민주당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선거 패인을 분석해 ‘변화된 민주당’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우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 패배로 힘들어하는 당을 수습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며 “민주당의 색깔을 놓치지 않으면서 선거 패인을 잘 분석해 당이 거듭나는 데 역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 의원은 “전당대회가 8월에 예정돼 있다”며 “새 지도부가 잘 선출하도록 준비와 관리를 잘 하는 게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 의원의 의지에도 민주당 비대위는 출범과 동시에 비판에 직면했다. 새 비대위가 이른바 ‘혁신 비대위’를 표방했지만, 정작 당내에서 혁신 여론를 주도했던 소장파 의원들은 모두 배제됐기 때문이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강한 쇄신을 예고한 만큼 ‘쓴소리꾼’으로 유명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나 이상민 의원, ‘조금박해’로 불렸던 김해영 전 의원, 박용진·조응천 의원 등이 비대위에 참여할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비대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안민석 의원은 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 비대위 구성이 국민들이나 당원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며 “개인적으로 당 안이나 당 밖이나 혁신적으로 개혁적인 그런 성향의 분들로 이번 혁신비대위가 구성됐으면 하는 기대를 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민주당 비대위 명단을 요약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민주당의 실책을 심판할 자격이 없는 이들”이라고 비난한 뒤 “(민주당 비대위의) 역할이란 게 전당대회까지 그냥 당을 관리하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 총사퇴를 결정한 가운데 3일 국회 대표회의실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 총사퇴를 결정한 가운데 3일 국회 대표회의실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2개월 ‘시한부 개혁’ 가능성에도 물음표

비대위의 활동기간이 2개월 안팎에 그치는 탓에 비대위 역할이 ‘내분 수습’에만 한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비대위원이기도 한 박홍근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혁신과 변화는 정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차기 지도부가 해 나가는 것이 맞다”며 비대위 역할의 방점을 ‘관리’에 찍었다.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우상호 의원의 ‘자질’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우 의원은 그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의 쇄신을 수차례 촉구한 바 있지만, 우 의원 본인이 인적 쇄신의 대상인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의 대표 인사이기도 하다. 비대위가 2개월간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우 의원이 ‘책임론’에 휘말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우상호 의원은 향후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인 만큼 비대위 참여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비대위원 대부분이 ‘색’이 뚜렷하지 않은 합리적 인사인지라 결국 우 의원이 비대위의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86세대’인 우 의원이 나홀로 인적 쇄신을 주도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당의 개혁을 이야기했던 젊은 인사들이 (비대위에) 들어왔으면 민주당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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