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즐기는 문화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간 K컬처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1 12:00
  • 호수 17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칸영화제·독일 한류쇼·BTS 백악관 방문까지… 한국 위상 더욱 높아져

미국 시간으로 5월31일 방탄소년단이 백악관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 초청했기 때문이다. ‘아시아계,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을 기념하고 반(反)아시안 혐오범죄에 대한 미국, 전 세계인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명분이었다. 방탄소년단이 백악관에 나타나자 열띤 취재 경쟁이 벌어졌고, 브리핑실에서 방탄소년단 RM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우리말로 연설했다. 

백악관 공식 SNS는 특히 뷔가 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연설을 한국어 원문과 번역본으로 올리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도 공식 계정에 뷔의 연설과 슈가가 한 “나와 다르다고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연설을 올렸다. 

ⓒ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5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개최된 백악관 주최 공식 미디어 브리핑 행사에 참석했다.ⓒ연합뉴스

백악관, 방탄소년단을 최고 스타로 인정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방탄소년단과 환담했다. 방탄소년단이 들어서자 편안하게 해준다며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노트북으로 틀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온 방탄소년단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만났다. 해리스 부통령은 방탄소년단 SNS 계정의 구독자이기도 하다. 백악관 측은 이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서구의 유력 매체들이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다. BBC는 “전 세계적으로 음반 판매량이 가장 많은 아티스트 중 하나인 방탄소년단이 이번에는 백악관에 ‘한류(K-Wave)’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다이너마이트》를 차용해 “방탄소년단은 백악관의 다이너마이트 게스트였다. 백악관이 방탄소년단의 단독 무대가 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은 음악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인종차별 범죄에 반대한다며 전 세계인의 결속과 연대의 힘을 강조해 왔다. 그러한 메시지가 서구 젊은 세대에 큰 영향을 미쳤고 방탄소년단의 사회적 위상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탄소년단에게 “여러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면서 “여러분의 뛰어난 (예술적) 재능만이 아니라, 여러분이 소통하는 메시지가 중요한 것이다. 여러분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치하했다. 

이번 백악관 초청에는 방탄소년단의 사회적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그 스타성 자체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백악관은 당대 최고 스타를 초청해 국정 홍보나 캠페인을 장려하는 이벤트를 열어왔다. 그래서 이번 방탄소년단 초청은 미 백악관이 방탄소년단을 최고 스타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보통 정치인들은 인기 스타와 함께 이벤트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운동장을 찾아 손흥민 선수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했다. 통상적으로 현역 선수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장관이 하던 일이었는데,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이후 워낙 뜨거운 스타가 되다 보니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도 워낙 떴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나섰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에 있을 중간선거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인기가 높지 않기 때문에 ‘영끌’이라도 해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모두 선거 대비 또는 지지율 상승을 위한 전략이고 한국 방문 당시 삼성, 현대 등에서 투자 선물을 받아간 것도 그런 맥락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방탄소년단 초청도 그렇다. 방탄소년단이 젊은 세대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고 황인, 흑인, 라틴 계열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초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방탄소년단과 함께하면 자신들의 인기가 더욱 올라갈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한국 가수가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대우를 받을 날이 올 줄은 과거엔 상상하지 못했었다. 

ⓒ
5월14일(현지시간) 4만4000여 명의 유럽 K팝 팬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방크 파크를 가득 메우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연합뉴스

보수적인 독일도 바뀌었다 

5월14~15일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SBS의 새로운 K팝 페스티벌인 ‘케이팝 플렉스(KPOP. FLEX)’가 열렸다. 장소가 실내 홀이 아니라 무려 월드컵경기장이었다. 이런 대형 체육관에서 하는 공연을 스타디움 공연이라고 하는데, 보통 이런 공연은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만이 할 수 있다. 공연계 ‘끝판왕’ 정도의 의미다. 

이번 케이팝 플렉스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없는 상태에서 카이·마마무·엔시티 드림(NCT DREAM)·(여자)아이들·에이비식스(AB6IX)·엔하이픈(ENHYPEN)·아이브 등의 출연진으로 준비됐는데 놀랍게도 스타디움을 공연장으로 잡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틀에 걸쳐 총 8만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해외 팝문화에 개방적인 영국도 아닌,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독일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놀랍다. 

ⓒ
5월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화제에서 《헤어질 결 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칸영화제에선 한국 영화가 최초로 본상 2개를 동시에 받았다.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감독상과 《브로커》 송강호의 남우주연상이다. 그동안 1개씩만 받았었는데 이번에 2개가 동시에 주어졌다는 건 그만큼 한국 영화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헤어질 결심》의 여주인공은 중국인 탕웨이이고 《브로커》의 감독은 일본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여서, 한국 영화가 국제적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세계적인 명장이어서 어디에서든 작업할 수 있을 텐데 한국 영화를 선택했다.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브로커》 자체에 대한 평가도 있었겠지만, 그동안 한국 영화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는데 그 중심에 송강호가 있었다는 점도 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 한국 영화에 대해 누적된 평판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비경쟁부문에 참여한 《헌트》 이정재 감독에겐 외신기자들이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과거에 한국 기자가 할리우드 스타에게 영어로 인사하는 모습은 봤지만, 우리 배우에게 외신기자들이 한국어로 인사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브로커》에 출연한 아이유가 칸 상영장에 나타나자 현지 팬들이 몰려들어 관계자들이 놀라기도 했다. 

이렇게 곳곳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벌어졌다. 한국 가수와 배우가 과거엔 상상하지 못했던 대우를 받고 있다. 이들의 활약으로 한류가 뜨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그것이 다시 한국계에 대한 선망과 호응으로 이어진다. 5월엔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K팝을 표방한 알렉사가 우승하기도 했다. 알렉사의 실력과 더불어 K팝에 대한 호감이 작용한 결과다. 확실히 한류는 이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