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5년 로드맵’ 앞에 놓인 세 개의 난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0 11:00
  • 호수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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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총선 승리-대권 코스 그리는 이재명
①선거 책임론 ②공천 반발 ③경쟁자 부상 극복해야

6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엔 이른 오전부터 담장을 따라 화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저마다 ‘국회 입성 축하’ ‘이재명은 당의 보석’ ‘가자 당대표로’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과 국회 첫 등원을 응원하는 문구로 수놓였다. 그러나 화려한 꽃길을 따라 국회로 들어선 이 의원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 자신을 둘러싼 당 내홍을 의식한 듯 그는 최대한 말을 아낀 채, 험난한 정치 여정을 보내게 될 의원실로 들어섰다.

오는 8월말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날 이 의원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남겼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 의원의 당대표 도전은 기정사실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친이재명(친명)계를 중심으로 이미 이 의원의 출마는 ‘상수’로 정해 놓고, 당내 저항에 맞서 명분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는 이 의원 자신의 최종 판단이 변수로 남아있다. 그러나 당내 구성원 다수는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이 의원의 당권 도전과 승리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의원에겐 거센 비난을 뚫고서라도 당대표가 돼야만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그의 내면 기저에 깔린 ‘불안감’ 때문이다. 바깥에선 이 의원의 의혹들과 관련한 검경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안으로는 대선을 치르고도 당내 확실한 주류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불안을 당권이라는 확실한 권력을 손에 쥠으로써 잠재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국회사진취재단

“진짜 위기는 총선 전에…공천 학살 우려 덜어야”

‘친명계’의 존재도 그의 출마를 부추기는 요소다. 대선을 치르며 이 의원은 더는 혈혈단신이 아닌 챙겨야 할 ‘식구’들이 생겼다. 즉, 이들의 당내 입지를 위해서라도 이 의원이 당권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의원이 2선으로 물러났을 때, 그를 대신할 중량감 있는 인사가 친명계 내에 전무하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로 거론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4선 우원식 의원 정도가 당권 도전을 시사하고 있지만, 승세는 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의원으로선 대선에서 얻은 47.83%, 1600만여 표의 위력이 조금이라도 살아있을 때, 직접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이 의원이 인천 계양을 출마를 결정했을 때부터 그가 이른바 ‘문재인 코스’를 따르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012년 대선 패배 후 2015년 당대표에 올라 이듬해 총선을 치르고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문 전 대통령의 궤적대로 ‘5년 로드맵’을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로드맵을 실현하기에는 지금 이 의원 앞에 놓인 거대한 난관들이 너무나도 험하고 두텁다.

우선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계속 가해질 전망이다. 이 의원이 당권 도전을 포기함으로써 책임론을 잠재울 것이 아니라면, 비이재명(비명)계의 반발을 최소화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당이 ‘이재명 독주체제’로 치달아 계파 간 충돌이 격화될 것을 우려해, 당대표 권한을 미리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서 나온 대표적인 방법론이 ‘지도체제’의 변경이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는 ‘단일지도체제’에 따라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실시하고 있다. 이 경우 당 대표로 선출된 계파 외에는 사실상 지도부에서 배제된다. 따라서 이를 당대표·최고위원 선거를 합쳐 득표 순으로 대표와 최고위원이 되도록 하는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요구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 경우 당내 다양한 계파 수장들이 지도부에 고루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은 2018년 이전 야당 시절 이미 이 같은 방법으로 지도부를 선출한 바 있다.

조응천 의원은 “대통령이라고 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있는 여당이 아니라, 야당일 땐 (지도부가) 책임과 권한을 공유해야 한다”며 “이 의원이 대표로 나서더라도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반대쪽의 극렬한 저항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당권을 반대하는 입장인 민주당의 한 관계자 역시 “‘이재명 당대표’ 현실화를 막을 수 없다면 최고위원만큼은 최대한 이 의원을 견제할 수 있는 구성으로 짜여야 한다. 친명계에서 이 정도도 약속해 주지 않는다면 갈등을 덜어내고 갈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실은 당대표 권한과 관련한 합의는커녕 당장 전당대회 투표 룰을 두고 서로 유리한 방안만 주장하고 있다. 갈등 완화를 위한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권을 둘러싼 지금의 내홍은 궁극적으로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차지하기 위함이다. 당권을 빼앗기면 상대로부터 ‘공천 학살’을 당할까 양 계파 모두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 내 진짜 갈등은 당대표 선출 후 총선에 이르러 더 강하게 분출될 것이란 전망이 크다. 이는 곧 이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당대표가 되더라도 더 큰 파도는 총선 무렵 닥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총선 공천이 본격화되면 극한 대립 속에 당이 쪼개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의원의 롤모델 격인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당대표 시절인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호남·안철수계와 격한 충돌을 벌이다 이들의 집단 탈당을 허용한 바 있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된 후 혹여 이러한 갈등이 재연될 경우, 6년 전 문 전 대통령보다 당내 세력이 약한 그는 더 큰 곤궁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의원에게는 야권 분열에 대한 책임론이 또다시 따라붙게 될 것이다. 자연히 차기 대선 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총선 주도권 두고 ‘명낙대전 2라운드’ 가능성도

이 의원의 국회 입성도, 또 당권 도전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도 모두 5년 로드맵의 종착지인 대선 승리를 위함이다. 즉 이 의원이 맞닥뜨릴 최후의 난관 역시 대선에서 마주할 잠재적 경쟁자들과의 승부일 것이다. 현재로선 지방선거에서 극적 승리를 이룬 김동연 경기지사가 당내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거론된다. 또한 6월7일 미국 유학길에 오른 이낙연 전 대표도 이 의원이 당을 이끄는 과정에서 갈등이 악화되면 언제든 비명계의 구원투수로 소환될 수 있다. 예정대로 1년 유학을 채우고 돌아와도 총선 1년 전이다. 따라서 총선 주도권을 두고 명낙대전 2라운드가 벌어질 가능성도 크게 제기된다.

“내 인생에서 위기는 흔했고 기회는 적었다. 그래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남들보다 체화돼 있다. 병법서에 ‘적이 자신들의 역량 이상으로 깊이 침투하면 그건 곧 섬멸의 기회’라는 말이 나온다. 즉 상대의 과한 공격은 나의 반격의 기회다. 실제 공격을 과하게 당했을 때 이것을 활용해 난 성장해 왔다.” 대선 경선 기간이던 지난해 9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당시 “삶의 동력이 무엇인지” 물은 질문에 대한 이 의원의 답변이었다. 위기 돌파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의 석패로 다음 기회를 얻었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의 당선으로 되레 정치적 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당장 중앙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 당내 잠재적 경쟁자들과 달리, 이 의원은 스스로 중앙정치 한가운데 서는 길을 택했다. 당장 마주하고 있는 거센 책임론부터 때마다 찾아올 위기들을 과연 기회로 만들어낼지, 그에 따라 이 의원의 5년 로드맵의 마침표는 완전히 다르게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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