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40% 지지율이 민주당에 독이 됐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1 14:00
  • 호수 17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 전 대통령 퇴임하자 당 지지율 40%대→20%대로 급락
‘홀로서기’ 실패에 계파 갈등까지 불거져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이후 올해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거대 다수당의 존재감마저 사라질 정도다. 민주당은 지난해 재보선 이전까지 선거마다 연전연승이었다. 2016년 총선에서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다수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사실상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고, 총선 승리로 집권당이 될 가능성을 높였다. 2017년 대선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된 2018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압승이란 표현도 모자란 ‘싹쓸이’ 수준이었다. 서울의 25개 구청장 중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개를 민주당 후보들이 가져갔다. 서울시의원 112명 중에서 100명 이상 당선자가 민주당이었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80%에 육박하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남북관계의 급진전과 선거 전날 벌어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결정적이었다. 

2020년 총선은 코로나 국면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의 패색이 짙었지만 극적 반전이 이뤄졌다. 급속도로 늘어났던 확진자가 선거를 앞두고 줄어들기 시작했고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K방역을 극찬하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올라갔다. 60%를 넘나드는 대통령 지지율이 나오면서 무려 전체 의석수의 60%나 되는 180석을 민주당이 확보한다. 한국 정치사에 다시 없을 정도의 선풍적인 바람이 작동하면서 선거 압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엔 박근혜 정부 총리였던 황교안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른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헛발질도 크게 한몫했다.

그런데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이 민주당의 역할이었을까, 아니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분이었을까. 정작 민주당은 유권자들에게 거의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없는데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 덕에 덩달아 당선의 영광을 누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文 지지율 상승하면 민주당도 덩달아 상승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해 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과 직후의 지지율 추세를 비교해 보았다. 우선 2018년 지방선거 전후의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비교해 보았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정기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2018년 6·13 지방선거 전후 대통령 지지율 결과를 보면, 선거가 실시되기 전인 5월29~31일 조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75%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은 53%였다.

선거가 끝난 직후인 6월14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9%로 상승했고, 정당 지지율은 56%로 올라갔다(그림①). 문 대통령 임기 내내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연동되는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선거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주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선거를 좌우하는 변수는 구도, 이슈, 후보다. 특히 유권자의 투표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변수는 구도다.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줘야 할지 아니면 정권 견제나 교체를 위해 야권에 힘을 실어줘야 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구도다. 사실상 구도를 설명하는 지표는 대통령 지지율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관계에 평화와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북·미 정상이 만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유권자들이 국정 안정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준 결과다. 따지고 보면 민주당의 성과가 있었다기보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른 줄투표였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은 전 국민을 힘들게 한 코로나 확진자가 1월에 최초로 발생한 해였다. 확진자는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전대미문의 감염 팬데믹 속에서 방역 당국조차 갈피를 잡기 어려울 정도였다. 감염률이 높은 데다 치명률까지 높아 같은 해 2월과 3월은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할 정도였다. 4월15일이 국회의원 선거인데 정체조차 모를 감염 재난에 민심은 흉흉했다. 감염병 발생이 정부·여당이나 대통령의 책임은 아니더라도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선거 악재였다. 문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까지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패하고 다수당을 야권이 가져간다면 국정 주도권을 잡는 건 물 건너가게 된다. 

이 시점에 K방역이 등장했다. 의료진의 희생으로 진단검사가 활성화되고 드라이브스루 진단검사라는 획기적인 방법까지 동원되었다. 그 결과 확진자 통제가 가능해지고 무방비 상태의 미국과 유럽 국가의 허술한 방역과 비교되면서 문 대통령의 지도력은 호평을 받았다. 지지율은 거침없이 올라갔다. 2020년 4·15 총선을 전후한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비교해 보았다. 총선 전인 3월31일~4월2일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56%였고, 민주당 지지율은 41%였다. 선거 직후인 4월28~29일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64%, 민주당 지지율은 43%로 나타났다(그림②). 2018년 지선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면 민주당 지지율도 연동돼 상승한 결과다. 

대통령 지지율에 안주해온 당의 민낯 드러나

올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패하면서 민주당은 사면초가 상태다. 우상호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친문계와 친명계의 충돌과 대립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그동안 민주당의 선거 압승에 문 전 대통령 지지율 함정이 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상당 부분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 덕분이었다.

임기 마지막까지 40%를 웃돌던 지지율이 오히려 민주당 개혁에 독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지지율은 5월3~4일 조사에서 45%였다. 같은 시점에 민주당 지지율은 41%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5월17~19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9%밖에 되지 않았다(그림③).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전적으로 의존해 오다시피 한 민주당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민주당의 구심점이었던 문 전 대통령이 물러나자마자 민주당은 계파 갈등으로 우왕좌왕하고 있고 좌표를 잃고 표류하는 선박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문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민주당이 얻었던 지지율이 모두 대통령에 기댄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대통령이 만들어준 지지율에 안주했던 당의 현실이 선거 패배로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은 서로 비판과 지적을 서슴지 않는 상보적인 관계가 됐어야 했다. 정작 문 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의 역대급 40%대 지지율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민주당에 암초가 돼버린 결과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