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치료해야 할 신경병 ‘손발 저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4 07:30
  • 호수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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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바르지 않은 자세의 결과...일상생활에 지장받을 정도면 병원 찾아야

손 또는 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손발 저림은 신경병이다. 단순히 기온 변화에 따른 혈액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을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눈다면 손발 저림은 말초신경과 관련이 있다. 척추뼈 사이의 작은 구멍(신경공)을 통해 뼈 밖으로 나와 온몸으로 퍼지는 말초신경은 기능에 따라 운동신경·자율신경·감각신경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운동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힘을 잘 쓰지 못하고, 자율신경이 손상되면 대·소변 기능 장애 등이 생긴다. 손발 저림은 감각신경이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히 목과 허리 부위의 말초신경 손상이 흔하게 발생한다. 목과 허리 관절은 평소 움직임이 잦은 기관인데, 지속적인 움직임에 의해 신경이 계속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신제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신경공을 지나는 신경의 뿌리가 압박을 받으면서 손상되는 신경뿌리병이 손발 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바르지 않은 자세를 유지한 결과다. 처음에는 가끔 저리다가 점차 만성으로 발전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나 짧은 기간이라도 무리한 자세를 유지한 작업 등으로 인해 신경이 급성으로 손상돼 손발 저림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질환이나 치료 때문에 손발 저림이 생기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 중 손발 저림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말초신경병증은 당뇨병 합병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발끝부터 저린 증상이 점차 종아리를 타고 올라와 손까지 저리게 된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후 손발 저림을 경험하는 암환자도 더러 있다. 항암치료가 성공적이어서 항암제를 끊어야 손발 저림이 사라지지만 항암치료 중에도 약물로 손발 저림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사실 손발이 저리다고 곧장 병원을 찾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손발 저림을 방치한다고 해서 위독해지는 경우는 없지만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는 있다. 

그렇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 봐야 할 시점은 언제일까. 신제영 교수는 “주먹을 쥘 때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등 손발에 힘이 빠지는 시기에는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또 엄지두덩·발등·발바닥·종아리 근육이 마를 때도 마찬가지다. 학업·가사·작업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손발 저림도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시사저널 이종현·freepik
ⓒ시사저널 이종현·freepik

검사 결과 정상이라도 증상 있으면 ‘치료’ 

단순한 손발 저림이라면 집 근처 정형외과·통증의학과·재활의학과 등에서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경병이 의심돼 자세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면 신경과를 찾아야 한다. 손발 저림으로 병원을 찾으면 의사는 가장 먼저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듣는다. 신체 진찰을 통해 신경질환 때문인지 아니면 관절·근육의 문제인지를 감별한다. 필요할 경우 혈당 측정·간 기능 검사·신장 기능 검사·호르몬 검사·척추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진단 검사도 한다. 여러 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이 의심되면 전기생리검사(신경전도검사·근전도검사)도 필요하다. 몸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 자극에 이상이 있을 때 손발 저림이 발생하기 때문에 근육의 신호 자극을 파악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여러 검사를 받아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두통 때문에 뇌 영상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처럼 손발 저림 증상은 있는데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신제영 교수는 “검사상 정상이라고 해서 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말초신경병 초기이거나 매우 얇은 신경만 손상된 경우(소섬유신경병)일 가능성이 있다. 소섬유신경병은 말초신경병의 일종으로 신경병 초기에 일시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손발 저림과 같은 신경 증상이 지속적으로 불편을 초래한다면, 검사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신경병으로 추정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일찍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신경질환 대부분은 검사에서 정상이라도 증상이 있으면 치료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손발 저림은 일반적으로 약물로 치료한다. 손발 저림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은 대부분 손발 저림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경련 또는 우울증 조절을 목적으로 개발한 약물이 나중에 손발 저림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손발 저림 치료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발 저림은 말초신경에서 발생한 비정상적 전기신호 때문에 나타나는데 항경련제는 이런 비정상적인 전기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뇌에서 분비하는 우울증 관련 신경전달물질이 통증의 전달 및 억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일부 항우울증제도 손발 저림 치료제로 사용된다. 약물치료 외에도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신경 차단술)·물리치료·대증치료 등으로 손발 저림을 치료한다.

이런 치료로 손발 저림을 완치할 수 있을까. 신제영 교수는 “일반적으로 완치란 어떤 질환이 후유증 없이 낫고 치료 약도 완전히 끊은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환자마다 손발 저림 증상의 발생 원인과 병을 앓은 기간 그리고 치료에 대한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완치 가능성을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환자별로 적절한 진단 평가와 맞춤 치료를 시행한 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초기에 적절한 진단이 이뤄지고 최적의 치료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분명히 상당수 환자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는 정도까지 호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발 저림과 같은 신경 증상은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만성 증상으로 진행하면 앞으로 조절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관련 증상이 있다면 꼭 진찰받아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유독 많은 손목터널증후군

A씨(32)는 출산 후 1년간의 육아휴가를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했다. 그 후 약 1년간 직장 업무와 육아를 반복했는데, 얼마 전 그는 손거울을 들다가 손목에 통증과 저린 증상을 느꼈다. 병원에서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직장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퇴근 후에는 아이를 손으로 받치고 육아를 하다 보니 손목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손목터널증후군은 특히 손 저림의 원인이 된다. 손목에는 힘줄과 신경이 지나는 통로(수근관)가 있다. 수근관 위에 있는 인대가 두꺼워질수록 수근관이 좁아지면서 신경까지 눌리면 저림이나 통증이 발생한다. 평생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은 50% 이상으로 흔하며 남성보다 여성이 3배 이상 발병률이 높다. 과거에는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거나 반복적인 가사를 한 경우 손목터널증후군에 시달렸다면, 현재는 장시간의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이 이 질환의 발병 위험을 더 높인다.

손목터널증후군이 발병하면 약 1분 동안 손목을 굽힐 때나 손목을 두드릴 때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손목에 힘이 빠져 병뚜껑을 따거나 열쇠를 돌리기도 힘들어진다. 날씨가 춥거나 찬물에 손을 넣을 때 유난히 손끝이 시리거나 저리기도 한다. 손목을 터는 것과 같이 손과 손목을 움직이는 동작을 하면 증상이 다소 가라앉는다. 

잠을 자다 손이 저려 잠에서 깨거나, 손목을 구부린 상태로 약 30초 유지할 때 저린 증상이 심해지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잠깐씩 저린 증상이 있지만 방치하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단순한 통증뿐만 아니라 신경이 눌리면서 감각 둔화 또는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초기라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기 발견과 치료가 늦어 손목 신경이 현저히 눌린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요즘은 관절 내시경으로도 수술을 진행하는데, 손목에 미세한 구멍만 내므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 이상윤 연세건우병원장(정형외과 수부상지 전문의)은 “신경이란 작고 미세한 구조물이지만 몸의 감각과 기능을 관장하는 중요 구조물로서 치료 적기를 놓치면 뒤늦게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온전히 회복되지 못해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적기에 그리고 제대로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바른 자세·체중부하운동이 손발 저림 예방

손발 저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또 체중부하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도 한 가지 예방법이다. 체중부하운동은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뼈와 근육에 부하를 가하는 운동이다. 골대사·근력·신체 균형에 이롭다. 대표적인 체중부하운동으로는 걷기·조깅·줄넘기·계단 오르기 등이 있다. 하루 30분이 좋은데, 힘들다면 10분씩 3차례 나눠 운동해도 된다. 

신제영 교수는 “손발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운동을 권하는데, 특히 체중부하운동은 손발 저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목이나 허리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려 신경 통증이 생기는데, 근육을 발달시키면 디스크를 예방하면서 손발 저림도 방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평소에 목이나 허리의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려면 무리한 손목 사용을 피해야 한다. 손을 많이 쓰는 사람은 이따금 손목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할 필요가 있고,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손목이 과하게 꺾이지 않도록 손목에 받침대나 보호대를 사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저림과 시림은 다른 증상일까?

증상을 표현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달라 어떤 사람은 저리다고 하고 어떤 이는 시리다고 한다. 저림과 시림은 같은 증상일까. 말초신경병일 때 저림과 시림 증상 모두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저림보다 시림 증상이 뚜렷하다면 말초신경의 문제가 아니라 말초혈액순환 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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