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는 유별나다?”…역대 영부인과 비교해 보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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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원내대표에 직접 손편지…김윤옥, 靑 비데 설치 직접 챙기기도
尹, ‘제2 부속실 폐지 공약’ 부메랑 됐단 관측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활동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김 여사는 1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앞서 7일에는 서울신문과 ‘동물권’을 주제로 90분간의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대선 캠페인 기간 잠행을 거듭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에 야권 일각에선 김 여사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 여사가 ‘내조’를 넘어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과연 김 여사는 역대 영부인들 보다 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일까. 또 김 여사 행보에 언론과 정치권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건희 여사가 5월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앞서 자택에서 영접 준비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5월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앞서 자택에서 영접 준비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역대 영부인들 원내대표 만나고 행사 주관하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등 김건희 여사의 ‘선배 영부인‘들은 모두 활발한 공개 행보를 펼쳤다. 때론 여야 대표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하고, 대통령을 대신해 시상식을 주관하거나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넘어 적극적으로 청와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선보였다. 일례로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이뤄진 여당 지도부 만찬에 김정숙 여사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정치적 회동에 영부인이 함께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숙 여사는 2017년 5월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에게 협치를 당부하는 손편지를 전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정숙 여사가 전달한 손편지에는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 전 대통령을 대신해 김정숙 여사가 직접 보훈단체 수상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털털한 영부인’으로 유명했다. 김윤옥 여사는 청와대에 들어오면서 가회동 집에서 쓰던 30만원 짜리 비데 2개를 떼어왔다. 잘 작동하는 비데를 새로 사기 아깝다는 이유에서다. 또 구독하던 한 기독교계 잡지의 주소지를 청와대로 옮기기 위해, 직접 잡지사에 전화를 걸어 “저 김윤옥인데요”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윤옥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부터 각종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경남에 있는 애림원이라는 장애인복지 시설을 방문했을 때는 “엄마, 엄마”하며 한 아이가 달려들자, 수행원들을 제치고 와락 끌어안아 한참을 다독거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영부인이 된 후 첫 공개 행보 역시 2008년 3월19일 이뤄진 대한적십자사가 주관한 수요봉사활동이었다. 당시 김윤옥 여사는 한땀 한땀 직접 바느질한 선물주머니를 참치캔, 수건, 비누 등 생필품과 함께 소외된 이웃에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20년 8월12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를 방문해 수해 복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20년 8월12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를 방문해 수해 복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건희 여사에게만 이중잣대?…“자초했다” 비판도

앞선 영부인들의 사례를 종합하면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유별나다’고 평가받기엔 이른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김 여사가 모습을 드러낸 공식 행사는 현충일 추념식과 한‧미정상회담 정도다. 이외 윤 대통령과 영화를 관람하거나 쇼핑을 하는 모습 등이 언론에 포착되기는 했지만, 김 여사가 단독으로 행사를 주관하거나 정치 모임 등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실도 김 여사 행보에 대한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윤 대통령은 13일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이 김 여사의 ‘봉하행(行)’ 의미를 묻자 “자꾸 이렇게 매사를 어렵게 해석하나”라며 “작년부터 한 번 찾아뵌다고 하다가 시간이 안 맞고 그래서 (이제야)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비판을 자초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영부인 의전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과도한 의전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사건과 ‘기자 통화 녹취’ 논란 등에 휘말리며 이미지가 실추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자숙을 다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최근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늘어나면서 영부인 의전을 담당할 최소한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 용산 청사 5층 공간이 김건희 여사의 공적 활동을 위한 접견실로 활용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또 김 여사의 일정과 메시지를 관리하는 '배우자팀'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공개 때마다 화제가 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야권의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이미 김건희 배우자는 조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당선인 시절에도 그리고 취임 후 지난 한 달 계속 보여주고 있다”며 “공연히 야금야금, 사적 생활을 가능하게 하면서, 기록은 피하고, 공적 지위는 없다고 하면서 특혜와 변칙을 누리려는 것은 대한민국의 큰 리스크가 된다. 싹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는 가짜 경력과 주가조작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대국민 회견을 열어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다”며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폐지를 국민께 약속했다. 취임 한 달도 안 돼 셀프 공약 파기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대통령 배우자 역시 나라를 대표해 외교 등 공식 행보에 나서게 되는 만큼 격에 맞는 의전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영부인은 영부인의 임무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패션도 예산 사용 운운하며 비난할 일도 아니고, 김건희 여사도 자신의 돈으로 (의상을) 구입했다고 자랑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영부인이 추레하면 되겠나. 제2부속실 만들어 영부인을 영부인답게 보필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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