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촌형’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 별세…그가 걸어온 길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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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비운의 황태자…새한그룹 공중분해 후 조용한 생활
고(故)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고(故)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왼쪽) ⓒ연합뉴스

삼성(家) 3세인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이 최근 별세했다. 빈소는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귀국한 뒤 국내에 머물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유족으로는 아내 김희정씨와 지혜·다현씨 두 딸이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고(故) 이창희 새한미디어 회장의 장남이다. 1987년 미국 터프츠대를 졸업한 그는 씨티은행에서 3년간 근무하다 1990년 새한미디어 이사로 ‘집안사업’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91년 이창희 회장이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 전 부회장이 34살의 나이로 부회장에 오르게 됐다. 당시 이창희 회장의 부인인 이영자 여사가 회장직을 맡았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이 전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회장은 199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새한(옛 제일합섬) 지분을 넘겨받고, 1997년 새한그룹을 출범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새한그룹은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20위의 대기업이었다.

그러나 사세는 머지 않아 꺾였다. 당시 사양길에 접어든 비디오테이프와 섬유 산업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여기에 외환위기가 겹치며 경영난은 더욱 심화했다. 1995년 7000억원대던 부채 규모는 1998년말 1조7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새한그룹은 결국 2000년 워크아웃을 신청,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새한은 웅진그룹에 매각돼 웅진케미칼로 사명이 변경됐고, 새한미디어는 GS그룹 계열사인 코스모신소재가 됐다. 도레이새한도 도레이첨단소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전 부회장은 당시 서울 이태원동 자택 등 247억원 규모의 사재를 회사에 출연하기로 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 전 부회장은 2003년 분식회계를 통해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두문불출하던 이 전 부회장은 동생인 고(故)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사장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뒤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사장의 유족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과거 상속 문제가 전부 정리됐기 때문에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소송이나 기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 전 부회장이 마지막으로 언론에 노출된 건 2015년 큰아버지인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별세 당시 빈소를 찾으면서다. 이후에도 이 전 부회장은 별도의 사업이나 대외 활동 없이 조용히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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