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차기당권 경쟁 시동…‘룰의 전쟁’에 따른 이재명의 운명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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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당원-일반국민 가중치 두고 계파 간 신경전 고조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선 민심vs당심 괴리 커져

차기 당권 선출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우상호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며 룰 변경을 언급하면서다. 현행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일반국민 10%” 중 어느 계층의 가중치를 높이느냐에 차기 당권주자들의 명운이 달려있는 만큼,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계파 간 신경전이 고조될 전망이다.

각 계파의 주장을 요약하면 △친문계는 현행 유지 △친명계는 권리당원 자격 완화와 가중치 증대 △소신파는 국민 여론조사 비율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각 시나리오에 따라 차기 당권 주자들의 유불리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친문은 대의원, 친명은 권리당원, 소신파는 여론

13일 민주당은 전당대회 준비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장을 위촉하고 룰 개정 논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전날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 룰 조정’을 공식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준비위원장엔 안규백 의원, 선관위원장엔 도종환 의원이 위촉됐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인물을 선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 ‘룰 전쟁’의 핵심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비중이다. 현행대로는 대의원의 영향력이 45%로 가장 크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의원은 현역 의원을 비롯한 지역위원장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당에서 오래 수십 년 이상 활동한 이들이 대의원에 임명돼,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계층이다.

친문계는 대의원의 표심을 당연히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문계가 지난 정부 5년 간 당내 주류 세력으로 입지를 굳혀온 만큼, 대의원들의 성향도 친문계와 유사할 것이란 평가를 받아서다. 친문계 중진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당대회에 당면해서 규칙을 바꾸는 일을 해선 안 된다”며 현행 유지 방침을 주장했다.
 
문제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친명 성향의 당원들이 대거 입당했다는 점이다. 친명계가 권리당원의 투표권 부여 시기를 기존 입당 후 6개월에서 3개월로 낮추고, 가중치를 대의원 수준으로 늘려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친명계 일각에선 대의원 제도 폐지 주장까지 나왔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계파 청산을 위해 대의원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친문도 친명도 아닌 소신파 의원들은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대의원이나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최대 30%까지 줄이고 일반국민 투표 비중을 50~70%선으로 높이자는 주장이다. 박용진 의원이 대표주자다. 박 의원은 현행 룰을 가리켜 “민주당 적극 지지층을 대상으로만 하는 선출방식”이라며 “떠나간 민심이 돌아오게 하려면 룰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당심은 ‘이재명’ 민심은 ‘글쎄’…친문 대항마는 없어

그렇다면 바뀌는 룰에 따라 이재명 의원의 유불리는 어떻게 변화할까. 일반국민 비중을 키우는 방향이라면, 이 의원에게 불리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심과 당심 간 괴리가 관측되고 있어서다. 이날 발표된 KSOI-TBS 조사 결과(10~11일, 1000명 대상),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53.9%였으나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74.4%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선대위 대변인을 맡은 현근택 변호사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 여론을 반영하면 아마 이 의원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 이외 다른 당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6~9일, 1000명 대상), 이 의원은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여야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친문계에선 전해철 의원과 홍영표 의원 등이 당 대표 출마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 면에선 이 의원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이 의원도 친문계도 “다 출마하지 말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광재 전 의원은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재명‧전해철‧홍영표 모두 불출마하고 7080 신진세력에 기회를 주는 것이 민주당의 분열을 막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당대회 룰 변경을 포기하란 주장도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합의하지 않는 한 룰 변경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모적 논란만 생길 수 있으니 중장기 과제로 넘기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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