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추천에 與 지도부 난색…安 고심 깊어질 듯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했다. 특히 김윤 전 위원장의 경우 국민의힘을 향해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전력이 걸림돌이 됐다. 향후 당권을 노릴 것으로 보이는 안 의원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에게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당 몫으로 배분하기로 했던 최고위원에 대한 추천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당직자 월례조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요청한 것은 아니고 권성동 원내대표와 한기호 사무총장이 각자의 채널을 통해 최고위원회에 있던 우려를 전달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안 의원은 최고위원 자리에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을 추천했다. 김윤 전 위원장은 안 의원과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한 정치적 동지이며, 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후배인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한 분(김윤)은 선거 과정에서 다소 강한 발언을 한 바 있어 안 의원에게 추천자로서 재고할 의사가 없는지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당 시 국민의당 측 인사가 당직에 참여할 기회를 열자는 취지에서 당직 배분을 논의했던 것인데 국민의힘 출신 인사(정점식)도 (추천 명단에) 있다. 의도가 조금 왜곡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 부분도 재고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김윤 전 위원장은 지난 3월1일 국민의힘-국민의당 후보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자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과 실정이 극심해 지금까지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다 우군이라고 착각했다”며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다.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다. 청산 대상이다”라고 비난한 바 있다.
안 의원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안 의원은 최고위원 추천을 위해 당내외 주요 인사들과 오랜 시간 상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한 상황에서 안 의원이 기존 추천 인사를 그대로 밀어붙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의원이 차기 당권을 노린다면 기존 당원들의 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추측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김윤 전 위원장의 발언은) 비판이 아닌 욕설에 가까운 주장이었다. ‘(당을) 고쳐 쓸 수 없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당 최고위원으로 온다면 당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안철수 의원이 당의 차기 리더가 되려면 국민의당이 아닌 국민의힘 당원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