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에서 ‘공적’으로…코너 몰린 이준석의 ‘자기 정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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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공천 개혁 등 두고 친윤계‧친안계와 반목
윤리위 ‘성상납 의혹’ 징계 확정 시 정치생명 치명타

“이제 제대로 자기 정치 한번 해보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들, 그리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과정은 당연히 민주적으로 진행될 것이지만 제 의견의 색채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야심차게 ‘자기 정치’를 공언했지만 시작과 동시에 암초에 부딪힌 모습이다. 당 혁신안 및 인사 등을 두고 ‘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친안철수계’ 의원들, 당 중진 의원들의 전방위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논의할 당 윤리위원회 소집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함과 동시에 당 혁신까지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방선거 이후 시작된 與 ‘집안 싸움’

최근 이 대표 앞에는 ‘선거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5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데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광역단체장 기준 17곳 중 12곳에서의 승리를 이끌었다. 취임 1년 만에 선거 ‘2연승’을 거두며 명실상부한 국민의힘 공신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위기에 직면했다.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행’을 두고 친윤계의 좌장인 정진석 의원과 이 대표가 설전을 벌인데 이어 당내 모임인 ‘민들레’를 두고 이 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견해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친윤계로 꼽히는 배현진 최고위원도 13일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작심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혁신위의 주요 의제로 꺼낸 공천 개혁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가 최고위의 추인을 받고 출범할 때는 공천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는데, 이 대표가 최고위와 상의도 없이 공천 개혁을 꺼냈다는 주장이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추진하는 혁신위에 대해 “이 대표의 사조직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이대로는 혁신위원을 추천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배현진 최고(위원)가 ‘이준석 대표가 거짓말을 한다’고 까지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대표가 크게 반발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불쾌한 발언이었을 것”이라며 “당의 혁신이 화두로 오른 이상 당분간은 크고 작은 잡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해가 있다면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푸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앙숙’이라 불리는 안철수 의원과도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된 분위기다. 도화선은 ‘인사’다. 이 대표는 13일 국민의당 몫 추천 인사에 대해 “당 사무총장과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인사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우려를 (안 의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며 반대 의사를 전했다. 앞서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으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추천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이 대표의 반발에 즉각 반응했다. 이 대표가 단일화 당시의 약속을 엎었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재고요청에 대해 “이미 두 달 전에 끝난 일로 생각했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이 이 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를 시작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혁신’의 키는 ‘윤리위’에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도 안철수도 아닌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논의할 윤리위원회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리위가 징계를 의결할 경우 이 대표의 당 대표직 유지를 두고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당내 일부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이 대표의 징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증거인멸교사 의혹 등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범죄 혐의보다는 이 대표가 당의 명예를 실추시켰는지에 대해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의 징계 수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등 4단계다. 이양희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9명 중 과반인 5명 출석에 3명이 찬성하면 징계안이 가결된다.

경고 조치의 경우 원칙적으로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가 가능하다. 문제는 당원권 정지 이상의 조치가 나올 경우다. 이렇게 되면 당 대표 자리 반납을 넘어 이 대표의 정치 생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이 대표가 재심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대표직 유지를 둘러싸고 당내 반(反)이준석 세력의 집중 공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윤리위가 이달 안에 열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이 대표는 ‘빠른 윤리위 소집’을 촉구하고 있다. 의혹을 털어내고 당 혁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성상납 의혹) 때문에 당에 혼란을 가져온 기간이 얼마인가, 선거기간 때부터 해서 당의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빠른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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