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만화 같은 ‘이도류’의 길을 가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5 12:00
  • 호수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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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성악 병행하며 컴백 신고
소집해제 후 더 압도적인 활약

TV조선 《미스터트롯》은 고정관념을 깨는, 상상을 초월하는 스타들을 탄생시켰는데 김호중도 그렇다. 그는 트로트를 포함한 대중가요와 클래식 활동 병행이라는 듣도 보도 못 했던 길을 가고 있다. 대중가요 가수가 가끔 클래식 성악가와 협연하거나, 성악가가 발라드 정도 느낌의 대중가요 또는 크로스오버 장르의 노래를 부른 적은 있었다. 하지만 트로트와 성악의 본격적인 병행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놀라운 풍경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최근 화제다. 그는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이도류’를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두고 만화 같은 야구를 한다고 표현한다. 김호중도 그런 만화 같은 이도류를 선보이는 셈이다. 그런데 오타니 쇼헤이 그 이상이다. 만약 어느 영화에서 투수·타자 겸업이 나왔다면 영화니까 그러려니 하고 사람들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트로트와 성악을 병행한다는 설정이 나왔다면 말도 안 된다고 관객의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현실에서 실현한 것이다.

ⓒ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군백기’가 무색하게 대형 무대 휘어잡아 

그 만화 같은 가요계 이도류의 주인공 김호중이 최근 컴백했다. 6월9일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됐다. 서울 서초구청 소집해제 현장엔 많은 팬이 운집해 팬덤의 건재함을 알렸다. 그의 팬 ‘아리스’는 아이돌 팬들 이상의 열정으로 유명하다. 군 복무 중에도 팬카페 회원 수가 5만 명 정도 늘어나 총 12만 명을 넘어섰다. 

‘군백기’로 인한 공백은 없었다. 소집해제 후 이틀 만인 6월11일 철원 공설운동장에서 진행된 KBS1 《평화콘서트》에 출연했다. 일반적인 출연도 아니고 최고의 스타들이 맡는다는 엔딩 무대 주인공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공백 기간이 느껴지지 않는 탄탄한 보컬을 선보였다. 바로 이어 6월19일에는 무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회 드림콘서트 트롯》에 출연했다. 여기서도 강력한 가창력과 능숙한 무대 매너로 거대 스타디움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김호중은 스타덤에 오른 후 활동기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신인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지만 스타디움 무대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대형 공연장 공연에 최적화된 대형 뮤지션인 것처럼 자신감과 여유가 넘쳐 보였다.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6월26일에는 놀랍게도, 플라시도 도밍고와 협연했다. 과거 세계 3대 테너라고 불렸던 바로 그 플라시도 도밍고다.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그의 내한 콘서트가 열렸는데 도밍고가 직접 김호중에게 자필 사인을 보내며 협연을 제안했다고 한다. 물론 공연사나 김호중 소속사 측에서 움직였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김호중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감히 플라시도 도밍고 옆에 세울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7월에는 업무 협의를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다. 그와 협의할 상대방은 또 놀랍게도, 안드레아 보첼리다. 팝페라 가수이며 테너인 안드레아 보첼리와 한국의 김호중이 협연한다는 것이다. 보첼리는 13개 솔로 앨범으로 7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세계적인 성악 스타다. 《미스터트롯》 출신자가 나중에 플라시도 도밍고, 안드레아 보첼리와 협연하게 될 거라고는 당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농담처럼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면 헛소리하지 말라는 핀잔이나 들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펼쳐진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6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를 마치고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6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를 마치고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6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를 마치고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호중의 ‘빛이 나는 사람’ 앨범 표지ⓒ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뛰어난 가창력에 드라마틱한 성장 스토리까지 

지상파 단독쇼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한 매체가 SBS 추석 특집으로 김호중 단독쇼가 방영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소속사 측은 “SBS와 추석 단독쇼 개최를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종적으로 결론이 어떻게 날진 모르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이런 협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지상파 단독쇼는 최고의 스타들에게만 허락된 것으로, 특히 오랜 세월 인지도가 범국민적으로 누적된 중견 스타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할 수 있는 특별 이벤트다. 젊은 가수 중에서 지상파 단독쇼를 진행한 이는 극히 드물어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이 3집 컴백 당시에 단독쇼 형식으로 컴백했었고 최근엔 임영웅이 KBS 단독쇼를 진행했다. 이번 SBS 단독쇼가 성사된다면 김호중이 그 뒤를 잇게 된다. 

김호중 단독쇼에 대한 기대는 전부터 있어왔다. KBS 관계자가 단독쇼에 대해 “나훈아 선생님을 다시 모시고 싶고, 조용필 선생님도, 산울림 밴드도 함께하고 싶다. 그리고 젊은 가수 중에는 제대를 앞둔 김호중을 꼽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지상파 단독쇼는 어디에서건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호중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MBC 《극한데뷔 야생돌》을 통해 데뷔한 아이돌그룹 탄이 컴백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관련 기사들 제목에 김호중이 많이 거론됐다. 심지어 김호중 소속사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까지 있었다. 하지만 김호중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돌 관련 기사였다(나중에 제목이 수정됐다). 김호중과 같은 기획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탄 기사에 김호중을 내세운 것이다. 김호중을 내세우면 주목받고 조회 수를 올릴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을 것이다. 언론계가 바라보는 김호중의 위상을 말해준 사건이다. 

이런 위상의 스타가 된 것은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에서 선보인 그의 강력한 가창력에 많은 사람이 감복했다. 거기에 성장 스토리까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할머니 밑에서 힘들게 자라며 돈이 없어 레슨도 못 받았다. 자칫 희망을 놓을 뻔했지만 교사의 설득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고교생 파바로티로 우뚝 섰다. SBS 《스타킹》으로 화제도 됐다. 하지만 그에겐 다시 고난이 닥쳤다. 힘든 무명 시절이 계속됐다. 그러다 《미스터트롯》에 나왔고, 그를 지키는 팬덤 아리스가 탄생했다. 아리스는 김호중이 다시는 고난을 겪지 않도록 지키기 위해 똘똘 뭉쳤다. 

군 복무 직전에 김호중은 정규 앨범과 클래식 앨범을 발매했는데 합산 100만 장 판매를 돌파했다. 군 복무로 홍보활동을 못 했는데도 이룬 성과다. 팬들의 열정을 알 수 있다. 이제 소집이 해제돼 드디어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미스터트롯》 이후 처음으로 활동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정규 2집과 전국 순회공연, 게다가 클래식 공연까지 준비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드레아 보첼리와의 협연, 지상파 단독쇼 가능성도 있다. 김호중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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