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달 궤도선’ 美 셔틀 발사체에 실려 하늘로
  • 문희철 중앙일보 기자 (reporter@joongang.co.kr)
  • 승인 2022.06.29 10:00
  • 호수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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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한화, 300여 기업 이끌며 민간 우주시대에 도전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The Martian)》은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화성에서 조난당했다가 이곳을 개척하며 생존하는 이야기다. 인류가 한국산 로켓을 타고 지구를 벗어나 달·화성을 개척하는 시대가 실제로 다가올 수 있을까. 공상과학소설(SF)에서나 보던 꿈같은 이야기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차 발사에 성공하면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6월21일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한 누리호가 성능검증위성을 초속 7.5km로 700km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오늘은 한국의 과학기술이 위대한 전진을 이뤄낸 날”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6월22일 “대전 항우연 지상국과 성능검증위성이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상국은 위성 시각을 지상국 시각에 동기화할 것을 원격명령했는데, 동기화는 이상 없이 이뤄졌다. 위성에 탑재된 위치정보시스템(GPS) 수신기도 원격명령으로 활성화하고, 자세제어를 위해 필요한 궤도 정보를 위성으로 전송했다.

1957년 인류가 우주 개발을 시작한 이래, 달 탐사와 우주 개발은 인류의 꿈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턴 단지 상상 속의 일로만 치부하기가 어려워졌다. 스페이스X·버진갤럭틱·블루오리진 등 우주 탐사 기업이 줄줄이 여행 목적의 우주여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 (KSLV-Ⅱ)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6월21일 대전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종합관제실 관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우주 개발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주 강국의 행보와 비하면 이때까지 한국은 여전히 우주 개발 시대의 변방이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위성 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누리호가 발사 후 15분가량 솟아올라 우주에 도착하면서, 한국도 드디어 우주 개발 시대에 동참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우주 강국이 우주에 도착한 이래 ‘우주의 문턱’을 한국이 넘는 데 65년이 걸린 셈이다.

한국이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자 외신도 흥분한 분위기다. 6월22일 AP통신은 “누리호 발사 성공은 장거리 미사일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을 실험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고, 미국 CNN은 “한국은 우주 경쟁에서 아시아 이웃 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분투했다”며 “누리호는 미래 위성과 임무의 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같은 날 “로켓 발사 기술은 탄도미사일 등 군사 전용도 가능하다”며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하는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의 주역으로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 민간기업들도 빼놓을 수 없다. 누리호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까지 모든 과정이 100%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한국이 뉴 스페이스 시대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규모 자본과 국가적 역량이 필요한 우주 개발 사업은 통상 국가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와 달리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최근 우주 개발 추세를 뉴 스페이스라고 부른다.

이번 누리호 프로젝트에는 300여 개 국내 민간기업이 동참했다.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엔진 조립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누리호 1단엔 75톤급 액체엔진 4기가 불을 뿜었고, 2단 75톤급 1기, 3단 7톤급 1기 등 총 6개 엔진이 탑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들 6기 엔진의 조립과 납품을 총괄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형발사체 발사대 건립을 총괄했다. 현대로템은 누리호 추진기관 시스템 및 추진공급계 시험설비를 구축하는 등 엔진부터 체계 조립까지 주요 역할을 민간기업이 도맡았다. 민간기업은 설계·제작·시험·발사운용 등 우주발사체 전주기 기술을 이전받아 뉴 스페이스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고도 700㎞ 우주 궤도에 안착해 지구와 양방향 교신까지 성공한 누리호는 앞으로 일주일간 자세를 안정화한 뒤 6월29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국내 대학에서 개발한 꼬마위성(큐브위성) 사출(분리)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조선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 연세대의 큐브위성을 순차적으로 궤도에 내보내는 것이다. 사출 과정은 성능검증위성의 영상 데이터를 전송받아 확인한다.

김기석 과기정통부 우주기술과장은 “큐브위성은 세계적으로도 종종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큐브위성 사출 및 탑재체 성능 검증 등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혹시 교신에 실패하더라도 더 격려하고 계속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리호가 2차 발사에 성공하긴 했지만, 진짜 시험은 내년부터다. 과기정통부는 2027년까지 6874억원을 들여 누리호를 네 차례 더 발사한다. 내년에 3차로 발사되는 누리호에는 처음으로 실제 운용할 차세대 소형 위성 2호가 실린다. 2024년 4차 발사 때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초소형위성 1호가 함께 탑재되고, 2025년 5차와 2027년 6차 때는 초소형 위성 5기씩이 탑재될 예정이다. 나아가 올해 8월3일에는 우리나라 최초 달 궤도선이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우주로 떠난다. SF에서 꿈꾸던 달나라 여행에 한국도 첫 발자국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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