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 여전히 가시밭길
  • 김현 뉴스1 워싱턴 특파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5 14:00
  • 호수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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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콘크리트 지지층 외에 외연 확장 안 돼
‘1·6 의사당 폭동’과 ‘세금 탈루 수사’ 등 리스크도 산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입지가 공고한 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2024년 대선 재도전을 향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미 하원의 ‘1·6 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개최되고, 또 다른 검찰의 수사도 지속됨에 따라 미 보수진영에선 치명적 리스크를 갖고 있는 트럼프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보다 전직 대통령의 행보가 더 주목받는 기현상이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6월17일(현지시간) 발표된 야후뉴스-유고브 여론조사는 공화당 내 유력 대권주자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를 재확인시켰다. 6월10~13일 미국 성인 1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당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 가상대결에서 응답자의 42%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고, 4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고 밝혔다. 비록 오차범위(±2.9%포인트) 내 결과이긴 하지만, 야후뉴스-유고브 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수치상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에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9%포인트 차로 앞선 바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40여 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재선 도전의 어려움을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조사 결과가 확고한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월23일 미국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에서 열린 ‘세이브 아메리카’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AP 연합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월23일 미국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에서 열린 ‘세이브 아메리카’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바이든 인기 하락에 힘입어 지지율 역전

실제 공화당 내에선 ‘대권주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가 여전히 탄탄하다. ‘하버드-해리스 여론조사’를 운영하는 마크 펜이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을 대상으로 ‘2024년 대선후보 경선이 오늘 열린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1%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2%)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7%)이 뒤를 이었지만 격차는 상당하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바이든은 민주당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같은 설문에서 2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카멀라 해리슨 부통령(9%),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8%),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7%) 등에 앞서 민주당 내 1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현직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충격적인 수치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인 바이런 요크는 해당 조사 결과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지적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에서의 바이든보다 공화당 경선에서 더 강력한 존재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존재감은 여전히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바이든 리더십의 반작용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와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 언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많은 문제가 바이든의 ‘약한 리더십’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연일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재도전 가도가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으로 녹록지 않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우선 미국 민주주의 최악의 날로 기록된 ‘1·6 의사당 폭동’ 사태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의혹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데다, 자신과 가족들을 향한 각종 검찰 수사도 트럼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과 트럼프에 비판적인 공화당 의원들로 구성된 미 하원의 ‘1·6 조사특위’는 트럼프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개 청문회를 벌써 5차례 개최했다. 특위는 앞으로도 공개 청문회를 지속하면서 트럼프가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는 9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6 조사특위의 청문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 ABC방송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와 함께 ‘1·6 조사특위’의 3차 청문회가 끝난 6월17~18일 미국 성인 5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4.5%), 응답자의 58%가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범죄행위로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문회 이전인 4월말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의 공동조사(52%) 때보다 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트럼프에 대한 기소 의견은 지지 정당(민주 91%, 공화 19%)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는데, 지지 정당이 없는 응답자의 경우 62%가 트럼프를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응답자 중 61%는 트럼프의 책임이 ‘매우 많다’거나 ‘많다’고 답했다.

6월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특별위원회 의 ‘1·6 의회 난입 폭동’ 2차 공개 청문회ⓒAFP 연합
6월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특별위원회 의 ‘1·6 의회 난입 폭동’ 2차 공개 청문회 ⓒAFP 연합

40대 주지사 드샌티스, 강력한 당내 경쟁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일가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축소하면서도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선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로 뉴욕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7월15일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와 함께 검찰 심문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는 별개로 뉴욕 맨해튼 연방 지검은 트럼프그룹을 겨냥한 탈세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중도층의 거부감과 세대교체론도 대선 재도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야후뉴스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듯 트럼프의 지지율은 퇴임 이후 40%대 초반에 갇혀있는 상태다. 극우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지만 무당층이나 중도층으로 전혀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공화당과 보수층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재대결하게 되면 각각 82세와 78세라는 점을 들어 트럼프의 재도전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뉴욕타임스가 고령 등을 지적하며 바이든의 ‘재선 도전 불가론’을 보도하면서 민주당에서 ‘젊은 후보론’이 커질 경우 트럼프에게도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 올해 44세인 드샌티스 주지사는 공화당 내에서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키우고 있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를 제외한 공화당 대권주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39%의 지지를 얻어 2위 펜스 전 부통령(15%)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 일부 공화당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까지 포함해도 드샌티스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올해 주지사 재선 도전에 나서는 드샌티스는 5월말 기준 1억1200만 달러(약 1460억원)의 정치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 정가를 놀라게 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고액 후원을 했던 인사들이 드샌티스 후원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6월15일 드샌티스 주지사를 차기 대선후보로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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