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소주, 시장 사수에 사활 걸었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30 10:00
  • 호수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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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등의 핵심 키워드는 ‘MZ’…주류 대기업들 “변해야 살아남는다”

국내 소주 시장은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을 제조·판매하는 하이트진로가 장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업계 추산 60%대에 이른다. ‘처음처럼’의 롯데칠성음료가 10%대를, 지역 기반 주류업체들이 나머지를 나눠 갖는 구조다. 소주 판매량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주춤하다가 최근 엔데믹 국면에 들어서면서 반등세로 돌아섰다. 

업계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확 바뀐 외식 문화와 주류 소비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류(主流) 주류업체들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공략 등 후발주자들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시장 사수에 매진하는 중이다. 

6월22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냉장고에 소주가 진열되어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6월22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냉장고에 소주가 진열되어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MZ세대 겨냥해 맛·디자인 다 바꿔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한 결과, 현재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대기업들은 MZ세대에 발맞춘 소주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올해 들어 더욱 확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 경기가 위축되면서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 왔으나 ‘참이슬’과 ‘진로이즈백’ 등 소주 제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며 “‘참이슬’은 1등 브랜드로서의 대중성을 바탕으로 (기존처럼) 캠페인을 진행하고, 진로는 뉴트로 트렌드를 활용한 ‘영 앤드 트렌디’(young & trendy) 전략으로 경쟁 브랜드인 ‘처음처럼’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4월 소주 원조 브랜드 진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진로이즈백’을 출시했다. 옛 감성을 새롭고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20대를 겨냥한 제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참이슬’보다 0.1도 낮은 16.9도로 정했다. 독한 술을 마시고 빨리 취하는 게 아닌, 술자리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20대 소비층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젊은 층의 저도주 선호도가 높아지자 지난해 3월엔 도수를 16.5도로 추가로 낮췄다. 

‘진로이즈백’ 라벨에 사용한 두꺼비 캐릭터와 국내 첫 주류 업계 캐릭터 숍인 ‘두껍상회’ⓒ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라벨에 사용한 두꺼비 캐릭터와 국내 첫 주류 업계 캐릭터 숍인 ‘두껍상회’ⓒ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라벨에 사용한 두꺼비 캐릭터로는 MZ세대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단순한 캐릭터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관 개념으로 확장했다. 급기야 2020년 8월부터 국내 첫 주류 업계 캐릭터 숍인 ‘두껍상회’를 열고 굿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두꺼비 캐릭터가 새겨진 피규어, 인형, 실내화, 다이어리, 가방 등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하이트진로가 이종 업계와 협업해 개발한 두꺼비 캐릭터 상품은 총 80종에 달한다. 지난해 1월엔 편의점 CU와 손잡고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식품을 내놨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양윤정 스낵식품팀 상품기획자는 “두꺼비 팝업스토어(두껍상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등 두꺼비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 협업 상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브랜드에도 젊은 감각을 가미했다. 오리온 추잉캔디 ‘아이셔’와의 콜라보 상품 ‘아이셔에 이슬’은 2020년 10월 선보인 지 한 달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이후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요청으로 지난해 4월 2차, 올해 3월 3차 출시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협업해 내놓은 ‘메로나에 이슬’도 큰 인기를 끌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소비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 MZ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1위 주류업체로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맛과 재미를 모두 잡은 ‘진로이즈백’은 출시 후 3년간 누적 판매량 10억 병을 돌파한 것으로 지난 4월 집계됐다. 

하이트진로를 바지런히 추격 중인 롯데칠성음료도 MZ세대 붙잡기에 여념이 없다. 롯데칠성음료는 ‘진로이즈백’보다 두 달 앞선 지난해 1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내렸다. 올 4월엔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꿀주’와 ‘별빛 청하 스파클링’을 출시하면서 도수를 기존 제품보다 더 낮췄다. ‘처음처럼 꿀주’는 15도, ‘별빛 청하 스파클링’은 7도다. ‘처음처럼 꿀주’의 경우 MZ세대가 소주와 맥주를 가장 맛있는 비율로 섞었을 때 ‘꿀주’라고 표현하는 것에서 착안해 개발했다. ‘별빛 청하 스파클링’은 기존 청하에 탄산을 첨가한 제품으로 역시 젊은 층의 니즈를 반영했다. 

하이트진로의 ‘아이셔에 이슬’과 ‘메로나에 이슬’ⓒ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꿀주’와 ‘별빛 청하 스파클링’ⓒ롯데칠성

불안 해소 위해 계속 몸부림 

롯데칠성음료는 신제품들이 하이트진로의 독주체제를 견제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타도 하이트진로’를 표방하며 오는 8월 소주 신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진로이즈백’의 대항마 격인 제품을 선보여 MZ세대 고객을 빼앗아 오겠다는 복안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올 1분기 나란히 실적 호조세를 나타냈다. 하이트진로는 연결 기준 매출액 5837억원, 영업이익 5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9.1%, 영업이익은 9.8% 늘었다. 소주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9.6%, 10.6% 뛴 3541억원, 495억원으로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263억원, 영업이익 597억원으로 각각 16.2%, 84.9% 증가했다. 주류의 선전이 두드러졌는데, 이 중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소주 매출액이 19.9% 늘어났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밝힐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아 익명을 요구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대형 주류업체들의 1분기 실적 호조는 판매가격 인상 영향이 큰 만큼 앞으로의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코로나 엔데믹이 호재라고 하지만 음주 트렌드 변화, 신규 사업자 난립,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 리스키한 변수가 더 많다. 대형 주류업체들로서는 첩첩산중에 있는 느낌일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의 불안 요소를 상쇄하기 위해 하이트진로는 해외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6년 ‘소주 세계화’ 선포 이후 글로벌 마케팅과 수출에 앞장서왔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액은 1억200만 달러(약 1290억원)로 전년 대비 36.3% 증가했다. 올해는 아시아 주요 수출국에서 실적을 늘리고 신(新)시장 발굴에도 뛰어들어 유럽·북미 지역으로까지 판매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국내 소주 시장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본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L&B는 수출 전용 과일소주 생산에 나섰다. 12도의 낮은 도수 과일소주를 생산해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 수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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