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8 07:30
  • 호수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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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표 떨어지면 대통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해
임기 초반 윤 대통령 지지율 부진에는 ‘경제위기설’도 영향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주행하고 있다. 6월1일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완승했고, 대통령의 임기 초반이라는 시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일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윤 대통령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지율이 역주행한 사례는 없다. 5월10일 취임한 후 아직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과 부정 지지율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자체적으로 매주 실시하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6월13~17일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48%,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45.4%로 나왔다.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불과 2.6%포인트밖에 나지 않고, 48%라는 지지율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얻었던 득표율과 비슷한 수준이다(그림①).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평가는 그대로 유지되고 부정평가는 조금 더 올라간 결과다.

임기 후반이라면 몰라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초반 지지율로선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역대 대통령은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는 허니문 효과를 누렸다. 일반 국민과 언론에서 새 정부와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아무리 짧다 하더라도 3~4개월은 정치 세력 간 대결 구도는 잠잠해지고 새 정부의 경제 개혁과 국정 철학에 초점을 맞추는 훈훈한 환경의 달고나 같은 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 구조·인사 문제 외에 경제도 영향 미쳐

그렇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허니문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또는 정체의 원인을 정치 구조와 인사 문제에서 찾는 진단이 많은 편이다. 정치 구조적으로 신구 세력의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첨예하고 지지층 양극화 전선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처럼 고공행진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일리가 있다.

다른 분석으로 인사 문제를 거론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려면 20대와 30대 그리고 여성과 중도층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로는 대체로 인사를 원인으로 꼽는다. 윤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와 1차 내각 인선 당시 지나칠 정도로 특정 대학과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로 코드 인사가 이뤄줬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대선 때부터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서있었던 김건희 여사가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하면서 각종 불편한 잡음이 쏟아져 나왔다. 궁극적으로 인사 지명과 김 여사의 행보 모두 사람과 관련된 이슈다. 그렇다면 정치 구조와 인사 문제 외에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더 큰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경제다.

조선시대 왕부터 지금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도자는 백성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에 정치적인 이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지만 더 큰 원인은 경제로부터 찾아야 한다. 국외 변수가 되었든 아니면 국내 변수가 되었든 여러 가지 대통령의 지지율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경제가 호황이라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반대로 아무리 정치적 소통 능력을 발휘하고 여야 관계가 좋다 하더라도 경제 지표가 최악의 상태라면 지지율 급락을 막기 어려운 이치다.

역대급 지지율을 기록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8년은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날개를 달았던 해였다. 2월에 평창동계올림픽이 있었고, 4월말에 남북 판문점 회담이 있었다. 같은 해 9월18일 문 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하는 등 남북관계 급진전에 따라 국정수행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했다. 그렇지만 같은 해 후반부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지면서 대통령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와 2018년 같은 시점의 코스피 지수를 비교해 보았다. 2018년 상반기는 정치적으로 희망적이었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문 전 대통령의 1월 긍정 지지율은 69%로 시작해 4월에 최고치인 72%를 찍었고 7월엔 67%로 조금 낮아졌다. 그래도 10월까지 62%로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12월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급락했다. 남북관계나 국내 정치 상황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올 정도로 2018년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경제는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코스피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1월에 2566포인트였던 증시가 10월에 2029포인트로 거의 500포인트 이상 내려앉고 말았다. 코스피 지수가 일종의 경기 선행지수라면 12월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곤두박질한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그림②).

경제  “좋아질 것” 18%, “나빠질 것” 53%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혜성같이 등장했던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였다.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하지 못하고 아칸소 주지사를 역임한 정치 초년병에게 격침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 때문이었다.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정치 구조나 인사 문제를 떠나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발목을 잡고 있는 최대 변수는 경제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6월14~1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앞으로 1년간 한국 경제가 현재와 비교할 때 어떠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물어보았다.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 전망은 고작 18%에 그쳤다.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53%나 되었다. 특히 경제활동 지표에 영향을 많이 받는 50대에선 한국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66%나 된다. 서울 지역 응답자와 30대, 자영업층, 중도층 응답자도 모두 부정 전망이 50% 이상이다(그림③). 이런 경제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좋게 나올 리 만무하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례가 없는 상태다. 임기 두 달도 되지 않은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가 가혹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를 정치 구조나 인사 문제만으로 해석한다면 반쪽짜리 분석이다. 더 큰 이유는 경제에 있다. 경제가 우선이다. 특히 중산층의 경제가 중요하다. 국가의 경쟁력은 건강한 중산층에 달려있다. 중산층이 경제활동과 미래 계획을 세우는 데 자산의 부족함이 없어야 충분한 저력을 뿜어내게 된다. 맹자는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절실한 방책으로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을 강조했다. 국민의 의식주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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