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말과 행동을 자제하는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친윤(친윤석열)계'와 갈등으로 코너에 몰린 이 대표가, '반전 카드'를 찾기 위해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거침없이 당 안팎으로 직언을 쏟아왔던 이 대표는 28일 모든 일정을 비공개로 돌렸다. 특히 그는 최근 당 회의에서 철저히 입을 닫고 있다. 지난 20일 이후 열린 모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모두발언을 생략했다. 일반적으로 최고위원회의 의장인 당대표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전한 뒤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순차적으로 발언하는 절차에 비춰 보면 이는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침묵 모드'와 관련해 여러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평소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에 들어 정치권에 입문한 뒤로 거침없는 행동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그는 최근 친윤계인 정진석 의원과 공개 설전을 벌이거나, 당 회의실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를 공개적으로 뿌리치고 "앞뒤가 다른 경우에 굉장히 강하게 배척한다"고 불쾌감을 토로하는 등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했다.
이 대표의 이례적 잠행이 이 대표의 좁아진 당내 입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 심의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측도 '이 대표와의 회동설' 등을 적극 부인하는 등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이 대표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특히 당대표로서 행보가 윤리위 문제와 얽혀 해석되는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 심의는 오는 7월7일로 연기됐다. 또 당 혁신위와 국민의당 합당 조건이었던 최고위원 인선 문제 등에서 시작된 이 대표와 친윤계의 대립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송석준 의원은 지난 27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분위기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부응하는지 반성해야 될 때"라고 직격했다.
친윤계 주축으로 구성된 모임 '민들레(민심들어볼래)'의 공동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당내 논란은) 이 대표에게 누적된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무게감, 안정감, 상대를 배려하는 게 있는가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리더십을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표출되고 있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