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살피기’는 아예 포기한 국회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4 07:30
  • 호수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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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민심이반 낳은 강경파들 정리 못 하고 권력투쟁만
尹 정부, 이전 정부 잘못만 파헤친다고 지지율 오르지 않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치 속에 식물국회가 6월을 넘어 7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5월30일부터 임기가 개시되었어야 할 국회의장단은 공석이고, 회의도 열지 않는 의원들만 존재하는 국회가 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여야는 입만 열면 ‘경제위기’니 ‘민생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니 하며 아우성치지만, 막상 국회 회의장 문을 걸어둔 채 팽팽한 기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도무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 같은 정치다. 여야가 첨예한 대결을 벌이다가도 큰 선거를 통해 승부가 가려지고 나면 일단은 판이 정돈되고 정국이 정상화되던 것이 그동안의 정치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 몇 번의 큰 선거가 치러지고 민심이 드러나도 다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민심 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 21대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여야의 모습이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양당은 상대의 책임만 거론하며 요지부동으로 정면충돌하고 있다. 합의 파기라는 부담을 의식한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직을 합의대로 내주겠다면서도 ‘검수완박’ 후속 조치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조건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조건을 거부하며 국회의장단과 법사위원장을 먼저 선출하자고 역제안해 평행선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국회의장단 단독 선출을 위한 7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4일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 찬에서 격려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제위기에 문 닫아건 식물국회

국회 파행 상황을 놓고 어느 한쪽의 책임만 거론할 일은 분명 아니다. 국회운영에 대한 여야 공동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순서적으로 민주당을 먼저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교체가 되면서 정부권력은 국민의힘이 잡았지만, 국회권력은 여전히 170석 이상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것이다. 적어도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여전히 못 할 것이 없음을 지난번 ‘검수완박’ 입법은 보여준 바 있다.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집권여당인 셈이다. 그러니 원 구성도 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 파행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민주당에 묻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애당초 원 구성 협상이 표류하게 된 것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이 갖는다는 합의를 민주당이 파기하면서였다. 지난해 7월 윤호중 민주당·김기현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출범 후 민주당이 독식했던 상임위원장 자리들을 여야 의석 비율에 따라 11대 7로 재배분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맡았던 법사위원장을 후반기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야당이 되자 민주당이 이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시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그 논리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 측 논리였지만 궁색한 것이 사실이었다. 정권은 내놓게 되었지만, 절대 다수 의석의 힘을 통한 국회 주도권은 놓지 않겠다는 정치적 사심이 앞선 입장 변경이었다. 결국 합의 파기에 대한 부담을 의식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당초 합의대로 내주겠다고 선회했지만, 이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개특위 구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도 설득력이 다소 약해 보인다. 이미 6·1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강한 역풍을 맞아 패배를 자초하게 만든 ‘검수완박’ 입법의 정당성을 끝까지 주장하려는 모습으로 비친다. 기왕에 원 구성에 대한 당초 합의를 지키겠다면 조건 없이 깨끗하게 매듭짓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협상 타결을 위해 전방위적인 정치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야당의 입장 변화만 촉구하는 국민의힘의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설령 합의 파기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었다 하더라도, 야당의 양보를 이끌어낼 다각적인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은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여당의 몫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지 국회 상황을 넘어 이토록 지리멸렬한 정국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한 책임은 집권 세력에게 있다. 국회에서의 입법 독주와 파행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지만, 국민들이 여야 불문하고 정치에 기대를 걸지 못하는 혼돈의 상황에 대한 책임은 먼저 집권 세력에게 묻게 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는데, 민심에서 별다른 감흥과 기대가 나타나지 않는 현실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최근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점차 하락하면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두 달도 되지 않아,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정점을 찍고 있어야 할 무렵에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는 심상치 않은 민심을 읽을 수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월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월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선거 패배에 성찰 없는 野…진영 울타리에 갇힌 與

민심은 진즉부터 경고등을 켜고 있다. 연전연패에 대해 성찰조차 없이, 민심이반을 낳은 강경파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권력투쟁만 벌이고 있는 것이 민주당의 현주소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 집권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기대를 걸 만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하니, 다시 갈 곳을 잃고 있는 것이 지금의 민심이다. 야당에 발목잡기의 책임을 넘기기 이전에, 윤석열 정부도 자신에 대한 여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통렬한 성찰을 해야 마땅하다.

여권 세력은 국민이 정권교체를 선택했던 이유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나타나는 근본 문제는 과거 실패했던 보수 정부들과는 다른, 변화되고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 정부 2.0, 3.0으로 진화해야 할 시대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그냥 1.0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윤석열 정부의 집권 세력은 보여주고 있다. 

‘서오남’과 ‘검찰 출신’의 편중 인사를 거치면서 윤석열 정부는 진영의 울타리 안에 갇혀버렸다. 문재인 정부가 내내 보여준 ‘코드 인사’의 판박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새로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윤핵관’들이 집권 세력의 중심이 되어버리는 권력질서가 자리 잡았다. 초대 내각 인사에서, 예를 들어 윤희숙 전 의원이나 금태섭 전 의원처럼 젊고 소신 있는 정치인들이 전진 배치되었다면, 윤석열 정부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진영에 갇히지 않기에 까다로울 수 있는 인물들은 멀리하고,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만 선호한 인사 스타일이었다. 그러니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과거 시대의 인물들이 주도하는,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국정과 정치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특별한 기대를 갖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이 와중에 이준석 대표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여당 내부의 갈등 또한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실정과 위법을 파헤친다고 생겨나지는 않는다. 이전 정부의 잘못을 고발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들의 새로운 능력과 비전을 보여줄 때 비로소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여나 야나 모두 국민 앞에서 크게 모자란 모습만 내내 보이는 답답한 정국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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