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뇌출혈로 사망한 아산병원 간호사…왜 수술도 못 받았나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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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할 의사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됐다 끝내 사망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 ⓒ연합뉴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간호사는 병원 내에서 응급 수술을 받지 못한 채 타 병원으로 이송됐고, 골든타임을 놓친 탓에 결국 숨을 거뒀다. 간호계는 의사 수 부족으로 예견돼 온 참사였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는 2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과 관련, 고인에 애도를 전하며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워 준 예견된 중대한 사건이다. 병원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본원 응급실에서 발생했던 일과 당일 근무한 당직자의 대처, 응급실 이동 후 서울대병원 전원까지 걸린 시간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고인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대한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 없어 여러 의혹과 주장들이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서울아산병원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과 대한간호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 A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A씨는 원내 응급실로 옮겨져 색전술(혈관 내 색전을 이용해 출혈을 억제하거나 종양 전이를 방지하는 치료) 등 응급 처치를 받았다. 

상태가 위중했던 A씨는 긴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당시 집도가 가능한 의사들이 학회 참석 등을 이유로 모두 자리를 비운 탓에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했다. 

자신이 근무하던 국내 대형병원에서 쓰러졌음에도 수술을 받지 못했던 A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수술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끝내 사망했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파열, 혈액이 뇌 조직으로 새어 나가는 질병인 뇌출혈의 골든타임은 3시간 안팎으로, 이 때 응급처치나 수술이 동반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간호사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병원 측 대응을 성토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자신을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직원은 지난달 31일 블라인드에 "세계 50위권 안에 든다고 자랑하는 병원이 응급수술 하나 못해 환자가 숨졌다"며 "인증평가 항목 중 하나인 직원 사고 발생시 대처방법을 아무리 외우고 있으면 뭐하나"고 병원 대응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겉모습만 화려한 병원의 현실은 직원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며 "그날 병원 응급실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직자는 어떻게 했는지, 응급실 입원 후 전원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꼭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직원들은 "쓰러진 사람이 의사였으면 수술을 했을 것"이라거나 "병원에서 간호사를 소모품으로 취급했다" 등 병원 측 대응을 질타하는 글이 이어졌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간호사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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