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키즈라라 임직원들 출퇴근거리는 전남~서울 ‘320㎞’?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2 17: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순키즈라라 임직원들, 업무용 차량 사적사용 논란
한국광해공단·화순군, 제식구 감싸기 ‘면죄부 조사’ 의혹도 자초

한국광해관리공단 등의 공동 출자법인인 ㈜화순키즈라라 업무용 차량이 주말에 전남 화순에서 수백km 떨어진 서울까지 임원 귀가 등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회사 측이 3년이 지나 ‘대표이사는 원거리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신설해 규정 변경 논란도 불거졌다. 더욱이 논란이 일자 조사에 나선 키즈라라와 한국광해공단·화순군 등 주주기관이 키즈라라가 뒤늦게 만든 면죄부성 규정을 근거로 문제없다고 결론 내려 ‘제식구 감싸기 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광해공단 등의 공동 출자법인인 ㈜화순키즈라라 업무용 차량이 주말에 전남 화순에서 수백km 떨어진 서울까지 임원 귀가 등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화순 도곡 온천관광지구 내 키즈라라 전경 ⓒ시사저널
한국광해공단 등의 공동 출자법인인 ㈜화순키즈라라 업무용 차량이 주말에 전남 화순에서 수백km 떨어진 서울까지 임원 귀가 등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화순 도곡 온천관광지구 내 키즈라라 전경 ⓒ시사저널

임직원들, 매주 귀가 위해 회사차량 수백 km 주행 정황

2일 제보자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화순키즈라라 대표이사 A(67)씨와 팀장급 직원(1급 2명, 4급 1명) 3명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회사 규정이 변경되기 전 3년 간 회사가 있는 화순 도곡 온천관광지에서 대표이사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까지 주말에 귀가하면서 회사 차량을 사용했다. 

A 대표는 금요일 오후에 동행한 팀장들과 차를 몰아 서울 강남 자택으로 퇴근하고, 서울에 사는 팀장들은 각자 귀가한 뒤 일요일 오후에 다시 모여 다음날 출근을 위해 광주시 남구 진월동 회사 관사(숙소)까지 업무용차량을 타고 내려 왔다.

이 같은 사실은 화순군이 지난해 8월11~13일 사흘간 실시한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화순군은 “회사 공용차량인 그랜저 IG를 주말 출퇴근용으로 서울 거주 대표이사, 경영기획팀장, 파크운영팀장 등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화순군은 회사 규정에 따른 정당한 사용이라고 덧붙였다. 

화순 도곡 온천관광지에서 대표이사 A씨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까지 거리는 320여Km다. 승용차로 4시간 20분가량 걸린다. 현재 기준으로 편도 통행료는 1만 7400원이며, 기름값은 왕복 12만원 선이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주말을 낀 금요일 오후 4시 또는 4시 30분쯤 상경했다가 일요일에 관사가 있는 광주로 내려왔다. 심지어 오후 1시에 출발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에 대해 키즈라라 측은 “주주기관의 조사결과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회사 규정에 어긋나지 않은 업무상 사용”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화순 본사부터 대표 A씨의 집이 있는 서울 서초구까지는 회사 규정 상 ‘원거리 출퇴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회사 측, 의혹 폭로 이후 ‘원거리 출퇴근 가능’ 규정 신설

실제 키즈라라는 2021년 3월 중순 취업규칙 세칙(제3조의 4)에 ‘대표이사는 전염병의 유행으로 인한 감염예방 차원과 회사의 업무 형편상 필요하여 원거리에 있는 자택과 회사 사이의 출퇴근이 필요한 임직원에게는 한시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고 회사 차량을 이용하여 출퇴근하게 할 수 있다’는 특례조항을 신설했다. 또 동일지역 또는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직원이 다수일 때는 해당 직원에 대하여 동일 차량을 이용을 우선하도록 권장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 일부에선 ‘면피성 규정 변경’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설 규정이 문제가 된 A씨와 해당 팀장들의 회사 차량 사적사용 위반 부분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시점도 의혹을 부채질한다. 이 규정은 내부 제보자에 의해 업무용 차량 사적사용 의혹이 폭로된 이후에 마련됐다. 

주주기관들이 ‘면죄부 조사’라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기관들이 논란이 된 규정을 근거로 삼아 ‘문제없다’고 밝히면서다. 한국광해공단과 화순군은 지난해 7월 29~30일 이틀 간 ‘경영예산 운영 실태’ 등과 관련, 공동조사 후 작성한 보고 자료에서 “주말과 업무 외 시간(오후 6시 이후)에 사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더구나 열흘 후 단독으로 추가 조사에 나선 화순군은 “회사 취업규칙 세칙(제3조의 4)에 따른 정당한 업무용 사용”이라고 주장했다. 

 

한술 더 뜬 화순군…논란 면죄부성 규정 근거로 “문제없다” 

문제는 전남 화순에서 서울 강남이 출퇴근 범위에 포함되는 지 여부다. 통상적으로 출퇴근이란 주중 아침에 회사에 출근한 뒤 업무가 종료된 오후에 퇴근하는 것을 일컫는다. 공무원 복무 규정은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을 명시하고 있다. 키즈라라도 기본적으로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다. 반면에 이들 임직원들은 매주 주말이 낀 금요일 오후에 상경했다가 일요일 오후에 회사가 아닌 광주 진월동 소재 관사로 내려왔다. 이들의 주말 상경을 두고 ‘출퇴근’이 아니라 주말 ‘귀가(歸家)’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회사 업무차량은 업무수행 시에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관할 지역 바깥에서 출퇴근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화순군도 이 대목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앞서의 조사에서 화순군은 “차량 운행관리에 관한 회사규정이 없어 업무용 승용차 사적사용(출·퇴근)에 대한 범위를 규정할 수 없다”고 실토했다. 이때 화순군이 근거로 참조한 것이 국세청의 ‘업무용 승용차 비용처리 기준’이다. 업무용 사용을 정의한 이 기준에 들어있는 ‘출퇴근’이라는 문구를 들어 출퇴근은 업무용 사용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화순군의 입장이다. 

그러나 황당한 확대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규정은 출·퇴근 이용 시 업무용 사용으로 본다는 것일 뿐, 출·퇴근 범위를 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순에서 서울까지 왕복 640㎞ 이동한 것을 출퇴근으로 보는 것은 억지 해석이라는 얘기다. 화순군은 여기에 한술 더 떠 해당 규정이 없던 2018년 8월부터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불소급 적용’이라는 기본 원칙마저 저버린 어처구니없는 행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주민 “화순~서울 출퇴근 운운은 군민 우롱하는 처사”

키즈라라 임직원들이 주말에 상경하면서 지불한 고속도로 하이패스 통행료는 모두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한해 고속도로 왕복 통행료는 163만1240원이고, 지난해 6월까지 87만2000원이었다. 5년간 통행료만 1000여 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왕복 12만원 정도 드는 기름값으로도 4000여만원의 회사돈이 지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식대 등 부대비용 등을 모두 합산하면 상당한 금액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화순읍에서 자영업을 하는 채 아무개(65·남)씨는 “주말 끼고 화순에서 서울 강남 자택까지 수백㎞에 달하는 거리를 오간 것을 두고 출퇴근 운운하는 것은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다”며 “자기 회사 같으면 그렇게들 길바닥에 돈을 뿌렸겠느냐. 뒤늦게 출퇴근 규정을 새로 만든 키즈라라나 이런 황당한 규정에 대해 시정 요구를 하기는커녕 이를 근거로 문제없다고 두둔한 광해공단과 화순군 모두 한통속이다”고 힐난했다.   

키즈라라는 지난 2012년 한국광해관리공단 250억원, 화순군 205억원, 강원랜드 200억원 등 3개 기관이 총 655억원을 출자했다. 세무회계상 법인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준공공기관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화순군 도곡면 도곡온천관광지 내 16만107㎡(4만8432평) 부지에 300억 원을 투입해 어린이체험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차례 연기 끝에 올해 10월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