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와 협상” 거론한 前 독일 총리에…젤렌스키 “역겨워”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8.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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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슈뢰더 “우크라-러, 각각 크림반도·돈바스 포기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통해 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역겹다”며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영상 연설을 통해 “유럽의 주요국 전직 지도자가 자신들의 가치에 반하는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니 역겹다”라고 말했다.

앞서 슈뢰더 전 총리는 전날(2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으며,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종전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좋은 소식은 러시아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원한다는 것”이라며 최근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송 합의가 종전 협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합병된 크림반도를 포기해야 하고, 러시아는 돈바스를 포기해야 한다고까지 거론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1998~2005년 독일을 이끌었던 슈뢰더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7년부터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티’ 이사회 의장을 맡아, 지난 5월 사퇴 의사 표명 전까지 연간 60만 달러(약 7억5000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겼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3주 전에는 가스프롬 이사로 지명되기도 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이같은 발언에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트위터에서 슈뢰더를 ‘러시아 궁중의 대변인’이라고 칭하고 “곡물 수송에 대해 합의가 됐다고 해서 이것이 더 큰 협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러시아가 대화를 원한다면 공은 러시아가 쥐고 있다”며 “먼저 공격을 중단하고 병력을 철수하라. 그러면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으며, 하르키우 등 북동부 지역에는 건물에 잇따라 폭격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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