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논란’ 부지사 사퇴로 경기도의회 정상화 급물살
  • 나선리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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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오는 9~18일 임시회 개최하기로…전반기 의장은 투표로 선출
국민의힘, “김동연 지사의 여야정협의체 참여, 경제부지사 업무 재조정” 요구
3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 정상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3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 정상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의 ‘술잔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하면서 파행을 겪고 있는 경기도의회 정상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6‧1 지방선거 이후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원구성을 하지 못한 경기도의회는 오는 9일부터 임시회를 열기로 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각종 요구 조건을 내걸면서 갈등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다.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양당 대표단은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의 ‘술잔 논란’ 사태에 대한 김 지사의 사과를 계기로 원구성 재협상을 진행, 오는 9~18일까지 임시회를 개최하는 것에 동의했다. 양당은 3일 대표단 회동을 갖고, 합의문 작성과 더불어 임시회 개최를 공식적인 일정으로 조율해 놓은 상태다. 곽미숙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도의회 남종섭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이 제안한 원구성을 위한 임시회 개최를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의 최대 쟁점이었던 의장 선출의 경우 임시회 첫날인 9일 무기명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후반기 의장은 여야동석인 현재 78대 78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전반기 의장을 하지 않았던 당에서 선출하고, 의석수 변동이 있을 경우는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투표로 결정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이 다수였던 제10대 경기도의회 종료 직전 득표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 우선’을 ‘다선 우선’으로 하는 내용의 회의규칙 개정을 시도하지 않았던 점을 들며 전반기 의장 양보를 요구해 왔다. 이해 반해 국민의힘은 투표로 결정하자는 원칙론을 고수하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편, 의석수 증가(142석→156석)에 따른 상임위 1개 증설에 대해서는 수석전문위원 정수 부족으로 당장 적용은 힘들다고 판단, 행정안전부에 요구 절차를 거쳐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 외 상임위원장 배분과 예결위의 도청‧도의회 분리 등은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양당은 이번 임시회를 통해 경기도가 제출한 1조4000억원 규모의 민생 추경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우선적으로 도의회 파행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앞서 도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78대78로 동수를 이루면서 팽팽히 맞서 의장 선출과 상임위원회 배분 등 원구성 갈등을 겪어 왔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12일 개원과 더불어 5분여만에 정회한 후 지금까지 파행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가 만찬회동에서 도의회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의원에게 술잔을 투척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여야 협치는 더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김 전 부지사가 지난달 31일 사퇴를 선언하고 김 지사도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 국민의힘이 도의회 정상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도의회 국민의힘은 도의회 정상화와 함께 양당 대표의원과 김동연 도지사의 공식 회동과 여야정협의체 직접 참여, 경제부지사 업무분장 재조정 등을 요구했다. 

곽 대표는 3일 기자회견에서 양당 대표의원과 김 지사와의 ‘3자 회동’을 공식 요청했다. 그는 “김 지사가 말했듯 지금 경제 위기가 심각하고 도민들의 어려움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정파를 떠나 여야정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며, 더 이상 뒤로 숨지 말고 앞으로 나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도의회 양당 대표와 김동연 지사는 4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회동을 갖기로 했다.

또 곽 대표는 지난달 26일 도의회 민주당 측에서 제안했던 ‘여야정협의체’에 김 지사가 직접 참여하는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경기도는 여야정협의체에 도 대표로 경제부지사를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어 곽 대표는 이번 ‘술잔 논란’과 관련해 “경제부지사에 도정의 주요 업무가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업무 분장을 다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곽 대표에 따르면 경제부지사 권한이 지나친 점이 이번 술잔 논란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앞서 경기도가 공포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경제부지사는 도시주택실, 공정국, 농정해양국 등 기존 행정1부지사 관할 외에도 경제실 등 행정2부지사 관할까지 대거 넘겨받는다. 기존 정무직이었던 평화부지사에서 변경된 경제부지사는 기존 평화부지사의 인권담당관, 소통협치국에 대한 관할을 넘겨받는 것은 물론 도내 산업과 부동산 및 주택 사업 등 경제 관련 현안에 대해서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곽 대표는 경제부지사에 염태영 도정자문위원장을 내정한 데 대해 “사람을 바꾼다고 (경제부지사의 막강한 권한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78대 78 여야 동수로 만들어주신 경기도민의 뜻은 모든 문제를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는 것”이라며 “김 지사도 이런 뜻을 유념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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