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죽으라고 등떠민다”…공군 성추행 피해자 메모장에 담긴 절규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2.08.04 1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해자 의사 따른 메모 공개…“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함”
지난 3일 군인권센터에서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이 '공군15비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3일 군인권센터에서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이 '공군15비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 성추행 사건 폭로로 논란인 가운데 “군이 죽으라고 등을 떠민다”는 피해자의 심경 원문이 공개됐다. 또 다른 상급 간부에 의한 성희롱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은 확산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의 군성폭력상담소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피해자의 메모 원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A 하사가 성추행 사건 이후 그간 느낀 심경을 휴대전호 메모장 애플리케이션에 정리한 메모다.

A 하사는 메모에서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군이 죽으라고 등을 떠민다”면서 “제대로 된 보호도 해주지 않으면서 모든 걸 온전히 나에게 버티라고 내버려 두면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걸까”라고 썼다.

또한 “군검사는 나보고 ‘성피해자로 호소할거면 제대로 된 답변을 준비하라’라는데 금전적인 문제로 변호사 안쓰는 게 지금 상황에선 안좋다고 비아냥 거리는 게 너무 화가 났다”면서 “모든 조사를 울면서 했다. 너무 많은 조사와 시간이 지나서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더러운 상황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만 같은 답답함이 날 옥죄여 온다”고도 덧붙였다.

군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A 하사가 또 다른 상급자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15비 소속 B 원사로부터 40대인 자신의 동기와 사귀라며 ‘너는 영계라서 괜찮다’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야간 근무 중인 A 하사에게 술에 취해 전화한 사례도 여러번 있었다고 밝혔다.

B 원사는 A 하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사실을 최초 가해자로 지목돼 현재 구속 상태인 C 준위(44)에게 알려준 의혹도 함께 받는다. A 하사는 지난 4월 같은 반 근무자인 C 준위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했다고 성고충 상담관에게 신고했는데, B 원사가 이같은 사실을 C 준위에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때문에 A 하사가 C 준위로부터 회유 및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지난 2일 군성폭력상담소의 폭로 기자회견으로 수면위로 드러났다. C 준위가 A 하사의 몸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 했다는 의혹, ‘장난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등 성희롱 발언 의혹, 코로나19에 확진된 남성 부사관과 입을 맞추거나 그의 침을 핥으라고 강요한 의혹 등이 폭로됐다. 사건이 벌어진 15비는 앞서 성희롱 사태로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부대이기도 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