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기착지’ 화순 키즈라라…차기 사장 또 낙하산?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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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사장 대부분 정치권 인사…특정인 내정설 파다
공모 절차 요식행위에 불과…‘깜깜이 공모’ 시끌시끌

전남 화순 도곡온천관광지 내 어린이체험시설인 키즈라라 차기 대표이사(사장)에 특정인이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해 논란이 거세다. 이 기업의 대표이사 자리가 집권여당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일부에서는 결국 정치권에서 밀어주는 인사가 대표이사에 취임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키즈라라가 설립된 이후로 역대 사장이 대부분 정치권 관계자였다. 지역경제나 어린이 전시시설을 오래 다뤄온 전문가가 사장이 된 사례는 전무하다. 

화순 지역사회에서는 폐광지역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투명한 절차를 통한 적임자 선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여론은 그간 키즈라라가 받아 온 가장 만만한 낙하산 기착지라는 오명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모 등의 절차적 장치가 있어도 특정세력이 원하는 인물을 앉힐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키즈라라가 대표이사를 임명할 때 지배 구조상 한국광해광업공단 내부 인물을 우대하거나 힘있는 정치권의 눈치를 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전남 화순의 어린이체험시설인 키즈라라 차기 대표이사 인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전 내정설이 파다하게 떠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결국 정치권에서 밀어주는 인사가 사장에 취임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화순 도곡 온천관광지구 내 키즈라라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화순의 어린이체험시설인 키즈라라 차기 대표이사 인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전 내정설이 파다하게 떠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결국 정치권에서 밀어주는 인사가 사장에 취임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화순 도곡 온천관광지구 내 키즈라라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정권교체 때마다 덮친 ‘낙하산’…가장 만만한 기착지 오명 

키즈라라는 지난 2012년 1월, 전남 화순군의 광산 지대 석탄 산업 위축이 지속되자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폐광지역인 화순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돼 설립된 대체산업법인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 250억원, 화순군 205억원, 강원랜드 200억원 등 3개 기관이 총 655억원을 출자했다. 세무회계상 법인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한국광해광업공단(한국광해관리공단 후신)이 대주주로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키즈라라 사장과 임원 인선에 정치권이나 정부, 광해공단 등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키즈라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경영진이 교체됐고, 집권당 출신 정치인의 낙하산 인사가 쏟아졌다. 이명박정부 시절 2012년 초대 사장은 한나라당 지역위원장 출신 인물이 맡았다. 그는 한국공해관리공단 상임이사에서 키즈라라 사장으로 말을 갈아탔다. 사실상 정치권과 광해공단 합작 ’공동 낙하산‘인 셈이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2대 대표이사에는 새누리당 소속 정당인(나주화순 당협위원장)이 선임됐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는 A씨에 대한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여야 간 정권이 교체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 3대 사장으로 MBC제작본부장 출신 B씨가 임명됐다. B씨 본인은 “사실 무근이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지역정가에선 그를 친(親)정부 성향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취임한 현 대표이사가 3년의 임기를 마치고 1년을 연장했으나 정권이 바뀌자 연임에 실패한 것도 현 집권 여당의 입김이 작용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이런 사실은 현재 진행 중인 차기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사전 내정설 의혹을 더 짙게 만드는 정황이다. 정치인이나 광해공단 간부가 낙하산으로 내려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광해공단 입김설…키즈라라 “우리 마음대로 할 사안 아냐”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키즈라라가 지난달 11~25일 접수한 대표이사 공개모집에 3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즈라라는 이르면 16일, 늦어도 이달 안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장 선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력 후보자에는 현 정권 실력자로 자타가 인정하는 지역 유력 정치인이 미는 것으로 알려진 C씨와 광해공단 산하 출자기관 간부출신 D씨, 2대 주주인 화순군이 천거한 것으로 보이는 E씨 등이 있다. 키즈라라 1급 간부로 4년 간 재직한 뒤 지난해 말 퇴임한 D씨는 접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5일 키즈라라 본사를 직접 방문해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즈라라 사장 선임은 정치권 인사 C씨와 광해공단 간부출신 D씨 간에 2파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화순군도 후보 추천 몫을 갖고 있으나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실상 한솥밥을 먹는 사이인 1대와 3대 주주 광해공단과 강원랜드가 주도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화순군은 소액 주주로 전락한 실정이다. 두 기관은 지난 5월, 화순군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표이사 임기를 3년에 1년씩 연장할 수 있다’는 정관 변경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일부에선 키즈라라 사장에 “내정된 유력 후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정 지원자가 후원세력과 사전 조율한 뒤 지원했다는 미확인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회사 안팎에선 공모전부터 사전 내정설이 흘러 나와 ‘몇 명이나 응시 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퍼졌다. 회사 측이 함구하고 있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를 반영하듯 응모자가 3명에 그쳤다. 키즈라라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응모도 하기 전에 특정인의 사전 내정설이 파다해 그런 영향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표이사 공모에 착수한 시점도 사전 내정 의혹에 힘을 싣는다.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공모에 나서지 않던 키즈라라는 현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7월 11일 당일에야 대표이사 모집 공고를 내고 그날부터 바로 접수를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임기 종료 2개월 전에 임추위를 구성한 뒤, 현 경영진 임기 만료 전에 차기 사장을 뽑은 것과 달리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 특정인을 이미 낙점한 가운데 대표이사 공모에 착수한 것이라는 내정설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키즈라라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 부분은 저희 회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제가 별도로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깜깜이’ 사장 공모 논란…지원자 명단·심사기준 등 공개 필요

키즈라라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비공개 인사 방식이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키즈라라의 ‘깜깜이 인사’ 방식은 그동안 임직원 선임 과정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다. 사장 선임 절차의 경우, 공모를 거쳐 임추위가 후보를 추대하면 광해공단과 화순군, 강원랜드로 구성된 주주기관들이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후보로 결정하게 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밀실 공고’도 문제다. 키즈라라는 자사와 광해공단 홈페이지에만 공고를 했을 뿐 언론사에 공모 보도자료는 내지 않았다. 키즈라라 사정에 밝은 앞서의 인사는 “이번 공모는 내정된 인사를 선임하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며 “최소한 언론에 사장 공모 사실이 보도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일련의 공모절차를 살펴보면 내정된 후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마감된 공모 지원자 접수 현황도 밝히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낙하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임명된 사장에게는 자리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들은 그가 맡은 회사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공기업 임원을 정치권으로 돌아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정도로 인식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키즈라라가 깜깜이 인사 방식을 개선하고 제대로 된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모 일정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지원자 명단과 심사기준, 방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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