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장관 수행비서냐”…野 맹공에 침묵·회피한 윤희근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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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찰국 신설 적법성 논란, 류삼영 총경 징계 문제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윤 후보자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에 대한 질의에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찰권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면서도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경찰국 신설이 정부조직법·경찰청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져 위법하다"며 총공세를 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입직경로에 따른 경찰조직 내 차별 등을 지적하며 "경찰대 개혁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시행령 개정으로 신설된 경찰국, 위법?…"의견 나뉘어"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1991년 경찰청법 제정의 배경을 설명하며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고 헌법을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경찰국 설치를 강행한 것은 경찰수사권 개입을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경 이상 인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국이 공무원 조직의 통제 수단인 인사권으로 수사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자는 "(경찰국 신설 취지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의 일환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위법성 논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의견이 나뉜 상황"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임명된다면) 경찰청장으로서 가진 인사권을 법률 범위 내에서 소신있게 행사하고, 우려하는 부분도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찰국 설치를 위해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거쳤느냐. 경찰법을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의에 침묵을 이어가다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윤 후보는 "(과거) 청와대의 밀실에서 야합으로 (경찰 인사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경찰국 신설을 통해) 양성화, 시스템화된 양지로 나와서 하는 것이니 찬성하지 않느냐"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답했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이 "위법적인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논리를 후보자가 그대로 읊고 있다"고 질타하자, 윤 후보자는 다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치안감으로 언제 승진했나, 그때 밀실 인사였나, 밀실 인사로 승진했다면 경찰의 자존심을 걸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따졌다. 이에 윤 후보자는 침묵을 지키다가 "말씀의 취지를 잘 알겠다"고만 답했다. 

방어 전략을 취하던 여당은 경찰대 개혁이 필요하다며 역공을 펼쳤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대 출신이 경찰을 지배하고 있다"며 "입직경로에 상관없이 공정한 승진기회를 달라는 게 우리 일선 경찰들의 가장 큰 요구"라고 지적했다. 

김웅 의원은 최근 김광호 서울경찰청이 이준석 당 대표의 수사를 촉구한 점과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비판하는 민주당의 내부 보고서를 배포한 점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처참하게 무너졌을 때는 아무 말 않다가 왜 갑자기 정치적 중립성을 외치시는지 참으로 의문스럽다"고 질타했다. 

 

행안부 장관이 치안회의 주재?…"깊이있는 판단 못했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관련 대응 회의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재한 것은 위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후보자는 지난달 20일 이 장관이 주재한 대우조선 사태 관련 회의가 '행안부 사무가 맞느냐'는 질의에 "부적절한 면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이 "당시 행안부 장관이 경비대책회의를 주관하지 않았느냐. 행안부 장관이 주재할 수 있느냐"고 묻자 윤 후보자는 "없다"고 답했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이 "후보자가 (치안책임자이지) 장관의 수행비서가 아니지 않느냐. 치안 현장을 장관이 직접 지시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행안부 장관의 사무범위에 속하는 내용이냐"고 묻자, 그는 "당시 후보자 신분이기도 했지만 직무대행하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깊이 있는 판단을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의 자료화면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의 자료화면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류삼영 총경 징계 논란…"경중 따라 판단"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의 징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류 총경이 대기발령을 받고 징계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경찰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징계를 해제할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자는 "당시 회의를 그대로 놔두면 위법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는 참모의 건의가 있어 해산 명령을 내렸고, 그 명령을 지키지 않은 류 총경에 대해 조처한 것"이라며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며 확인 이후 사안의 경중에 따라 판단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이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경찰서장 회의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의에는 "없다"고 답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당시 류 총경이 입었던 제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가 "정복을 입고 참석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정복을 입고 그 자리에 참석하고 그 회의를 주관했다는 것은 공식 업무라고 봐야 되지 않느냐, 왜 개인적인 업무라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윤 후보자가 경찰 구성원들의 입장을 대변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국민생명·안전을 지키는 현장 경찰관들의 사기가 직무와 직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오늘날과 같이 경찰관 사기가 떨어진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경찰국 신설 과정에 구성원들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반영됐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행안부 논의과정에 경찰청에서 일정 부분 참여해서 의견 제시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오 의원이 또 "출근길에서 '경찰은 죽었다'는 (의미로 세워놓은) 화환들을 봤나. 계급이나 특정소속, 나이와 무관하게 현장 경찰관들이 스스로 본인들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의견을 참고하려는 노력을 해봤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이에 "협의 과정에 충분히 그런 목소리를 전달했다. 경찰국 설치를 떠나서 경찰의 중립성이 훼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건진법사' 의혹엔 "첩보 있으면 수사 가능"

윤 후보자는 이날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건진법사 뉴스를 보셨느냐"는 문진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보도를 봐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첩보나 사실관계가 있다면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에서 앞으로 수사하겠느냐"는 질의에도 재차 "진행 상황을 봐서 구체적인 첩보나 사실관계가 있다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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