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피해였나…서울시, 수방·치수 예산 대폭 삭감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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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방대책 및 빗물관리 관련 예산 총 896억원 깎여
8월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서 차량이 침수되자 운전자가 대피하고 있다. ⓒ 연합뉴스
8월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서 차량이 침수되자 운전자가 대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지방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가 올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900억원가량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서울시가 관련 예산을 대폭 깎으면서 '예견된 피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시의 '2022년 예산서'에 따르면, 시는 올해 수방 및 치수 분야에 420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2021년 5099억원보다 약 896억원(17.6%) 줄어든 것이다. 

치수·하천관리가 1517억원에서 1088억원으로, 하수시설 관리가 3581억원에서 3114억원으로 각각 429억원, 467억원씩 줄었다.

세부항목을 보면 노후수문 개량 및 빗물펌프장 시설 보강 등 수방대책 사업 예산이 208억원에서 176억원으로 32억원 줄었다. 빗물관리시설 확충은 31억원에서 19억원으로 12억원 삭감됐다. 하천복원 및 정비사업 역시 745억원에서 399억원으로 절반에 가까운 347억원이 깎였다.

서울시는 최근 안전등급 D등급 이하인 노후·불량 하수시설물 정비에 567억원을 배정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이번 폭우 피해를 막기에는 한 발 늦은 조치였다.

2010년 9월 광화문과 강남 등 도심 침수 피해와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를 겪으며 수방·치수 예산을 확대해 온 서울시가 올 들어 이를 큰 폭으로 삭감하며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9일 오전 전일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본 서울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 축대 붕괴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9일 오전 전일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본 서울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 축대 붕괴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집중호우 때마다 큰 피해를 입은 강남 지역은 이번 비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서울시는 처리 용량을 넘어선 기록적 비로 피해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1~2년 주기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예방이 미흡했다는 질타가 쏟아진다. 

앞서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과 설계 문제 등에 부딪혀 계속 지연됐고, 당초 2016년까지 마무리하려던 공사는 오는 2024년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30년 빈도 강우 대응을 목표로 대책을 마련해왔는데 이번과 같은 폭우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협의해 강우 대응 목표를 올려야 한다"며 예산 확보 등에 난색을 표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집중호우로 축대가 무너진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어설프게 작업하지 말고 차근차근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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