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했다가 침수에 갇힌 尹대통령…‘출·퇴근’ 이대로 괜찮나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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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자택으로 퇴근했다 도로 침수로 이동 못해
대형 산불에 호우까지 연이은 재난대응 부실에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8월9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월9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폭우 속 퇴근'을 둘러싼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 폭우가 예견된 상황이었던 만큼 대통령실이나 정부청사에 머무르며 긴급 재난 상황을 컨트롤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산불이나 폭우 등 국가적 재난 앞에서 부적절한 판단과 처신을 반복하면서 국민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집중호우 대처 관계기관 긴급 점검 회의를 열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신속한 복구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자 의무인 만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총력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자택에 갇힌 尹, 전화로 '비상 대응' 

8일부터 쏟아진 비에 수도권이 마비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서야 재난상황실에서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많은 비가 내리고 있던 전날 오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와 서초구 자택으로 퇴근했다. 저녁 시간 이후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고,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펼쳐졌지만 윤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도로 침수 상황 등을 고려해 헬기 이동까지 고려했지만, 지역 주민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자택에 머무르며 전화로 보고를 받고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집중호우가 예견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커질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퇴근하던 시점에 이미 서울 지역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퇴근 시간대를 전후로 도로가 뒤엉키고 대중교통 운행도 원활치 않을 만큼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자택 퇴근'이 아니라 용산 집무실에 머무르거나 곧장 재난상황실로 이동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8월8일 윤석열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일대 도로가 집중호우로 인해 물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8월8일 윤석열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일대 도로가 집중호우로 인해 물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참모진이 재난 상황에서 내보인 부적절 대응이나 처신이 국민 혼란을 더 부추긴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경남 밀양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던 때 국가대표 축구평가전 현장을 찾아 뭇매를 맞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말 울진 산불 발생 당시에는 용산 집무실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 반려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야당은 재난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와 안이한 인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이 상황실을 찾지 않고 자택에서 재난 대응한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폭우와 관련해 "모든 인력이 현장 대처에 매진한 상황"이었다며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보고나 의전에 신경쓸 수밖에 없고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로 실시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자택) 주변에도 침수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현장에 나와야겠다고 했다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라며 "피해가 발생하는데 경호의전을 받으면서 나가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은, 이후에도 어제 상황이라면 똑같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8월8일 밤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 연합뉴스
8월8일 밤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 연합뉴스

출·퇴근 대통령에 드리운 우려…野 맹공

대통령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폭우 대응을 고리로 청와대 이전을 둘러싼 비판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된 상황에서는 재난이나 북한 도발 등 긴급 위기 상황에서 실시간 대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 "102년 만의 폭우"라며 "일분일초를 다투는 국가 재난 상황 앞에, 재난의 총책임자, 재난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비 와서 출근을 못 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를 용산 집무실로 옮길 때, 국가 안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라며 "향후 비상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벙커에 접근해 콘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그는 "비판 좀 받고 지지율이 떨어지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임을 이제 깨달으셔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고민정 최고위원 후보도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지하 벙커에 있는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받고 체크해 진두지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지금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며 "지금이라도 직접 챙기셔라. 대한민국의 재난재해의 총책임자는 대통령"이라고 쏘아붙였다.

장경태 최고위원 후보는 "윤 대통령은 자택 주변 침수로 재난상황에 집에서도 나가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며 "선제적 타격을 언급했던 윤 대통령이다. 더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지 정말 큰 우려가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무능하면 국민의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빼앗을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이게 나라냐'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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