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권력·미래 권력이 동시에 한국을 움직인다 [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5 08:00
  • 호수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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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尹 대통령-이재용-이재명 ‘톱 3’…‘소통령’ 한동훈 등장
‘월드클래스’ BTS와 손흥민…‘국민MC’ 유재석의 아성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그 역동적인 힘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해낼 수 있다.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보여줄 수 있다. 상징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이렇듯 바로 동시대의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국내 언론 사상 단일 주제로는 최장기 기획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는 1989년 창간 이후 33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전문가 조사와 함께 대국민 조사도 실시했다. ‘국민 이상의 전문가는 없다’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고, 전문가의 의견과 국민의 선택을 비교해 제시하는 게 좀 더 입체적이면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전문가와 국민의 선택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전문가들이 꼽은 2022년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톱 10’에는 윤석열 대통령(지목률 70.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6.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16.0%), BTS(14.6%), 문재인 전 대통령(9.4%), 손흥민(9.2%), 한동훈 법무부 장관(8.0%),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7.2%), 유재석(5.8%), 고 박정희 전 대통령(4.8%)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들은 ‘톱 10’에 윤석열 대통령(71.6%), 이재용 부회장(24.8%), 이재명 의원(20.0%), 유재석(16.2%), BTS(15.8%), 한동훈 장관(15.6%), 문재인 전 대통령(13.6%), 손흥민(12.2%),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7.0%), 김건희 여사(7.0%) 등을 꼽았다. ‘윤석열-이재용-이재명’ 트로이카는 전문가와 국민 모두가 ‘톱 3’로 선정했다. 순서도 동일했다. 전문가들은 ‘톱 10’에 노무현·박정희 전 대통령을 넣은 반면, 국민들은 두 전직 대통령 대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건희 여사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28일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안전 항해 기원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28일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안전 항해 기원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1. 尹의 시간, 박근혜-문재인 때보다 약하다

대통령은 현재 권력의 상징이다. 실제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원수이면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다. 군통수권자의 지위도 함께 갖는다. 임기 첫해를 보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그래서 자연스럽고, 또 당연하게 여겨진다. 지금 윤 대통령은 힘이 세다. 

윤 대통령의 힘은 과연 얼마나 셀까. 비교해 보면 된다. 윤 대통령은 전문가들로부터 70.2%라는 지목률로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됐지만, 그 수준은 바로 앞선 대통령들과는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2017년 임기 첫해를 맞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97.3%라는 놀라운 지목률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과는 27.1%포인트 차이가 난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3년 조사에서 84.2%라는 상당히 높은 지목률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는 14%포인트 격차다. 

윤 대통령이 기록한 지목률(70.2%)은 이명박·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첫해와 비슷하다. 2008년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72.7%를,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70.9%를 기록했다. 

바로 직전의 두 전직 대통령보다 윤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목률을 보이는 이유는 20%대로 추락한 국정 지지율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인사 논란과 함께 국정운영에 한계를 보이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5년 단임제라는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지는 대통령제에서 과연 윤 대통령이 내년에는 시간을 거스르며 더 높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 주목받는 미래 권력, 이재명과 한동훈

권력의 중력은 때때로 시간을 거스른다. 지금 대한민국은 현재 권력과 2022년을 살고 있지만 국민들은 벌써 미래 권력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민심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래 권력은 두 사람이다. 바로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 의원과 ‘소통령’으로 불리며 현재 권력의 핵심 측근으로 평가받는 한동훈 장관이다. 

이 의원은 전문가와 국민에게서 각각 16.0%와 20.0%의 지목률을 기록하며 지금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톱 3’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에 상당한 책임이 있음에도 여전히 높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고, 또 행사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가 얻은 최다 득표인 1614만 표라는 정치적 자산은 이 의원이 사법 리스크 등 향후 맞닥뜨릴 수많은 위기를 돌파할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이 의원이 8·28 전당대회에서 예상대로 당 대표에 선출된다면 그의 영향력은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전문가들로부터는 지목률 8.0%로 7위, 국민으로부터는 15.6%의 지목률로 6위를 차지했다. 국민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한 장관이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윤석열 정부의 핵심 실세로 인정받고 있다는 측면과 함께 미래 권력의 재목으로서 평가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권력 한동훈’에 대한 전망은 아직 엇갈린다. 윤석열 정부의 한 축이기에 현 정부의 성패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한 장관도 결국에는 자기 정치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3. 역설적인 영향력, 이준석과 김건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지금 대한민국을 ‘뒤흔들며’ 움직이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두 사람은 전문가 조사에서는 각각 공동 11위(3.6%), 13위(3.0%)를 차지했지만, 국민 조사에서는 공동 9위(7.0%)에 오르며 더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국민들이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대표만큼 지금 한국에서 ‘문제적·논쟁적 정치인’은 없다. 호불호가 확실하다. 싫어하는 정도와 좋아하는 강도가 모두 엄청나다. 뒤집어보면 정치인 이준석을 모르는 유권자는 드물다. 그는 인지도가 중요한 정치권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을 쌓았지만, 그만큼의 정치적 정적들과 안티 팬도 만들어냈다. 

‘이준석 정치’의 강점은 ‘이준석 현상’을 만들어냈고, 그렇게 그는 지난해 헌정 사상 첫 30대 ‘0선’ 당 대표가 됐다. 하지만 특유의 ‘이준석 스타일’은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 상당한 갈등을 빚었고, 그는 지금 당 대표직을 사실상 박탈당하며 정치적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김 여사의 존재감은 더 역설적이다. 정권 첫해 대통령에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만큼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도 상당한 시선이 쏠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김 여사의 존재감은 ‘김건희 리스크’라는 이름으로 호출되고 있다. 김 여사는 대선 과정에서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권 출범 이후 전면에 나서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켜 민심으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샀다. 

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4. 흔들리는 경제, 치고 올라온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인 중 유일하게 ‘톱 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이었지만 지난해 8·15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돼 풀려난 이 부회장은 올해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됐다. 이 부회장은 이번 사면으로 ‘5년간 취업 제한’ 규정 적용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문가와 국민들로부터 각각 16.4%와 24.8%의 지목률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순위인 6위(8.1%)와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런 결과는 최근 한국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적 변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투자와 고용 등에서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자 당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5. BTS·손흥민과 유재석, 신구 조화

한국의 파워엘리트에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는 두 상징이 있다. BTS와 축구선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BTS는 전문가 조사와 국민 조사에서 각각 14.6%(4위), 15.8%(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BTS는 해가 갈수록 더 주목받고 있다. BTS의 올해 지목률은 작년 지목률(8.6%)과 재작년 지목률(3.3%)을 압도한다. ‘월드클래스’로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의 존재감도 대단하다. 그는 전문가 조사와 국민 조사에서 9.2%(6위), 12.2%(8위)의 지목률을 받았다. 2000년대 한국 대중문화계를 대표하는 스타인 유재석이 10위권 내에 자리하며 신구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상징적이다.   

‘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인 조사를 신설해 일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6월30일부터 7월18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다. 올해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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