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은영 솔루션’은 틀린 말…이해하는 과정 보여줄 뿐이에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5 12:00
  • 호수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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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 인물 오은영 박사 인터뷰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오은영 박사(57)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는 사실은 예상을 크게 벗어난 소식은 아니다. 여러 매스컴은 최근 오 박사에 대해 ‘신드롬’이라고 표현하며 그를 조명하고 있다. 한때 유재석과 백종원은 각각 대한민국 ‘국민MC’ ‘국민주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제는 오 박사 이름 앞에 놓인 ‘국민멘토’란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이 같은 명성은 시사저널 연례 특집 기획 ‘2022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뒷받침됐다. 이번 조사에서 오 박사는 전문가가 뽑은 ‘영향력 있는 사회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에 대한 지목률은 18.0%로 2위인 손석희 JTBC 총괄사장(12.0%)과 6.0%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손 사장이 31.2%로 1위였고, 오 박사는 순위권에도 없었다. 가히 격세지감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국민멘토’ 오은영…“나는 방송인 아니다”

오 박사는 “소통의 벽을 허물고자 했던 노력을 많은 분이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8월8일 서울 강남 오은영 아카데미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그의 소통 대상 중에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때론 비판적으로 봐야 하는 기자도 포함돼 있는 듯했다. 오 박사와의 인터뷰가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가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 박사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건 SBS 교양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하면서다. 2006년부터 9년 동안 줄곧 출연하면서 그는 해당 프로그램의 간판이자 소아청소년 정신과의 상징적 인물로 발돋움했다. 그러다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오 박사는 한동안 TV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출연 제의도 많이 왔지만 집단 토크쇼가 방송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웃음을 주는 방송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때부터는 펜을 들었다. 지금까지 오 박사 이름으로 출간된 책은 10권이 넘는다. 일간지에 틈틈이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이어가기 위해 소통 방식을 글로 바꿨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채널A에서 ‘연예인 가족을 상담하는 프로그램을 해보자’는 제안이 왔다.

오 박사는 고사했다. 그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프로그램은 이미 많다”며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보여주려면 일반인을 도와줘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그런 끝에 2020년 5월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를 전후로 방송가에 복귀했다. 그의 선택은 맞았다. 유명인에 대한 관찰 예능이 판치는 가운데 해당 프로그램은 종편에서 방영되는데도 최고 시청률 4.2%를 찍었다.

그에 대한 관심만큼 일각에선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방송에서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여도 현실은 다르다” “아이의 문제점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등이다. 소위 ‘솔루션 예능’을 경계하는 시각이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껏 올라가있던 오 박사의 입꼬리가 살짝 내려왔다. 그의 표정이 진중하게 바뀌었다.

“솔루션 예능이란 이름 자체가 맞지 않아요. 아픈 사람은 당연히 병원에서 솔루션을 찾아야죠. 제가 방송에서 얘기하는 건 솔루션이 아니에요.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거죠. 인간은 모두 불안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어떤 아이가 집에서는 잘 지내는데 어린이집에만 가면 친구를 꼬집고 밀쳐요. 살펴봤더니 새로운 환경에서 불안을 느껴 자기를 보호하려고 했던 거예요. 이처럼 겉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의 진짜 이유는 불안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정립된 의학 이론을 토대로 그 불안에 대해 얘기하는 거예요.”

오 박사의 상담 대상은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주제도 다양하다. 지난 5~7월 방영된 MBC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에서는 부부관계에 대한 조언을 내놓았다. 7월부터 KBS에서 방영 중인 《오케이? 오케이!》는 오 박사가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여러 고민을 듣는 장면을 보여준다. 출연작이 많아지다 보니 방송가가 콘텐츠와 상관없이 ‘오은영 매직’에 의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오 박사는 “내가 모르는 분야는 절대 상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유 찾는 과정에서 사람 이해하게 돼”

“오은영 말이 다 정답은 아니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일단 저는 답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단지 전공 분야 내에서 문제의 이유를 찾을 뿐이죠.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이 있다면 부모는 무작정 학교에 보내려 합니다. 하지만 학생의 심리를 분석하다 보면 다른 원인을 알게 돼요. 또 그 과정에서 우리가 사람을 얼마나 편견으로 대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재단하는지 알게 되죠. 이처럼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보여드리고자 하는 건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입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여러 사례를 상담하다 보면 시청자분들도 본인과 일치하는 사례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그만큼 오 박사의 영향력도 크다는 점이다. 자신의 영향력이 커진 배경에 대해 그는 “현대인들이 가시적인 성과에 치중하다 보니 사는 게 너무 힘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2021년 우울증 환자 수는 약 93만 명으로 2017년(69만 명)보다 35% 증가했다. 오 박사는 “그래도 사람들 내면에는 자기를 회복시키고 아끼는 힘이 있다”며 “나는 그 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광부처럼 캐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오 박사에게 곡괭이질을 부탁하기는 쉽지 않다. 상담 비용을 떠나 요즘은 아예 신규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꼭 상담받지 않고도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이 있을까. 오 박사는 “한발 물러서서 자신의 아픔을 객관적으로 직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노력으로도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고, 약점을 뿌리 뽑으려 하기보다 약점이 덜 작용하는 환경을 조성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노트북을 덮으니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 시간이 촉박해 질문을 다 하지 못할까 우려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오 박사는 스스로에 대해 "답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가 찾고자 하는 답은 그의 달변 속에 이미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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