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故박원순 때 무산됐던 빗물터널 다시 뚫는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1 10: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원순, 과도한 토목공사 지적에 터널 사업 7개 중 6개 중단
9일 새벽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새벽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폭우 피해가 극심한 강남역 일대에 대규모 빗물저류배수시설(빗물터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터널은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비까지 감당할 수 있을 규모로 예상된다. 해당 사업은 10년 전 추진됐다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취임 후 대폭 축소됐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10일 저녁 입장문을 통해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집중호우 시 저지대에 고인 빗물을 저류하거나 배수하는 시설이다. 일반적으로 지하 40m 내외에 설치되는 터널 등이 포함된다.

해당 계획은 2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오는 2027년까지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일대에 시설 건설을 완료하는 것이다. 2단계는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 일대 시설 건립에 착수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엔 앞으로 10년 간 1조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32만t 규모의 저류 능력을 보유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건립된 양천지역의 경우 이번 폭우 사태에서 침수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며 "대심도 터널 공사는 대규모 재정투자가 필요하고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 사업이다.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재임 시절 빗물건립 논의를 처음 꺼낸 바 있다. 앞서 2010~2011년 광화문과 강남 일대 물난리에 이어 우면산 산사태까지,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오 시장은 "침수가 자주 발생하는 강남역 일대를 비롯해 양천구 신월동, 광화문 등 7곳에 대심도 배수터널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해 안전망을 개선해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게 하겠단 취지였다. 해당 사업엔 10년간 5조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1년 11월 박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계획은 전면 틀어졌다. 환경단체를 비롯해 '과도한 토목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 때문이다. 결국 7곳 중 6곳에 대한 터널 건립 계획이 무산됐고, 양천구 신월동 일대 1곳에만 건립이 완료됐다. 이번 폭우를 계기로 해당 계획들이 재추진되는 것이다.

한편 지난 8일부터 내린 기록적 폭우로 서울 곳곳에서 침수·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2022년 수방 및 치수 예산을 900억원가량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각에선 '예견된 피해'를 자초했다며 서울시를 비판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