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출 때마다 내홍 반복하는 인하대
  • 박준형 인천본부 기자 (jun897@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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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입김 작용”…2015년, 2018년에도 강력 반발
조명우 vs 박기찬…16일 이사회 최종 결정 관심

인하대학교가 차기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또 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교수회 등 학교 구성원들은 이번에도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재단)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총장 선출 때마다 진통이 반복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누가 새로운 총장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인하대에 따르면,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는 지난 9일 조명우 현 총장과 박기찬 전 경영대학장을 차기 총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에 총추위원들 중 교수 대표 4명은 총추위 결정에 불복하고 사퇴서를 제출했다.

교수 대표들이 사퇴한 이유는 재임기간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마땅한 조 총장을 최종 후보로 선출한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평가에서 탈락하고 교내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데 이어 최근에는 교내에서 강간살인 사건이 벌어진 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조 총장은 책임을 지고 차기 총장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겠다는 약속을 직접 했음에도 차기 총장 후보로 등록했다”며 “재단과 교직원, 학생, 총동창회, 인천시민 등의 뜻에 어긋나는 오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하대 교수회도 즉각 성명을 내고 “일련의 사태의 총책임자로서 백배사죄하고 사퇴했어야 할 현 총장을 차기 총장 최종 후보 중 1인으로 선출했다는 것은 인하대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여론을 무시한 결과”라며 “아집이나 독선이 아니라면 상식적인 분별력조차 없는 무능이자 전체 인하인과 인천 시민사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인하대학교 전경 Ⓒ한국사진기자협회 인천지부
인하대학교 전경 Ⓒ한국사진기자협회 인천지부

일각에선 차기 총장 후보를 선출한 후 총추위가 사실상 해산된 상태에서 교수회의 반발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히려 총장선출제도의 민주화를 앞세워 학내 분란만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인하대 한 관계자는 “총추위 교수대표들의 사퇴 건은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도 있다. 이미 총추위가 끝났는데 사퇴한 것은 좀 이상하다”며 “또 다른 후보자 역시 현 재단 이사 중 한 명인데, 이중 현 총장에 대해서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게 과연 (교수회 등이 주장하는) 재단의 민주화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교수회는 “박기찬 명예교수는 재단의 민주성을 높이기 위한 개방이사로 이사회에 들어간 것”이라며 “그동안 교수회에서 추천을 해왔는데 재단에서 받아주지 않다가 지난해 이사회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사회 내부에서 의사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21년 2월4일부터 재단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임기는 2025년 2월3일까지다. 조 총장은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 등과 함께 당연직 이사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문제제기…역대 총장 중도 퇴진 잔혹사도

인하대 총장 선출을 둘러싼 내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 조 총장 선출 당시에도 총추위 구성을 놓고 재단 이사장 측근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인하대 교수회는 민주적 총장 선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재단에 보내며 반발했다.

2015년에 최순자 전 총장이 선출되는 과정에서는 당시 재단 이사장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개입하려다 교수와 학생들의 빈축을 샀다. 조 전 회장은 총장 후보자와 공식 면접절차 별도의 면담을 시도하려다 논란이 일자 취소했다.

인하대 총추위는 재단 이사장과 재단 측 4명, 교수대표 4명, 동창회 추천 1명, 사회 저명인사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사회 저명인사는 재단이 위촉한다. 이에 학내에서는 재단이 총장 선출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단 측 인사가 사실상 6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하대 교수회는 “대학 구성원 및 지역사회의 뜻과 상관없이 재단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차기 총장으로 선임하겠다는 불통의 태도에 항의한다”며 “이는 현 총장선출제도의 불공정성과 비민주성을 자인하는 것으로, 다양한 인하대 구성원의 대표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총장 후보 선출 규정과 절차를 즉각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추위원장이 재단 인사위원장으로 사실상 실세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지만 일방적으로 재단이 원하는 사람을 후보로 올리는 것이 문제”라며 “총추위에 학생 대표나 직원 대표도 1명씩 들어가고, 외부인사도 재단이 아니라 인천시에서 선임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선정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하대 총장 잔혹사는 선출 과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역대 총장들 중 홍승용 총장과 이본수 총장, 박춘배 총장, 최순자 총장 등 4명이 연달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다.

홍 전 총장은 2002년에 이어 2006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두 번째 임기 1년여를 남겨둔 2008년에 사퇴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조현아 이사(전 대한항공 부사장)가 교수 임용과 관련, 홍 총장에게 막말을 했다는 의혹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 전 총장은 이례적으로 전임 총장의 잔여 임기만 채우고 2012년에 물러났다. 항간에는 이 전 총장이 ‘재단을 너무 의식한다’, ‘이사회와 관계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 등 소문이 나돌았다.

조양호 전 이사장의 고교 후배인 박 전 총장은 대학구조개편과 교수업적평가방식 변경 등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딪쳤고, 결국 2014년에 임기를 1년여 남겨놓고 돌연 사임했다. 박 전 총장은 교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역량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나 평가제도의 개선에 대해서는 10여 년 동안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던 구성원들의 이해를 제대로 구하지 못했고, 외부 세력의 간섭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최 전 총장은 교비 부실투자에 대한 문책을 받아 2017년에 해임됐다. 인하대 총장이 해임된 것은 1954년 개교 이래 처음이었다.

교수회는 총장들의 줄사퇴에 대해 “자질이 부족한 인사를 총장으로 선임하거나 그들에게 능력을 제대로 펼칠 기회를 주지 않은 재단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도 총장 선출을 앞두고 진통은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에도 교수회와 총동창회 등 구성원과 재단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무기명 투표로 제16대 인하대 총장을 뽑을 예정이다. 누가 총장이 되든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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